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폐기물 대란 '일회용기저귀'…과학계 "분리 수거후 즉시 소각만이 답"

2019.08.26 16:02
ㅀㄹㅇ
26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요양병원 기저귀 감염성균 및 위해균에 대한 위해성 조사연구 최종 보고 기자간담회’에서 김성환 단국대 미생물학과 교수가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의료폐기물공제조합 제공

의료폐기물이 최근 5년간 44%나 증가하면서 이른바 ‘폐기물 대란’이 가시화하고 있다. 정부는 2020년까지 의료폐기물을 약 20%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지난 6월 환경부는 의료폐기물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감염 위험이 비교적 낮은 병원에서 쓰던 일회용 기저귀를 의료폐기물이 아닌 일반폐기물로 처리하게 하는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상태다. 학계에서는 병원에서 쓰던 일회용 기저귀로부터의 병원균 확산 위험이 있기 때문에 지금처럼 의료 폐기물로 그대로 놔두고 기저귀만 따로 분리 배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녹색환경지원센터는 한국의료폐기물공제조합의 의뢰를 받아 지난해 12월부터 요양병원 기저귀 감염성균과 위해균에 대한 위해성 조사 연구를 해왔다. 센터로부터 위탁 받아 연구를 이끈 김성환 단국대 미생물학과 교수는 26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요양병원 기저귀 감염성균 및 위해균에 대한 위해성 조사연구 최종 보고 기자간담회’에서 전국 요양병원(1571곳)의 약 10%에 해당하는 152곳을 대상으로 일회용 기저귀를 조사해 위해균 유무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병원에서 나오는 의료용 폐기물 가운데 73%가 일회용품이고 이 중 상당수가 일회용기저귀로 추산된다. 

 

김 교수는 “일반 의료폐기물 전용 용기에 담겨 배출된 일회용 기저귀를 조사한 결과, 폐렴균과 식중독균, 요로감염균 등 병원균 7종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그는 “기저귀를 소각하지 않고 보관하는 기간이 길어지거나 주변 온도가 높아지면 기저귀가 부풀어 터질 수 있다"며 "그만큼 병원균이 주변으로 확산될 위험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환경부에서는 앞서 2007년 일회용 기저귀의 위해성을 평가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김성환 교수는 “당시에는 서울대병원 부인과 병동과 서울시보라매병원 주사실, 제주대학병원 응급실 등 극히 일부 병동에서 나오는 의료폐기물을 대상으로 연구했으므로 근거가 부족하고 일반화하기 어렵다”며 “일회용 기저귀의 감염성이 상대적으로 적다고들 하는데 어떤 병원균이 존재하는지, 환자의 면역력이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 감염성은 달라진다”고 비판했다. 

 

격리병동 아닌 일반병동 기저귀에서 폐렴균, 식중독균, 요로감염균 나와

 

 김성환 교수팀이 전국 요양병원 141개곳이 배출한 일회용 기저귀 폐기물을 조사한 결과 검출한 병원균 7종. 김성환 교수 제공
김성환 교수팀이 전국 요양병원 141개곳이 배출한 일회용 기저귀 폐기물 423개를 조사한 결과 검출된 병원균 7종. 김성환 교수 제공

김 교수팀은 3월 13일부터 6월 20일까지 의료폐기물을 처분하는 업체 8곳을 방문해 요양병원 152개의 요양병원에서 배출한 일반 의료폐기물 전용용기를 수거했다. 그 중 141곳의 일회용 기저귀 시료 423개를 채집해 전염 위험이 높은 균들이 존재하는지 유전자 분석했다. 

 

그 결과 135곳에서 폐렴을 일으키는 폐렴간균이, 134곳에서 화농성 염증이나 식중독을 일으키는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됐다. 이외에도 요로감염을 일으키는 프로테우스 미라빌르스균(95곳)과 포도상구균(84곳), 패혈증을 일으키는 녹농균(42곳), 폐렴을 일으키는 폐렴구균(28곳), 피부질환을 일으키는 칸디다 알비칸스균(5곳)이 검출됐다. 다행히 전염성이 높고 치명적인 결핵균은 검출되지 않았다.

 

김 교수는 "감염우려가 있는 격리병동이 아닌 일반병동에서 배출된 일회용 기저귀에서 폐렴이나 요로감염, 식중독 등을 일으킬 수 있는 병원균이 상당히 많이 나왔다"며 "일회용 기저귀로부터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철저한 조사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특히 2014년 법정감염병 제2군으로 지정된 폐렴구균은 감염과 사망률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며 "이 균이 일반병동 환자의 일회용 기저귀에서 검출됐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폐렴구균 환자는 2016년 441명에서 2017년 523명, 2018년 670명으로 늘어났고, 사망자도 2014년 6명에서 2015년 34명, 2016년 18명, 2017년 67명, 2018년 115명으로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소각까지 시간 길수록 전염 위험 높아져

 

2017년 기준 국내 의료폐기물 발생량은 약 21만 9073톤이다. 이 중 일회용 기저귀를 포함한 일반 의료폐기물은 73% 정도다. 현행법상 감염 환자의 기저귀 등은 격리의료폐기물로, 장기나 조직 등 신체의 일부와 주삿바늘, 수술용 칼날, 혈액투석 폐기물 등은 위해의료폐기물로, 혈액이 묻은 탈지면이나 붕대, 일회용 기저귀는 일반의료폐기물로 분류돼 전용 용기에 밀봉됐다가 대부분 소각 처리된다.  

 

문제는 폐기물을 소각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일회용 기저귀의 경우 발생 직후 소각까지 약 15일이 걸린다. 그 동안 기저귀 안에서 병원균이 증식할 수 있고, 기저귀가 훼손돼 바깥으로 확산될 위험도 있다.   
 
김 교수팀은 또 하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미 일반 병동에서 배출되는 일반 의료폐기물 전용 용기에서도 기저귀가 다른 폐기물들과 함께 섞여 있다는 점이다. 그는 “특히 기저귀는 다양한 병원균이 고밀도로 존재하는 고온다습한 환경”이라며 “일반 폐기물과 섞이는 과정에서 기저귀가 터지거나 벌어져 밖으로 노출될 경우 공중에 확산되거나 곤충이나 쥐 등으로 인해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회용 기저귀 폐기물로 인해 실제로 전염병 확산 가능성이 높은지 전파속도는 얼마나 되는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며 “당장은 일회용 기저귀를 다른 쓰레기와 따로 분류해 빠른 시일 내에 소각시켜 병원균 감염 위험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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