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사회심리학]나에게만 초점을 맞추면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

2019.08.17 06:00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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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상을 보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뭘까?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가 나, 나의, 나를 등 ‘나’와 관련된 생각을 얼마나 많이 하느냐다. 


사람들에게 여러가지 과제를 주고 한 그룹의 사람들에게는 평균 이하의 성적을 거두었다는 피드백을 준다. 다른 조건의 사람들에게는 평균 이상의 성적을 냈다는 정보를 준다. 즉 한 그룹의 사람들에게는 성공을, 다른 조건의 사람들에게는 실패를 맛보게 한다. 

 

그러고나서 글을 쓰게 하거나 어떤 글에 ‘나’와 관련된 단어들이 몇 개나 나오는지 세어보라고 한다. 그러면 우울하지 않은 사람들은 실패했을 때보다 성공했을 때 더 자신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는 경향을 보인다. 실패했을 때보다 성공했을 때 나, 내가, 나를 같은 단어를 많이 쓰고 나와 관련된 단어들을 더 잘 찾는 경향을 보인다. 

 

우울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은 정반대의 경향을 보인다. 이들은 성공했을 때보다 실패했을 때 자신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이후 과제에서 왜 실패한 거 같냐고 물으면 그날따라 컨디션이 나빴을 수도, 과제가 낯설어서 등 다양한 이유가 존재할 수 있는데도, 우울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은 ‘내’ 실력이 나빠서, ‘내가’ 실수를 많이 해서 등 실패의 이유를 주로 자신에게서 찾는 경향을 보인다. 

 

실패의 원인을 내 안에서 찾는 등 실패를 ‘개인화’하고 ‘자아의 이슈’로 만드는 정도가 크다보니 실험실에서 한 별 의미 없는 과제에도 기분이 상하고 좌절을 느낀다. 잘 할 수도 못 할 수도 있는 별 의미 없는 과제요 못해도 거기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큰 문제도 작은 문제도 다 잘 해야 하고 모두 내가 원인이라고 생각할 때 삶이 힘들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외부가 아닌 나의 내면에서 원인을 찾을수록 그 원인은 많은 경우 해결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라는 점에서 희망이 없기도 하다. 예컨대 컨디션이나 스트레스는 내 힘으로 회복할 수 있는 것이지만 내 지능이, 성격이, 의지력이 문제라는 진단을 내리고 나면 사실상 별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애초에 그게 진짜 문제의 원인이라는 보장도 없지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고 나 또한 그렇기 때문이다. 

 

원인을 내 안에서 찾으면 찾을수록 느는 것은 좌절과 포기라는 얘기다. 그러다보니 자기 반성이 잦고 자기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설 것만 같지만 의외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많은 학자들이 ‘습관적으로 주의를 내면으로 돌리는 것(chronic self-focused attention)’이 우울증의 주된 원인이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적당한 자기반성은 도움이 된다. 어떤 실수를 했고 그 원인을 파악했다면 다음에는 이렇게 하지 말자고 다짐하며 넘어가면 된다. 

 

하지만 우울증상을 보이는 사람의 자기반성은 해결책을 찾는 데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문제 해결을 위한 자기 비판이 아니라 자기 비판 자체가 목적인 것처럼, 문제와 관련된 특정 행동이 아닌 자신의 모든 행동과 특성들을 걸고 넘어진다. 또 작은 일에도 사사건건 자기반성을 하는 등 어떻게든 자신을 비판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자기 반성도 어디까지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목적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적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때로는 모든 불행의 원인이 나인 것은 아니다. 세상의 모든 일을 통제하는 신과 같은 힘을 가지고 있지 않는 한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불운도 존재하는 법이다.  모든 일의 원인을 나에서 찾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않다는 것이다. 

 

한 가지 좋은 소식은 이런 고질적인 자기초점적 주의를 탈피하는 방법이 없지는 않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실패 상황에서 나와 상관없는 타인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하는 등 시선을 잠시 외부로 돌리기만 해도 자신에 대한 생각을 하게 두었을 때에 비해 자신을 비난하는 정도가 적었다는 발견이 있다. 

 

내가, 나는, 나를, 나에게 등 나에 대한 생각이 많아질 때면 차라리 귀여운 강아지나 고양이 사진을 보거나 아인슈타인에 대한 생각을 하는 등 나에게로만 향하던 주의를 끊어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멀쩡한 상태에서도 멀쩡하고 생산적인 생각을 하기 쉽지 않은데 상태가 멀쩡하지 않은 내가 하는 생각이라고 하면 더더욱 쓸모있는 것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이미 우울한 나를 더 고문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면 자기반성을 하더라도 피곤하지 않고 우울하지 않을 때 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경험상 내가 나에 대해 생각할 시간에 맛있는 걸 먹는 게 훨씬 더 생산적인 것 같기도 하다. 

 

나를 지나치게 포장하고 감싸고 도는 것도 문제이지만 지나친 자기반성도 문제다. 그 방향이 어떻든 나를 향한 나의 지나친 관심이 고통의 근원일 때가 많은 것이다. 나의 나를 향한 관심이 좀 줄어들길, 내가 나에게 좋은 평가를 얻고 잘 보이는 것을 목적으로 살지 않기를 바래본다. 

 

참고자료

-Mor, N., & Winquist, J. (2002). Self-focused attention and negative affect: A meta-analysis. Psychological Bulletin, 128, 638-662.
-Greenberg, J., Pyszczynski, T., Burling, J., & Tibbs, K. (1992). Depression, self-focused attention, and the self-serving attributional bias.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13, 959-965.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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