살금살금 문 열자마자..."삑! 침입입니다" 도둑·화재 잡는 소리센서 첫 개발

2019.09.03 13:29
박강호 ETRI 지능형센서연구실 책임연구원(왼쪽)과 이주철 시큐웍스 대표가 대전 유성구 ETRI 융합기술연구생산센터 회의실에 설치된 음장센서를 살펴보고 있다. 오른쪽 아래 마네킹이 좌우로 움직이자 곧바로 침입 경보 경보가 발령됐다. 대전=윤신영 기자
박강호 ETRI 지능형센서연구실 책임연구원(왼쪽)과 이주철 시큐웍스 대표가 대전 유성구 ETRI 융합기술연구생산센터 회의실에 설치된 음장센서를 살펴보고 있다. 오른쪽 아래 마네킹이 좌우로 움직이자 곧바로 침입 경보 경보가 발령됐다. 대전=윤신영 기자

지난달 30일 대전 유성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융합기술연구생산센터. 이곳에 입주한 연구소기업 시큐웍스의 회의실 앞 모니터에서 요란한 불빛이 깜빡였다. ‘침입이 발생했다’는 경고와 함께였다. 조금 전과 달라진 것은 회의실 안의 마네킹이 살짝 옆으로 움직였다는 사실뿐이었다. 이주철 시큐웍스 대표는 “적외선 등을 이용하는 기존 보안 센서로는 감지하기 어려운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침입도 바로 감지할 수 있는 센서가 천장에 있다”며 “비밀은 소리에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연구기관과 연구소기업이 세계 최초로 소리의 특성을 이용한 독특한 보안 센서를 개발했다. 사각지대 없이 침입을 즉각 감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화재 등 기존에는 별도의 센서를 이용해 감지해야 하는 사고도 하나의 기계로 동시에 감지할 수 있다.

 

박강호 ETRI 지능형센서연구실 책임연구원과 시큐웍스는 ‘음장’을 이용한 센서를 구상했다. 음장은 소리가 발생했을 때 공간 전체에 파동의 형태로 퍼지며 형성된 소리 분포 패턴이다. 높은 벽을 사이에 두고 소곤소곤 비밀을 이야기해도 반대편에서 소리가 다 들린다. 소리가 벽을 넘어 전달되는 ‘회절’ 특성과 주변의 다른 사물에 부딪히며 전달되는 ‘반사’ 특성이 있어서다. 이 때문에 방 안에서 발생한 소리는 아무리 작아도 사각지대 없이 책상 아래 등 구석구석에 고르게 퍼진다. 연구팀이 개발한 센서는 이렇게 공간에 퍼진 소리 특성의 미세한 변화를 통해 침입을 감지한다.

 

실제 성능을 파악하고자 이번에는 안민홍 시큐웍스 연구원과 가로세로 3m 정도의 작은 회의실 테이블에 마주 앉아 인공지능(AI) 스피커를 작동시켰다. 안 연구원이 “감시모드를 켜줘”라고 명령하자 스피커에서 귀뚜라미 울음소리와 비슷한 나지막한 소리가 0.5초씩 2~3초 간격으로 났다. 박 연구원이 “오랜 시간 실험한 끝에 최적화한 주파수를 갖는 소리”라고 설명했다. 신경쓰지 않으면 잘 들리지 않는 작은 소리였다. 움직이지 말라는 주의를 듣고 동작을 멈춘 지 수 초 뒤. 안 연구원이 손을 한번 휘젓자 모니터에 침입을 알리는 경보가 요란하게 떴다. 스피커가 낸 귀뚜라미 소리 음장에 변했고, 그 음장 변화를 마이크가 인식한 결과였다. 비슷한 크기의 방에서 책상 아래에 숨긴 버너로 종이를 태웠을 때도 비슷했다. 불이 붙자 3~4초 만에 경보가 떴다. 이번엔 화재경보였다.

 

소회의실(왼쪽) 책상 아래에 버너로 종이를 한 장 태웠다. 작은 불인데다 책상 아래에 있지만, 천장의 센서가 곧바로 3~4초 만에 화재를 감지해 경보를 발령했다(오른쪽 모니터). 대전=윤신영 기자
소회의실(왼쪽) 책상 아래에 버너로 종이를 한 장 태웠다. 작은 불인데다 책상 아래에 있지만, 천장의 센서가 곧바로 3~4초 만에 화재를 감지해 경보를 발령했다(오른쪽 모니터). 대전=윤신영 기자

박 연구원은 “화재가 나도 음장에 변화가 생기는데 화재 특유의 음장 변화 패턴이 있어 화재로 금세 인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작은 방은 10초 이내, 교실 같은 커다란 방에서도 50초 이내에 화재 인식이 가능하다. 박 연구원은 “가정 등에 설치된 기존 화재 감지 센서는 실내 공기 온도가 수십도 올라야 작동하는데, 이 때는 이미 바닥 온도가 수백 도 이상 올라 화재가 한참 진행된 경우가 많다”며 “음장 센서는 조기 탐지가 가능해 더욱 안전하다”고 말했다.

 

현재 ETRI와 시큐웍스는 이 센서를 손톱만한 스피커 세 개와 마이크가 내장된 일체형 센서로 개발한 상태다. 음장 신호처리 칩 형태로 만든 모듈형 제품도 완성했다. 기존의 폐쇄회로TV(CCTV)나 AI 스피커 등에 삽입할 수도 있도록 소프트웨어로도 개발했다. 본격적 제품 출시는 9월 중으로 예정돼 있고 판매는 내년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이 제품은 기존 센서보다 사각지대는 없고 70% 이상 저렴하다”며 “숱한 실험으로 침입이나 화재가 아닌데 잘못 작동되는 오작동을 거의 없애 불필요한 오출동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도난이나 화재 감시 외에 1인 가구의 노약자 복지 케어 등에도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팀은 한국과 미국, 독일, 영국, 중국 등 5개국에 10건의 특허를 출원 및 등록했다. 박 연구원은 “AI 스피커에 소프트웨어만 설치하면 되는 등 언뜻 간단해 보여서 기술 모방 등을 우려할 수 있지만, 오랜 시간 실험과 시행착오를 거치며 획득한 음장 패턴 데이터 및 분석 기술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쉽게 모방하기 힘든 원천기술”이라며 “현재 열화상카메라 등 세계 센서 시장 절반을 일본이 점유하고 있는 현실에서 센서 국산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향후 딥러닝 등을 추가 응용해 움직임과 온도변화, 움직이는 대상을 종류 별로 세분화해 구분하는 기술 등을 연구할 계획이다.

 

이주철 시큐웍스 대표(왼쪽)과 박강호 ETRI 책임연구원이 다양하게 개발한 음장센서를 들고 섰다. 이 대표가 들고 있는 제품이 스피커와 마이크가 내장된 일체형 제품이다. 박 연구원은 스마트기기에 설치된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대전=윤신영 기자
이주철 시큐웍스 대표(왼쪽)과 박강호 ETRI 책임연구원이 다양하게 개발한 음장센서를 들고 섰다. 이 대표가 들고 있는 제품이 스피커와 마이크가 내장된 일체형 제품이다. 박 연구원은 스마트기기에 설치된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대전=윤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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