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아의 닥터스]"여성도 비뇨기과 당당히 가야죠. 진료에 '금녀 벽' 없애야"

2019.08.30 15:36

 

 

국내 여성 비뇨의학과 전문의 1호이자, 국내 여성 비뇨의학과 교수 1호인 윤하나 이대서울병원 교수
국내 여성 비뇨의학과 전문의 1호이자, 국내 여성 비뇨의학과 교수 1호인 윤하나 이대서울병원 교수

 

 

남성의 ‘남성’이 아플 때 가는 곳. 남들에게 말하기 힘든 아픔이 있을 때 가는 곳.

 

비뇨의학과는 다른 분야와 달리 ‘남성성’이 강하다. 왠지 비슷한 부위가 아파도 여성은 비뇨의학과보다는 산부인과를 찾는다. 이렇듯 대중의 편견이 남아있고, 1990년대만 해도 여성이라면 환자는커녕 의사도 어울리지 않았던 그곳에서 ‘금녀의 벽’을 무너뜨린 사람이 있다. 국내 여성 비뇨의학과 전문의 1호이자, 국내 여성 비뇨의학과 교수 1호인 윤하나 이대서울병원 교수다.

 

윤 교수는 현재 복압성 요실금, 과민성방광, 간질성 방광염 같은 배뇨장애를 전문으로 환자를 보고 있다. 이달 22일 서울 강서구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진료실에서 윤 교수를 만났다. 전공을 선택할 당시 남성 의사만 있었던 비뇨의학을 고른 이유와, 이곳에서는 정말 남성환자만 진료하는지 등 궁금한 것들을 물어봤다.

 

- 국내 여성 비뇨의학과 전문의 1호가 된 계기가 무엇인가

윤하나 교수 제공
윤하나 교수 제공

이화여대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이곳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모두 받았다. 이대부속 동대문병원에서 수련의(인턴)를 마치고 전공을 선택해야 할 때 두 가지 고민이 있었다. 원래는 내과에 관심이 많았지만 성격상 ‘진득하게 기다리는 일’이 싫었기 때문이었다. 환자에게 장기적으로 약을 주며 변화를 관찰하기 보다는 수술 등으로 적극적으로 치료에 개입하는 외과 계열이 나에게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비뇨의학과는 내과와 외과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다는 사실을 수련 중에 알게 됐다. 약과 수술을 적절하게 사용해 비뇨기의 기능을 회복시키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뇨의학과에 여성 전문의가 없어 여성 환자들이 가기를 어려워 한다는 얘기를 들은 것도 이유였다.

 

비뇨의학과에 지원을 하자 과가 발칵 뒤집혔다. 당장 여자 레지던트가 지낼 숙소가 없었던 탓이다. 남자만 있는 군대에 여군이 하나 들어가는 것과 비슷했다. 무엇보다도 교수님들에게 더욱 중요했던 문제는 ‘이 학생이 성공적으로 비뇨의학과를 전공하더라도 (편견을 넘고) 자기 전공으로 밥 벌이를 할 수 있겠느냐’였다. 당시 시대가 그랬다. 20세기라서 그랬나보다.

 

당시 이대부속 동대문병원 비뇨의학과 주임교수였던 권성원 교수(현 강남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님에게 “내가 비뇨의학과를 잘 할지에 대해서 현재로서는 잘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겠다. 전공 후 만약 내 비뇨의학과 의사로서의 미래가 불투명해지더라도 나는 비뇨의학과를 전공하고 싶다”고 뜻을 전했다. 내 뜻이 잘 전달된 덕분인지 그렇게 비뇨의학과를 시작하게 됐다.

 

- 아직도 여성 비뇨의학과 전문의는 많지 않은 거 같다. 어려움도 있었나

 

국내 비뇨의학계에서 여성은 처음이어서 어디를 가든지 눈에 띄었다. 그게 불편할 때도 있었지만 열심히 공부하는 힘이 되기도 했다. 전문의가 된 후 우리 학교(이화여대)뿐 아니라 다른 학교에서도 여성 지원자가 생겨났다. 결국 지금은 국내에 비뇨의학과 전문의이거나 수련 중인 여성 의사가 40명쯤 된다. 그만큼 여성에 대한 비뇨의학과의 문이 열렸다.

 

어떤 이들은 주로 남성인 환자들이 나를 불편해 하지 않냐고 묻기도 한다. 전문의가 된 초기에 학회와 함께 설문조사를 했다. 병원에 오는 환자들에게 무작위로 ‘비뇨의학과에 남성과 여성 의사가 있다면 누구에게 진료를 보겠느냐’를 물었다.

 

가장 많이 나온 대답은 ‘성별에 관계없이 실력이 좋은 사람’이었다. 내가 아픈 곳을 잘 봐주고 빨리 해결해주는 의사를 원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의사 생활을 하면서 내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의사를 바꿔 달라거나 불편함을 호소한 환자는 하나도 없었다.

 

- 사실 비뇨의학과에 환자로 가본 일이 없다. 비뇨기가 불편해도 여성 대부분이 산부인과를 찾는다. 어떤 경우에 비뇨의학과를 가야 하나

 

비뇨의학과는 소변이 만들어져서 모였다가 바깥으로 나가는 전 과정을 다 본다. 이 과정에서 불편함이나 통증이 있다면 비뇨의학과에 가야 한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소변은 다 보지 않는가.

물론 산부인과에 가도 상관은 없다. 목이 아플 때 이비인후과에 가야 하지만 내과에 가도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산부인과든 비뇨의학과든 의사의 전문분야가 무엇이며, 어디에 더 중점을 두고 환자를 보느냐가 중요하다. 진료 내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눈이 아프면 안과, 뼈가 아프면 정형외과 가듯이 아픈 장기 위주로 생각해서 과를 선택하면 되겠다. 쉽게 말해 자궁이나 난소 등 생식기관에 문제가 있다면 산부인과를 가고, 방광에 문제가 있다면 비뇨의학과에 와야 한다. 외부 생식기가 간지럽다면... 편한 데로 가라.

 

배뇨장애 전문이라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거나 달릴 때 소변이 흘러나오는 ‘복압성 요실금’, 소변이 자주 마렵고 참기가 힘든 ‘과민성 방광’, 방광 점막이 손상돼 통증이 발생하는 ‘간질성 방광염’을 주로 본다. 약물로 치료하는 경우도 있지만, 간질성 방광염처럼 증상이 심각할 경우 방광 일부를 없애고 소장의 일부를 잘라 붙이는 수술을 하기도 한다.

 

- 직접 새로운 검사법을 개발했다고 들었다. 어떤 검사인가

 

비뇨기에 아무 문제가 없어도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극심하다면 배뇨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건강한 사람도 환경이 바뀌면 변비가 생기거나, 시험 앞두고 갑자기 소변이 자주 마려워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나처럼 배뇨장애를 전문으로 하는 의사들은 우리끼리 ‘비뇨정신과’라고 부를 정도다. 스트레스 조절만 잘 해도 배뇨장애가 낫거나, 치료 효과가 높아진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심리상담전문사와 함께 ‘이화 비뇨 통증기능 척도검사’를 개발했다. 5월부터 임상에서 활용해 벌써 400건이 넘었다. 우울증과 불안장애, 공황장애, 신경증 등을 검사하는 항목을 복합해서 만든 거다. 이걸 활용하면 환자에게 배변장애가 생긴 이유가 정말 비뇨기에 문제가 생긴 것인지, 심리 상태 또는 정신질환이 원인인지 알 수 있다. 치료자의 입장에서는 환자를 더욱 자세히 파악해 치료 방향을 잡을 수 있어 효과적이다. 이전에 치료 효과가 낮았던 환자를 이 검사를 통해 치료한 경우도 있었다.

 

- 건강한지 아닌지 스스로 판단하는 방법이 있나

윤하나 교수 제공
윤하나 교수는 최근에는 필라테스나 음악을 통해 배뇨장애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건강강좌를 여러 번 진행했다. 윤하나 교수 제공

건강한 사람은 하루에 4~6번, 한 번에 250~350cc씩 오줌을 눈다. 물론 수박을 먹거나 물이나 커피를 마니 마셔 평소보다 소변을 자주 눠야 할 때도 있다. 소변을 보고 ‘시원하다’고 느낀다면 건강한 것이다. 또 잠을 자고 있는 한밤중에는 소변이 거의 마렵지 않아야 한다. 항이뇨호르몬이 분비돼 낮보다 오줌이 적게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소변을 보고 잠을 자거나, 아침에 소변이 마려워서 잠을 깬다면 건강한 것이다.

 

그런데 2시간 이내에 한 번씩 화장실을 갈 만큼 자주 보거나(빈뇨) 밤에 소변이 자주 마렵거나(야간빈뇨) 소변을 봐도 시원하지 않고 소변줄기가 약하다면 비뇨기에 이상이 생겼을 수도 있다.

 

일부러 6시간 넘게 소변을 참는 것도 건강에 좋지 않다. 소변은 하루만 못 봐도 죽는다. 우리 몸속에 있는 노폐물이 소변을 통해 밖으로 나가야 한다. 그런데 몸속에 고여 있으면 균이 자라기 매우 좋은 환경이 돼 방광염이나 요로감염, 신우신염, 패혈증이 생길 수 있다. 요독증이 발생해 심각할 경우 심장마비로 사망하기도 한다.

 

비뇨기 질환은 삶의 질과 연관된 것이 많다. 수면이나 생활에 지장이 생길 만큼 소변이 불편하다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 비뇨기 질환은 나이가 듦에 따라 발병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고령화사회에서는 중요한 분야가 될 전망이다.

 

최근에는 필라테스나 음악을 통해 배뇨장애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건강강좌를 여러 번 진행했다. 특히 필라테스는 스트레스를 풀면서 몸도 건강해지고, 강좌에서 배운 동작을 집에서도 할 수 있으니 환자들이 무척 좋아했다. 앞으로도 이렇게 ‘즐겁게 건강한 이벤트’를 많이 만들어서 진료 시간 외에도 환자들에게 좋은 정보,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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