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의 집념이 낳았다… X선 장비 美·日서 ‘기술 독립’

2019.08.16 15:06
이철진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가 1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캠퍼스 연구실에서 21년의 연구 끝에 자체 개발에 성공한 차세대 X선 발생 장치(냉음극 X선튜브)를 들고 있다. 기존 기술보다 효율성이 최대 100배 높다. 윤신영 기자
이철진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가 1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캠퍼스 연구실에서 21년의 연구 끝에 자체 개발에 성공한 차세대 X선 발생 장치(냉음극 X선튜브)를 들고 있다. 기존 기술보다 효율성이 최대 100배 높다. 윤신영 기자

좌우명이 ‘우보천리(牛步千里·소의 걸음으로 천리를 간다는 뜻)’라고 했다. 성과가 안 나온다며 동료 연구자들이 하나둘 떠난 ‘유행 지난’ 연구 주제에 20년 넘게 매달렸다. 연구비조차 타기 어려울 정도였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시행착오를 겪고 또 겪은 결과는 컸다. 123년 동안이나 바뀌지 않던 X선 기술을 근본부터 흔들 수 있는 효율 좋고 완성도 높은 신기술 개발에 마침내 성공했다.

 

이철진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의 이야기다. 이 교수는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의료와 보안, 비파괴 검사 등에 널리 쓰이는 X선 장비의 핵심 부품인 ‘X선 튜브’를 대체할 차세대 X선 튜브(그래핀-탄소나노튜브 기반 냉음극 X선 튜브)를 21년간의 외길 연구 끝에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X선 튜브는 X선을 직접 발생시키는 핵심 부품으로, 1개의 가격이 최대 수천만 원에 이른다. 이 부품을 핵심 장비로 사용한 의료기기 중에는 대당 가격이 수십억 원을 넘는 것도 있다. 하지만 X선 튜브 분야는 미국과 일본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1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캠퍼스 연구실에서 만난 이 교수는 시제품까지 만든 새로운 X선 튜브를 처음 공개했다. 그는 “기존 X선 튜브 기술을 120여 년 전부터 개발해 온 미국과 유럽, 일본 기업과 한국 기업은 엄연한 기술력 차이가 있다”며 “기존 패러다임을 뒤집지 않고는 후발주자 한국으로서 가망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비교적 기술력이 있는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해 X선 튜브를 제작하는 연구에 매달렸다. 이 교수는 탄소나노튜브를 소재 단계부터 직접 개발해 100배 효율이 좋으면서 기존 의료장비에 바로 응용할 수 있는 X선 튜브를 개발했다.

 

탄소나노튜브 기반 냉음극 X선 튜브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국내기업 브이에스아이(VSI)가 앞서 개발한 바 있다. 이 교수는 탄소나노튜브를 독창적인 방법으로 가하고 그래핀 전극을 추가해 다른 방식으로 구현했다. 현재 이 기술은 국내외에 13건의 특허를 등록 또는 출원했으며, 관심을 갖는 국내외 기업을 대상으로 기술이전을 논의 중이다.

 

이 교수는 1983년 삼성반도체통신(이후 삼성전자와 합병)에 입사해 9년 동안 64K D램부터 16M D램까지 개발에 참여했던 한국 반도체 신화의 원년 멤버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그때도 선진국조차 시도하지 않던 소재 혁신을 주도하며 ‘반도체 한국’의 기틀을 닦는 데 일조했다. 그는 “최근 일본과의 ‘소재 전쟁’을 바라보는 감회가 남다르다”고도 했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부품 수출 규제가 현실화되면서 ‘한국은 소재 연구를 하지 않고 무얼 했느냐’는 비판이 많습니다. 하지만 국내에도 ‘우보천리’의 자세로 꾸준히 연구하는 연구자도 있습니다. 우리 국민도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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