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볏말뚝망둥어' 표준 유전체 완성…한반도 고유종中 최초

2019.08.29 10:14
이번에 표준 유전체를 제작한 한국 고유종 큰볏말뚝망둥어. 이철 연구원 제공-VGP 홈페이지 캡쳐
이번에 표준 유전체를 제작한 한국 고유종 큰볏말뚝망둥어. 이철 연구원 제공-VGP 홈페이지 캡쳐

한반도에 서식하는 고유종 생물의 표준 유전체(게놈)가 처음으로 완성됐다. 표준 유전체는 한 생물종의 유전체 정보를 정밀하게 해독해 만든 생물 유전 정보로 해당 생물종의 기준 데이터로 활용된다. 한반도 멸종 위기 고유종을 보존하고, 멸종된 생물종을 복원하기 위한 기초자료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김희발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교수와 이철 연구원, 김혜란 한국생명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남보혜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원팀은 남해안과 서해안 개펄에 서식하는 한국 국가 고유종 어류인 큰볏말뚝망둥어(사진)의 고품질 표준 유전체를 완성했다고 29일 밝혔다. 한국 국가 고유종의 표준 유전체가 완성된 것은 처음이다. 연구팀은 완성된 표준 유전체 데이터를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국제 척추동물 유전체 프로젝트(VGP)에서 발표하고 누구나 쓸 수 있게 VGP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고유종은 한정된 지역에만 분포하는 생물을 의미한다. 한국은 약 3만 종의 생물이 보고돼 있고 보고되지 않은 종도 10만 종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10%가 고유종으로 추정되지만 제대로 조사되지 못했다. 현재 고유종으로 지정된 생물은 2322종이며, 이 가운데 척추동물은 73종이다. 큰볏말뚝망둥어는 총 59종으로 척추동물 고유종의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어류의 일종이다. 길이가 어른 손가락보다 작으며 큰 등지느러미가 두 개 있고 눈이 위로 튀어나온 게 특징이다.  가슴지느러미를 이용해 개펄에서 걷는 듯한 동작(걸음유사행동)을 한다. 남해안과 서해안 강하구 근처 개펄에 산다.

 

이번 연구는 한국 연구팀이 한국 고유종의 표준 유전체를 만든 첫 사례다. 이철 연구원은 e메일 인터뷰에서 “진화적으로 의미 있는 특성을 지닌 어류 가운데 기존에 표준 유전체가 만들어지지 않았던 종을 찾던 중, 큰볏말뚝망둥어가 한국 고유종임에도 2014년 중국에서 먼저 표준 유전체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나고야의정서에 따라 유전체를 먼저 분석한 중국에 유전자원 주권이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에 서둘러 더 고품질의 표준 유전체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에 연구팀은 정확도 향상에 주력해 기존보다 정확도를 100배 이상 높여 국제 기준에 맞는 표준 유전체를 우리 손으로 처음 완성했다.

 

표준 유전체는 멸종에 대비해 생물의 기초 자료를 확보해 둔다는 의미가 있다. 이 연구원은 “현재는 한 시간에 3종씩 생물이 멸종해 ‘6차 대멸종 시기’라 불린다”며 “멸종에 대비해 척추동물의 표준 유전체를 확보해 종 보전과 복원에 활용할 데이터를 구축하기 위해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의 특성을 파악하고 인간에게 유용한 유전정보를 파악하는 효과도 있다. 이 연구원은 “표준 유전체 정보를 분석하면 인간에게 유용한 표현형질의 진화를 파악할 수 있어 유용한 유전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큰볏말뚝망둥어는 개펄에 사는 어류로 육상에 가장 적응을 잘 한 어류”라며 “육상 적응에 필요한 걷는 듯한 행동, 시력, 암모니아 대사 등을 다른 종과 비교하는 연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기존 표준 유전체와 이번에 새로 만든 표준 유전체 사이의 품질을 수치적으로 비교하는 연구를 하고, 다른 종과 비교 연구를 해 큰볏말뚝망둥어의 걸음유사행동의 진화 과정을 밝힐 계획이다.
 

연구팀은 국제 공동연구 프로젝트인 VGP에 일원으로 큰볏말뚝망둥어의 표준 유전체를 만들었다. VGP는 약 7만 종에 달하는 척추동물을 대상으로 정확도 99% 이상의 표준 유전체를 만드는 국제 공동 프로젝트로, 미국 록펠러대가 중심이 돼 활동하고 있다. 2018년 9월 1차로 14개 종의 표준 유전체를 공개했고, 이번에 큰볏말뚝망둥어 외에 흰수염고래와 큰돌고래, 마모셋 원숭이 등 68개의 표준 유전체를 공개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해양수산부 국가해양생물유전체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팀은 사업의 후속 연구로 고등어의 표준 유전체를 만들어 공개할 계획이다. 이 연구원은 "첫 연구가 국가 고유종에 대한 학술적 연구였다면, 두 번째 연구는 경제성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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