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동물들의 흔적 찾아 숲속에서 펼쳐진 1박2일간의 작은 모험

2019.08.10 17:56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 지구사랑탐사대 2019 여름캠프가 8월 9일부터 11일까지 열렸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 지구사랑탐사대 2019 여름캠프가 8월 9일부터 11일까지 열렸다.

"이들 동물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가 붉은박쥐와 얼룩새코미꾸리, 물장군 사진을 앞에 놓고 학생들에게 물었다. 장 교수는 “이 세 종은 모두 생태계에서 사라져 가는 멸종위기종"이라며 "마치 탐정처럼 동물의 배설물과 발자국, 깃털 같은 동식물 흔적을 찾아다니게 될 텐데 절대 이들 동물은 채집해서는 안된다"며 단단히 일렀다. 

 

동아사이언스 과학잡지 어린이과학동아와 장 교수가 함께 추진하는 생태연구 시민과학프로젝트인 지구사랑탐사대 7기 여름캠프는 장 교수의 이 같은 단단한 당부의 말로 시작했다. 

 

지구사랑탐사대 프로젝트는 탐사대원으로 불리는 참가자들이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서식하는 생물종을 골라 소리와 사진 정보를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에 올리면 과학자들이 이 데이터를 분석해 연구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올해 행사는 이달 9일부터 11일까지 경북 봉화의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 각각 1박2일간 일정으로 2회에 걸쳐 열린다. 탐사대장을 맡은 장 교수와 여름캠프에 참여한 학생 탐사대원 140여 명 외에도 개미연구자인 조명동 강원대 연구원, 조류를 연구하는 심유진 연구원,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소속 식물 및 곤충 연구자들이 참가했다. 

 

올해 행사 주제는 ‘생물의 흔적 찾기’로 잡았다.  학생들은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 설립된 야생식물 종자 보관소인 시드볼트를 비롯해 겨울연못, 어린이 정원 등을 둘러보며 개미와 새의 흔적을 찾았다. 수목원 내에서 자주 출몰하는 포유류인 멧돼지와 고라니의 흔적을 찾기 위해 트랩 카메라도 설치했다.

 

첫날 탐사는 개미의 흔적을 찾는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 8월 한낮 쨍쨍한 햇볕 아래서 호기심 어린 눈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한쪽에서 개미 무리가 싸우는 모습이 발견되자 개미 전문가인 조 연구원이 설명을 이어갔다.  “주름개미 두 군집이 서로 물어뜯으며 치열한 전쟁을 하고 있네요. 싸움은 짧게는 몇 시간에서 길게는 며칠까지 계속 됩니다. 한 군집의 여왕개미가 상대편 굴을 차지하며 싸움은 끝납니다.”

 

학생 대원들은 노란빛에 긴 더듬이가 눈에 띄는 스미드 개미, 굴곡진 허리를 지닌 곰개미, 불개미 등 평소 도시 일상에선 보기 힘든 다양한 개미들의 모습을 발견했다. 개미알을 들고 가거나 부상당한 개미를 도와 옮기는 등 개미의 사회성을 엿볼 수 있는 행동도 관찰됐다. 

대원들이 멧돼지가 파헤쳐 놓은 흔적을 확인하고 있다.
대원들이 멧돼지가 파헤쳐 놓은 흔적을 확인하고 있다.

해가 지고 어두 컴컴해지면서 서늘한 바람이 불자 이번에는 야간 탐사를 시작했다. 행사의 하일라이트다. 

 

“수목원 안에서 멧돼지들이 자주 출몰합니다. 밤에 멧돼지 가족의 이동이나 고라니를 발견할 수 있어요. 멧돼지를 발견하면 조용히 즉시 자리를 벗어나야 합니다. ” 수목원 관계자들의 말이다.  일부 참가자들은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맷돼지를 마주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살짝 흥분하기도 했다. 

 

수목원 관계자는 얼마 안 가 맷돼지 흔적을 찾아 가리켰다.  “여기 땅이 움푹 파인 곳이 보이나요? 멧돼지가 킁킁거리고 다닌 흔적입니다. 주로 식물의 뿌리를 먹고 살기 때문에 이렇게 밤새 땅을 헤집어 놓습니다..” 

 

밤 늦게까지 멧돼지 흔적은 길 곳곳에서 관찰됐다.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실제로 멧돼지를 마주치지 못했다. 멧돼지가 출몰하는 길목과 먹이터에 트랩 카메라를 설치하고, 다음 날 멧돼지나 고라니의 모습이 찍히길 기다려 보기로 했다. 수목원 내 거울연못으로 이동한 대원들은 정금선 연구원과 수련, 노랑어리연꽃, 물무궁화 등 다양한 수생식물도 관찰했다.  

 

숙소로 돌아오자 남종우 백두대간수목원 연구원이 텐트 중간에 등을 켜놓고 곤충을 불러들이고 있었다. 불빛을 보고 몰려온 곤충들이 텐트를 빼곡히 채웠다.  남 연구원은 “독나방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며 "나방을 만진 후엔 절대로 눈을 만지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날 텐트에는 알락굴벌레나방, 흰무늬왕불나방, 꽃술제주나방, 사슴벌레, 고동털개미, 명주잠자리가 출연했다. 브라더스 팀의 정민규군(강동초 3)은 “처음에는 곤충이 자꾸 달려들어 무서웠는데, 적응하고 나니 매미와 나방, 사슴벌레, 개미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불빛을 보고 몰려언 곤충을 관찰하고 있다.
불빛을 보고 몰려언 곤충을 관찰하고 있다.

이튿날 새벽에도 탐사활동이 이어졌다. 오전 6시는 새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간대다. 이번에는 조류 탐사를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참가자들은 새가 떠날까 잔뜩 목소리를 낮추고 새의 소리에 귀기울였다. 새호리기는 ‘끼끼끼끼 끼끼끼끼’,  청딱따구리는 ‘히요요오 히요요오’, 물까치는 ‘그웨엑, 그웨엑’하며 우는 소리를 냈다. 황지윤 양(강원 솔샘초4)은 “바닥에 떨어진 노랑할미새의 깃털을 우연히 주었는데, 오묘한 색에 신비로운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앞서 전날 설치한 트랩 카메라에 찍힌 동물을 확인했다. 카메라 앞을 서성이는 고라니의 모습이 뜨자 작은 탄성이 나왔다. 장우진 군(능실초3)은 “늘 책으로만 보던 생물을 실제로 볼 수 있어 멋진 시간이었다"며 “생물학자의 꿈에 한 걸음 더 다가간 것 같아 뿌듯했다”고 말했다. 

 

장이권 교수는 “동물의 흔적을 주제로 한 캠프는 처음이었는데, 새로운 시도일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취지를 살린 ‘바른 시도’였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캠프가 대원들이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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