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창조경제 설명만 하면서 허송세월 보내나

2013.11.26 18:00

 

전준범 기자
전준범 기자

  이달 22일 오전 7시 30분 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의 주최로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초청 조찬모임이 열렸다. 이른 아침에도 불구하고 많은 과학기술 관계자들이 모여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북적였다. 행사 사회자도 “평소 참석자 수가 20명 안팎인데 오늘은 유난히 많은 분들이 오셨다”며 놀랐다.

 

  이 자리에서 최 장관은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미래창조과학부의 과학기술정책’이란 주제로 45분 간 발표했다. 미래부가 과학기술 컨트롤 타워이며, 다양한 과기정책으로 정체국면에 접어든 국가성장률을 끌어 올리겠다는 '낯이 익은' 내용이 주를 이뤘다. 또 최 장관은 발표시간의 많은 부분을 할애해 창조경제의 개념과 미래부의 조직 구성 등도 소개했다.

 

  이 때문일까. 발표가 진행됨에 따라 청중의 얼굴에서는 지루함이 느껴졌다. 좋은 소리도 여러 번 들으면 지겹다는데, 현 정부 출범 이후 계속 나온 얘기들을 재탕하는 수준이었으니 오죽할까.

 

  문제는 바쁜 사람들에게 아침 일찍부터 ‘뻔한’ 내용을 들려줬다는 것이 아니라 조찬모임의 진짜 목적이 뭔지 헷갈릴 정도로 형식적이었다는 점이다. “과학기술계 인사들과 격의 없는 의견을 나누는 소통의 자리를 마련했다”는 주최측 초청문안이 민망하게 느껴졌다.

 

  미래부는 주최측인 과실연을 통해 행사 바로 직전 취재 기자들에게 장관 발표 후 질문을 말아달라고 통보해왔다. 이유도 어처구니 없다.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기자를 제외한 일반 참석자들의 질문 기회도 단 네 번에 불과했다.

 

   주제 발표 때 최 장관은 “창조경제의 핵심은 누구나 제약 없이 참여해 아이디어를 나누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창조경제의 첨병이라는 미래부 수장이 말과 행동을 달리 한 것이다. 비록 가벼운 조찬모임이었다고 해도 열린 마음으로 현장의 쓴 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시간을 갖는게 낫지 않았을까.

 

  많은 참석자들이 “다 아는 뻔한 내용 발표는 간단히 하고 질문이나 건의사항 시간을 더 길게 가졌다면 훨씬 나았을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최 장관은 다음 일정 때문에 대화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해 죄송하다고 거듭 양해를 구하면서도 행사 종료 후 사진 촬영은 빼먹지 않았다.

 

  보여주기 위한 관습적인 행사는 아무리 그 취지가 좋아도 무의미할 따름이다. 넥타이를 풀고 팔을 걷어붙인 뒤 테이블에 둘러앉아 과학기술계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노력이 이뤄지지 않는 한 창조경제는 그나물에 그밥이요, 배고프면 밥먹자는 뻔한 구호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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