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유발 단일·소수 유전자 없다"

2019.08.30 15:37
 

동성애가 단일 또는 소수 유전자의 특정한 유전형에 의해 형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47만 명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대규모 유전체(게놈. 한 생물이 지닌 DNA의 총합) 연구 결과 밝혀졌다. 이는 동성애가 소수가 아니라 수백, 수천 개의 무수히 많은 유전자의 복합적인 영향에 의해 일어난다는 뜻으로, 동성애가 유전적 요인의 영향에 의해 일어난다는 기존 정설을 지지하는 결과다. 다만 태아 때의 자궁 안 조건 등 환경도 무시할 수 없는 동성애 요인이라는 사실도 이번 연구로 다시 한번 확인됐다.

 

안드레아 간나 미국 매사추세츠병원 게놈의학센터 연구원팀은 유럽과 미국에서 총 48만 명의 게놈 데이터를 수집하고, 설문조사를 통해 이들의 성적 지향성을 조사했다. 그 뒤 그 사람의 형질(특성)과 게놈 전체의 유전자의 변이 사이의 관련성을 조사하는 전게놈연관성분석(GWAS)을 통해 동성애와 유전자 변이 사이의 관계를 분석해 ‘사이언스’ 30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영국이 국가 차원에서 구축 중인 환자 게놈 데이터베이스인 UK 바이오뱅크로부터 약 41만 명, 미국의 개인 게놈해독및분석기업 23앤드미로부터 약 7만 명의 게놈 데이터를 확보해 GWAS로 동성애와 관련이 있을 유전자 변이 후보를 추적했다. 영국에서는 남성의 약 4%, 여성의 약 3%가 동성애 성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나 연구원은 사전 브리핑에서 “기존에도 유전자 변이와 동성애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하는 연구가 있었지만 조사 분석한 사람 수가 적어 통계적 의미를 찾기 어려웠다”며 “이번 연구는 기존보다 100배 이상 대규모 집단을 대상으로 해 통계적으로 의미 의미 있는 결과를 냈다”고 말했다.

 

분석 결과 ”이 유전자가 있으면 동성애를 한다”라고 결론 내릴 수 있는 단일 또는 소수의 유전자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 동성애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지목됐던 X염색체 상의 유전자 밀집지역인 ‘Xq28’을 포함해 대부분의 단일 유전자 변이는 동성애 성향과 관련이 없었다. 간나 연구원은 “성 호르몬 조절 등에 관여하는 5개 유전자 변이만이 분명히(통계적으로 의미가 있는 수준으로) 동성애와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하지만 이들 변이가 동성애에 미치는 영향은 다 합쳐도 1%가 채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동성애가 유전에 의한 현상이 아니라는 뜻이 아니다. 쌍둥이를 대상으로 한 사람 및 동물 연구를 통해 동성애가 유전의 영향을 최소한 부분적으로 받는다는 사실은 확인돼 있다. 다만 ‘열쇠’가 되는 유전자 소수가 있지 않고, 오히려  수백, 수천 개의 수많은 유전자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유전자 변이 하나가 동성애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미미해몇 개의  유전자로 동성애 성향을 예측할 수 없다는 뜻이다. 

 

또 유전적 원인 외에 다양한 요인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브렌단 지에츠 호주 퀸스랜드대 심리학과 교수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태어나기 전 자궁에서의 호르몬 조건 등 환경도 동성애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멜린다 밀스 영국 옥스퍼드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이언스의 별도 논평에서 “개인의 동성애를 예측하는 데 유전자 변이는 믿을 만하지 못하다”며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동성애를 예측하거나 의학적 개입 또는 소위 ‘치료’를 하려 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유전에서 동성애 원인을 찾으려는 노력은 역사가 길다. 1993년 ‘사이언스’에 발표되며 유명해진 일명 ‘동성애 유전자’가 본격적인 시초다. 형제가 동성애자였던 집안의 유전자를 해독한 결과 X염색체의 Xq28라고 이름 붙인 긴 유전자 밀집 영역(유전자 표지)이 발견됐다. 이 연구를 주도한 딘 헤이머 미국 국립암연구소 박사는 동성애자 남성의 모계 집안에 역시 남성 동성애자가 많은 경향이 있음을 밝혔는데, 이들 역시 X 염색체에 Xq28 가 있었다.

 

헤이머 박사의 연구는 비교적 소수인 38쌍의 게이 남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라 공격을 받았는데, 2014년 앨런 샌더스 미국 노스쇼어대 보건시스템연구소 정신의학및행동과학과 교수팀이 409쌍의 게이를 대상으로 한 단일염기다형성(SNP)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이번 연구로 이런 ‘개별’ 유전자는 동성애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결론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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