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물학자들 "세계 최대 진주 공룡 발자국 화석지 현지 보존해야" 성명

2019.08.21 17:00
지난 1월 말 방문한 경남 진주시 정촌면 뿌리산업단지 조성부지 내 공룡 발자국 화석 발굴지. 세계 최대, 최고 밀도의 공룡 발자국 산지지만, 공사 현장에서 발굴돼 현지 보존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진주=윤신영 기자
지난 1월 말 방문한 경남 진주시 정촌면 뿌리산업단지 조성부지 내 공룡 발자국 화석 발굴지. 세계 최대, 최고 밀도의 공룡 발자국 산지지만, 공사 현장에서 발굴돼 현지 보존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진주=윤신영 기자

경남 진주의 산업단지 공사현장에서 발견된 세계 최대 밀도의 공룡 및 익룡 발자국 화석산지가 공사로 사라질 위험에 처한 가운데, 고생물학자들이 화석산지 보존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국고생물학회의 ‘진주 정촌 공룡 발자국 화석산지 보존을 위한 고생물학 전공자 모임’은 진주 정촌 뿌리산업단지 공룡 발자국 화석 산지를 현지 보존해야 하며, 균열 등 손상에 대해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21일 발표했다. 성명서에는 최덕근 서울대 명예교수와 장순근 극지연구소 명예연구원, 양승영 경북대 명예교수, 오재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명예연구원 등 고생물학 분야 원로와 이승배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박물관장, 류춘길 한국지질환경연구소장 등 현장 연구자 50명이 참여했다.


진주 정촌 공룡발자국 화석산지는 세계 최대 규모, 최대 밀도의 공룡발자국 화석산지다. 초등학교 교실 하나 정도 크기의 넓이의 지층에 1만 개 이상의 공룡 발자국이 집중돼 있다. 기존에 가장 많은 발자국이 집중된 화석산지로 알려져 있던 볼리비아 등보다 월등히 크고 화석 상태가 좋지만, 산업단지 공사장 한가운데에서 발견돼 문화재청이 현지 보존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올해 1월 말 본보가 보도하면서 세상에 알려졌으며, 보존을 위한 국민청원까지 개설될 만큼 큰 관심을 모았다(관련기사 ▶ 진주서 발견된 세계 최대급 ‘공룡 발자국 화석지’ 사라지나).


전공자 모임은 성명서에서 “8개 지층에서 보존 상태가 매우 좋으며 세계 최고의 밀집도를 보이는 1만 여 개 이상의 공룡, 익룡 발자국이 발견됐고 4개 지층은 발굴도 진행되지 못한 상태”라며 “세계자연유산이 요구하는 희소성을 포함해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있는 만큼 현지 보존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전공자 모임은 “하지만 문화재청과 진주시, 경상남도는 화석산지에 발생한 암반 균열과 발자국 화석 보존 처리 문제를 이유로 현지보존을 주저하고 있다”며 “행정편의주의적으로 화석산지를 이전하려 하지 말고 원형 그대로 현지에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석산지에서 보이고 있는 암반 균열에 대해서는 “더 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비전공자인 지질분야 문화재위원이나 전문위원, 행정가가 아니라 토목 및 건축 전문가의 의견을 기초로 판단하라”고 요구했다.

 

경남 진주시 정촌면 뿌리산단 내에서 발견된 수각류 공룡발자국들. 진주=윤신영 기자
경남 진주시 정촌면 뿌리산단 내에서 발견된 수각류 공룡발자국들. 진주=윤신영 기자

성명서는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회의 역할은 우리의 문화 유산을 보존하는 것”이라며 “어떤 외부 압력에도 굴하지 말고 현지 보존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끝을 맺었다. 


한편 전공자 모임은 “국외 연구자도 현지 보존을 지지하는 편지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한국 백악기 화석 전문가인 마틴 로클리 미국 콜로라도대 박물관장(지질학과 교수)는 7월 전공자 모임에 편지를 보내 “수많은 세계적 고생물학자들이 연구를 위해 다녀가 저서에 소개하고 논문으로 기고한 우수한 공룡발자국 산지”라며 “넓은 지역에 흩어져 있지 않으므로 보존하기 좋다. 세계유산 후보로 손색이 없을 것이며 한국 과학의 영구적 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촌 화석산지를 발굴을 주도한 김경수 진주교대 과학교육과 교수는 “현지 보존 여론이 높지만, 보존처리 전문가나 문화재 위원 등 문화재 전문가들마저 협조적이지 않아 상황이 매우 어렵다”며 “현지보존이 최선인 만큼 끝까지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22일 전문가를 초청해 두 번째 보존조치 평가회의를 할 계획이다. 평가회의 결과는 9~10월경 문화재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이다. 현재 전문가 사이에서는 현지보존과 이전보존 의견이 맞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남 진주에는 해당 화석산지 외에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개구리 발자국 화석 산지, 피부까지 보존된 화석 산지 등 학술적 교육적 가치가 높은 화석이 여러 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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