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아의 미래병원]3D재건외과·BCI재활의학과가 온다

2019.09.05 14:00
 

20~30년전과 비교해 병원에서 이름이 바뀐 진료과들이 있다. 소아과가 소아청소년과로, 정신과가 정신건강의학과로, 방사선과가 영상의학과로 이름을 바꾼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부분은 진료과를 찾아오는 환자가 헷갈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나 그 과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한 목적에서 이름을 바꿔 달았다. 

 

대형병원에서는 기존 진료과들이 전문의의 전공에 따라 세분화된 경우도 있다. 가령 과거 내과로만 불렀던 과는 호흡기알레르기내과와 순환기내과, 내분비대사내과, 신장내과 등으로 나뉘었다. 이와 반대로 공통된 하나의 병을 다학제 진료하기 위해 서로 다른 여러 과를 한데 묶은 통합진료센터도 탄생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는 호흡기내과와 종양내과, 흉부외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전문의 등이 모인 암센터를 설립했다.

 

미래병원에서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던 새로운 진료과가 등장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유전체 분석을 통한 개인맞춤형 의학이 점차 가능해지고, 로봇이나 인공지능(AI) 등 최첨단 기술이 의료와 접목하면서 새로운 진료과가 탄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생명공학 발전으로 등장할 '개인맞춤형정밀의학과'

 

최근 생명공학계에서 가장 핫한 이슈는 단연 유전체정보를 이용한 개인맞춤형 치료다. 인간 유전체 지도가 완성되고 암이나 당뇨병, 알츠하이머 치매 등 질환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이 하나둘씩 밝혀지면서 개인 맞춤형 의학 시대가 기대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환자들이 일반 건강검진을 하거나 가족병력을 묻는 대신, 유전체를 정밀하게 분석해 앞으로 특정 병이 발생할 위험도를 측정하는 과가 등장하리라고 보고 있다. 

 

이미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의대병원에서는 유전체 진단학과가 등장했다. 이곳에서는 태아 또는 신생아를 대상으로 유전적, 선천척, 후천적 장애를 진단하고 있다. 아직은 유전질환으로 제한이 돼 있지만 앞으로 더 많은 병원에서 더욱 전문화한 진료과로 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맞춤형 의학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 민간 유전자검사업체인 23앤드미는 지난해 이미 유방암과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치매 등 10개 질환을 유전자 검사할 수 있도록 미국식품의약국(FDA)로부터 승인받았다. 

 

지난 22일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가 내놓은 '글로벌 유전자검사 시장현황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유전자검사 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58.2억 달러(약 7.7조원)였으며 앞으로 5년간 연평균 10.6%씩 성장해 2024년엔 117.9억(14.3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보고서에서는 현재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이 세계 유전자검사 시장을 47.1% 점유율로 장악하고 있으나 조만간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11%에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렇게 유전자검사가 급속도로 상용화할 수 있는 이유는 유전체를 일주일내로 빠르고 정확하게 해독하는 기술이 개발됐고, 유전자검사 비용도 100$(약 12만원) 수준으로 저렴해졌기 때문이다.

 

개인 맞춤형 의학이 활성화하려면 더 많은 사람의 유전체 정보와 더 많은 사람들의 병력 등 빅데이터가 필요하다. 개인맞춤형정밀의학과가 탄생할 때 관련 전문의뿐 아니라 개인 정보를 수집할 빅데이터 전문가와 이 정보를 안전하게 지킬 사이버보안 전문가, 빅데이터로 모인 유전체 정보를 해석해 병을 진단하는 데 도움을 줄 AI 전문가 등 수많은 직업이 탄생할 것이다. 

 

3D 프린팅 기술로 조직 재건할 '3D 재건외과'

 

글로벌 3D프린팅 소프트웨어업체인 머티리얼라이즈가 3D 프린팅 기술로 제작한 두개골 임플란트. 머티리얼라이즈 제공
글로벌 3D프린팅 소프트웨어업체인 머티리얼라이즈가 3D 프린팅 기술로 제작한 두개골 임플란트. 머티리얼라이즈 제공

지난해 11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북미 최대 방사선의료기기 전시회(RSNA)에서는 3D 프린팅 기술을 의료에 접목하기 위한 가이드라인과 지금까지 임상 연구 사례 등이 발표됐다. IT분야 리서치업체인 가트너는 2021년까지 외과수술의 약 25%가 3D 프린터로 찍어낸 모델을 사용하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3D 프린팅 기술은 잉크(물건을 만들 재료)와 3차원 설계도가 있으면 어떤 형태로든 찍어낼 수 있다. 학계에서는 줄기세포나 생체친화성 분자 등을 이용해 생체조직이나 인공장기, 치아나 뼈 임플란트 등을 찍어내는 기술을 개발해왔다. 

 

가령 기존에는 치아 임플란트를 끼우기 위해 환자의 구강구조 모형을 수제로 뜨고 이것을 주형으로 삼아 임플란트를 만들었다. 실제로 환자의 치아대신 끼우려면 형태가 미세하게 다르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구강스캐너로 치아와 잇몸, 잇몸뼈 등 정밀하게 3D 촬영하고, 특히 임플란트가 들어가야 할 빈 자리를 정확히 스캔하면 이 모습대로 임플란트를 찍어낼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뼈나 관절을 대체할 임플란트도 찍을 수 있다. 기존 정형외과나 성형외과, 치과와 달리 3D 프린팅 기술로 조직을 재건하는 데 세분화된 진료과가 탄생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글로벌 3D프린팅 소프트웨어업체인 머티리얼라이즈는 정형외과와 심장외과, 두개골외과, 영상의학과 등 전문의와 협업해 환자 개인에게 꼭 맞는 뼈나 심장 임플란트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는 환자의 손상된 부위를 스캔해 찍어낸 3D 모형으로 수술 연습 또는 컴퓨터 상에서 시뮬레이션 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도 3D 프린팅 기술은 자궁 속 태아의 이미지를 실제처럼 구현하거나, 수련의들이 수술을 학습할 때 의료용 재료를 만드는 등 미래병원 여러 분야에서 쓰일 전망이다.

 

뇌와 컴퓨터 연결하는 'VR 또는 BCI 재활의학과'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테크빌리지와 함께 개발한 뇌졸중 재활 VR 프로그램. 서울대병원 제공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테크빌리지와 함께 개발한 뇌졸중 재활 VR 프로그램. 서울대병원 제공

지난 6월 서한길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팀은 가상현실(VR)재활치료소프트웨어업체인 테크빌리지와 함께 뇌졸중 환자를 재활시키는 VR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어깨와 팔, 손 등에 마비가 있는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실험했더니 실제로 기능이 향상됐다는 연구결과를 '미국 재활의학회지'에 발표했다.

 

이전에도 국내외 전문가들은 VR을 이용한 치료방법들을 연구 개발해왔다. 대부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불안장애 등 정신질환을 치료하거나 통증을 멎게하려는 목적이었다. 서 교수팀은 하지만 기존 VR 치료법은 생생함과 현장감이 실제보다 많이 떨어지는 '비몰입형'이라는 데 주목했다. VR이 실제와 다르면 다를수록 사이버멀미, 두통 등 부작용이 나타나기 쉽다.

 

연구팀은 최신 기술을 적용해 실제 환경과 거의 똑같은 완전몰입형 VR을 개발했다. 이 안에서 환자는 망치질이나 공 잡기, 컵에 물 따르기, 거품방울 만지기, 실로폰 치기 등 5가지 과제를 수행한다. 연구 결과 VR을 수행한 환자들의 만족도와 실제 기능이 모두 향상됐고, 사이버멀미나 메스꺼움, 두통 등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음을 확인했다.

 

학계에서는 VR처럼 뇌와 가상공간을 연결하는 기술 외에도 뇌와 컴퓨터(또는 로봇)를 직접 물리적으로 연결하는 기술을 통해 마비나 절단 환자의 감각능력 또는 운동능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외부의 자극을 신경계 전기신호로 바꿔 감각을 느끼게 하거나, 환자의 생각을 읽어 로봇팔이나 다리를 움직이게 한다는 생각이다. 

 

FDA와 미국 피츠버그대 의대 재활의학과, 브라운대 의대 뇌과학센터 등 공동연구팀은 2016년 국제학술지 '신경공학지'를 통해 앞으로 물리치료와 신경치료 등에서는 BCI(뇌-컴퓨터 인터페이스)가 급증할 것이며, 이에 대한 의료전문가도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전에 실제 임상에서 이런 기기들이 어떤 조건의 환자에게 어떤 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효율적인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래에 새로운 진료과가 등장하더라도 기존 과와 충돌하지 않고 오히려 융합 진료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진료과가 세분화되더라도 기존 과와 부딪치지 않고 오히려 세분화된 진료과들이 암이나 당뇨병 같은 하나의 질환을 효율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하나로 모이듯이 말이다. 기존 병원에서 보았던 진료과와 다른 점은 미래병원에서는 의사뿐만 아니라 공학자의 역할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진다는 사실이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