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불청객 비브리오 패혈증 원인은 '시한폭탄' 독소

2019.08.28 12:00
김명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이 비브리오 패혈증을 일으키는 독소의 작동 과정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김명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이 비브리오 패혈증을 일으키는 독소의 작동 과정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비브리오 패혈증은 매년 6~9월 국내 해안에서도 수십 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사망도 나오는 대표적인 급성 감염병이다. 만성신부전증이나 당뇨병 등의 만성질환을 겪는 환자는 감염 1~2일 만에 최대 70%가 사망하는 위험한 병이다. 원인균인 비브리오 패혈증균은 오염된 어패류나 해수에 의해 인체에 감염된다. 감염 시에는 독성을 갖지 않지만, 체내에 들어온 뒤에는 마치 시한폭탄처럼 갑자기 돌변해 강한 독성을 갖게 되면서 패혈증을 일으킨다. 이렇게 급격히 독성을 갖는 과정을 국내 연구팀이 처음 구체적으로 밝히는 데 성공했다. 독성을 차단하는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김명희 대사제어연구센터 책임연구원과 이영진 연구원, 김병식 이화여대 식품공학과 교수팀이 비르비로 패혈증균이 인체 감염 뒤 세포 구석구석에 독소를 퍼뜨리고, 이 독소를 분해해 세포에 동시다발적으로 피해를 입히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데 성공했다고 28일 밝혔다. 


비브리오 패혈증균은 인체에 감염된 뒤 ‘MARTX’라는 독소를 활성화해 독성을 일으킨다. 이 독소는 여러 병원균이 공통으로 사용하는 독소로, 지금까지 약 740종의 병원균이 이 독소를 이용해 인체에 피해를 일으킨다. 평소에는 마치 캡슐에 포장된 약처럼 아무런 작용을 하지 않지만, 인체에 들어가면 마치 캡슐이 열리듯 분해되면서 인체에 피해를 주는 핵심 원인인 독성 유발 인자를 방출시킨다. 이 독성인자는 몸 속의 단백질과 결합한 뒤 세포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패혈증균의 증식은 늘려 패혈증을 일으킨다.


김 책임연구원팀는 이 과정을 단계 별로 밝혔다. 먼저 독소가 단백질분해효소(CPD)에 의해 2~3개의 독성 유발 인자가 연결된 일종의 중간체를 만든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 중간체는 세포 속 다양한 곳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간체에 포함된 독성인자는 세포 속에서 면역과 신호전달 등의 역할을 하는 ARF1, ARF3, ARF4 등 여러 단백질과 결합했다. 결합한 독성인자는 단백질 분해 효소로 변신해 자신의 몸에 있던 독성 유발 인자를 잘라내 방출시켰다. 그 결과 마치 시한폭탄을 동시에 터뜨린 것처럼, 세포 구석구석이 일제히 독성 유발 인자에 노출되며 기능이 마비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독성 유발 인자와 ARF 단백질 사이의 결합 구조를 확인했다. 또 ARF 단백질과 결합하지 못하는 독성 유발인자를 제작해 쥐에 감염시킨 결과 패혈증 독성이 크게 감소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비브리오 패혈증균의 독소는 다양한 병원균에 존재하기 때문에 이번 성과를 여러 병원균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라며 “독성 유발 인자와 인체 단백질의 결합을 막는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19일자에 발표됐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