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 과학자가 이끄는 미국 연구팀이 최근 큰 혈관뿐 아니라 뇌혈관처럼 미세하고 복잡한 구조도 구불구불 다닐 수 있는 가느다란 와이어 로봇을 개발했다.
이미 로봇공학계에서는 혈류를 타고 다니면서 치료하는 마이크로로봇을 개발해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섬세한 조종이 어렵거나, 지름이 수 mm 이상으로 심장의 관상동맥 등 큰 혈관은 다닐 수 있지만 뇌혈관처럼 좁은 공간에는 들어갈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그런데 최근 솬허 자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기계공학과 교수와 김윤호 박사과정연구원팀은 실처럼 가느다란 덕분에 뇌혈관처럼 좁고 복잡한 곳까지 들어갈 수 있는 '연성 와이어 로봇'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 28일자에 실렸다.
자오 교수팀은 뇌혈관을 비롯한 미세혈관 속을 돌아다닐 수 있는 로봇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전체 지름이 약 600µm(마이크로미터) 정도로 매우 가늘다.
이 로봇의 골격은 자성을 띤 미립자가 분산된 부드러운 폴리머다. 연성을 가졌을 뿐 아니라, 몸밖에서 자기장을 걸어주면 자성 미립자가 반응해 자기장이 흐르는 방향으로 로봇이 휘어진다. 그래서 원격조종으로 로봇을 실지렁이처럼 부드럽게 몸을 휘어 방향을 틀 수 있다.
게다가 로봇의 표면을 수분이 많은 하이드로겔로 코팅했다. 하이드로겔로 코팅한 로봇은 코팅을 하지 않은 로봇에 비해 좁은 혈관을 통과할 때 생기는 마찰을 10분의 1 이하로 줄일 수 있었다. 로봇 안에는 소형 이미지 센서나 레이저 광섬유 등을 넣어 뇌졸중의 원인인 혈전을 제거하는 치료도 가능할 전망이다.
연구를 이끈 김윤호 박사과정연구원은 이메일을 통해 "실리콘을 이용해 실제와 똑같은 굵기로 만든 뇌 혈관 모형을 지나는 실험 결과, 이번에 개발한 와이어 로봇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음을 밝혔다"며 "뇌혈관 중에서도 미세한 것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지름 300µm이하로도 제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현재 애먼 파텔 하버드대 의대 메사추세츠병원 신경외과 전문의와 함께 실제 임상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어떤 기능을 향상시키면 좋을지 공동 연구하고 있다"며 "현재 특허 등록 중이며, 조만간 임상시험을 거쳐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