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비대해진 자아는 자신을 위험에 빠뜨린다

2019.08.10 06:00
혐오범죄나 폭력범죄를 일으키는 사람들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일 것이라는 통념이 있지만, 실제 연구들에 의하면 정답은 그 반대다. 게티이미지뱅크
혐오범죄나 폭력범죄를 일으키는 사람들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일 것이라는 통념이 있지만, 실제 연구들에 의하면 정답은 그 반대다. 게티이미지뱅크

미국에 살면서 왜 총기난사범들은 다수가 백인인지가 궁금했다. 오랜 시간 동안 수탈당해온 흑인들이 백인을 미워해서 혐오범죄를 저지르는 쪽이 더 자연스러울 거 같은데 왜 혐오 범죄를 저지르고 특히 불특정 다수를 살해하는 행위는 백인들이 더 많이 하는 걸까? 오랫동안 교육의 기회나 투표권도 갖지 못한 채 착취당해온 것은 흑인들이요 아직도 주류 사회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백인이다. 정작 억울해하고 피해의식을 느껴야할 사람들은 가만히 있는데 왜 상대적으로 특권을 누려온 사람들이 더 억울해하고 더 피해의식이 심한걸까?

 

비대한 자아의 해로움

 

혐오범죄나 폭력범죄를 일으키는 사람들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일 것이라는 통념이 있지만, 실제 연구들에 의하면 정답은 그 반대다(Baumeister et al., 1996). 무시한다고 분노하는 건 자존감이 낮기보다 ‘근거 없이’ 높고 자의식이 심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특히 나는 남들과 달리 특별하며 따라서 좋은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하는 나르시시즘의 자격의식과 공격성 사이에 깊은 관계가 있다(Reidy et al., 2008).

 

쉽게 말하면 그간 너무 우쭈쭈 받고 살아와서 현실감 없이 자기가 진짜 대단한 존재라고 생각할 때, 쉽게 무시당했다 느끼고 공격성을 표출한다. 내가 가진 특권이 특권인 게 아니라 진짜 내가 대단해서 누리는 것인 줄 알고, 그런 내가 계속해서 많이 누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나는 남들보다 우월하니까 당연히 더 많은 걸 누려야해’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사회가 점점 평등해진다? 그러면 이들은 자신들이 부당하게 박해를 받는다고 느낀다. 높은 사회적 지위와 권력이 주어지지 않는 현실에 ‘내 것을 빼았겼다’고 느낀다(Bushman et al., 2003).

 

그 결과 마치 세상과 남들이 자신에게 빚이라도 진 것처럼 맡겨놓은 대접과 인정 내놓으라며 때를 쓴다. 그 과정에서 왜 대단한 나를 알아주지 않냐며 주변 사람들을 괴롭힌다. 이와 달리 비슷한 상황에서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분노의 종착지가 타인에 대한 공격이기보다 내가 그렇지 뭐 류의 자책과 자기비난이다.  

 

관련해서 권력이 없는 사람이 쉽게 분노할 것 같지만 연구에 따르면 의외로 권력감이 클수록 조금이라도 손해보는 것 같으면 참지 못하고 분노하는 경향을 보인다(Ding et al., 2017). 권력감이 낮은 사람들은 실제 억울한 일이 발생해도 이게 다 내가 못난 탓이라며 남을 비난하기보다 자기 탓을 하고 입을 다무는 편이다.

 

인간은 환경과 권위, ‘자기 처지’에 꽤나 잘 순응하는 동물이어서 많이 가지면 그건 다 내가 잘난 탓이어서 당연한 결과라고 받아들이고 적게 가지면 적은대로 그건 내가 못나서 그렇다고 순응하는 편이다. 힘이 없는 경우 내가 분노해봤자 사람들은 관심이 없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기도 하다. 분노 표출도 내가 분노하면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나를 다르게 대할 거라는 자신감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특히 각종 혐오범죄, 인종차별, 불링같이 타인에 대한 심각한 폭력을 동반하는 범죄들이나 백인우월주의, 남성우월주의 같은 것들은 자기비하가 심하고 자신의 가치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들보다는 자신은 당연히 남들보다 우월하고 따라서 더 나은 대접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의해 저질러진다.

 

이런 이유로 바우마이스터(Baumester), 부시먼(Bushman), 리어리(Leary) 등 많은 심리학자들이 목소리를 높여 낮은 자존감보다 근거없이 부풀려져있고 따라서 불안정한(inflated and unstable) 자존감이 더 위험하다고 이야기한다(Leary & MacDonald, 2003). 자존감이 낮을 때는 본인이 괴롭고 말지만 고평가된 자아는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도 지금 직장에서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도 스스로의 가치를 과대평가하는 사람들이다. 모르는 데 안다고 빡빡 우기고 아니라고 하면 "감히 나한테 아니라고 하냐"며 "한 수 가르쳐주겠다"고 부들거리는 사람이다.

 

우월감을 쫓다 타인을 해친다

 

점점 늘어나고 있는 총기난사 범죄자들에 대해서도 결국 지나치게 비대한 자아가 원인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의 심리학자 브레드 부시먼 교수는 30여년에 걸친 공격성 연구 끝에 내린 결론은 "자신이 남들보다 우월하다는 믿음(종교, 인종, 성별, 성적지향, 정치적 입장, 이데올로기, 학교, 국가 등)이 만악의 근원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심리전문 매체인 '사이포스트(PsyPost.org)'와의 인터뷰에서 나르시시스트들은 자신은 특별한 대접을 받아야 하는 특별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며 따라서 본인에게 적합한 대우가 주어지지 않을 경우 주변 사람들을 응징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언급했다. 총기난사범들 역시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행동은 잘 보이지 않고 다른 인간 위에 군림하는 신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는 욕구를 보인다고 한다. 예컨대 1999년 일어난 미국 컬럼바인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의 경우 범행 전 “인간이 살고 죽는 것을 결정하는 최종 결정권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총기난사범들은 자신을 '최상급의 젠틀맨', '우월한 자', '진정한 알파 메일(male)'로 소개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많은 경우 흑인은 백인을, 여성은 남성을 억압하고 있어 이를 제거하는 투사나 영웅으로 자신을 포지셔닝한다.  그러면서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한나머지 거창한 성명서를 남긴다. 여러모로 작은 자아와는 거리가 먼 행동들이다.

 

부시먼은 일반적인 범죄자들은 자신의 범죄를 숨기고 싶어하지만 혐오범죄를 일으키는 사람들은 그 반대라고 언급했다. “그들은 나르시시스트들이 그러하듯 온 세상이 자신에게 주목하길 바란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너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물론 건강하지 않은 자존감인건 맞지만 낮은 게 문제가 아니고 그 반대이기 때문에,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자의식 축소와 현실감각 챙기기가 필요하다. 너는 네가 생각하는 만큼 대단한 존재가 아니다.

 

예를 들어 네가 가진 것이 모두 너의 노력으로 인한 것도, 너에게 합당한 자격이 있는 것도 아니다. 모두에게 대접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며 타인을 땔감으로 네 기를 펴려고 하면 안 된다. 네가 노력한다고 해서 모두가 알아주고 박수쳐줘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지구가 너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도 당연히 아니다 같은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반대로 자격의식이 넘치는 사람에게 너는 대단하고 멋지며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하는 일반적인 자존감 높이기 교육을 하면, 역시 내가 나쁜게 아니라 날 몰라주고 대접하지 않는 세상이 나쁘다며 되려 더 오만방자해지고 더 억울해하고 더 공격적이어 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오랫동안 시행되어온 자존감 향상 처치들이(나는 사랑받을만한 사람. 나를 더 사랑하자!) 당초의 예상과 달리 공격성을 낮추는 효과가 없었다는 보고가 나온 바 있다(Baumeister et al., 2003). 이미 거품이 잔뜩 낀 자존감에 비행기를 태운 격이기 때문이다.  

 

자아 중독에서 벗어나자

 

배고프면 밥을 먹으면 되지 배터지게 먹는다고 좋은 게 아닌 것처럼, 나를 존중하면 되지 나를 대단한 존재로 포장하고 뻥튀기함으로써 자존감을 높이려고 하는 방법은 건강한 자존감 추구법이 아니다. 건강한 자존감은 그 높이나 세기보다 건강한 추구법에서 온다는 것을 명심하자.

건강한 자존감을 위해서는 나를 더더 좋아하려고 애쓰기보다 반대로 나에 대한 관심을 줄여야 한다. '내가' 뭘 어쨌고 사람들이 '나한테' 어떻게 했고, 저 사람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등등 모든 걸 나 필터로 해석하지 않을 것. 또 다른 사람들과 달리 '나는' 특별해서 나는 절대 인생의 쓴 맛을 보아선 안 되고 항상 꽃길을 걸어야 한다는 자격의식적 사고방식을 버리는 게 더 중요할 때가 많다.

 

타인의 삶에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라면 내 삶에도 내리막이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내가 실패할 가능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아 또한 현실감 없이 부풀려진 자아인 것이다.

 

인간만큼 자아 중독인 동물이 없다. 나 혼자서 자꾸 내가 좋거나 나쁘다고 생각해서 뭐하겠는가? 나를 포장하겠다는 욕심과 나에 대한 평가를 관두고 어차피 힘든 인생을 살고 있는 나에게 친절한 행동을 하나 더 하는 게 훨씬 정신건강에 이로울 것이다.

 

참고자료

-Baumeister, R. F., Campbell, J. D., Krueger, J. I., & Vohs, K. D. (2003). Does high self-esteem cause better performance, interpersonal success, happiness, or healthier lifestyles, Psychological Science in the Public Interest, 4, 1-44.

-Baumeister, R. F., Smart, L., & Boden, J. M. (1996). Relation of threatened egotism to violence and aggression: The dark side of high self-esteem. Psychological Review, 103, 5-33.

-Bushman, B. J., Bonacci, A. M., Van Dijk, M., & Baumeister, R. F. (2003). Narcissism, sexual refusal, and aggression: Testing a narcissistic reactance model of sexual coercion. Personality Processes and Individual Differences, 84, 1027-1040.

-Ding, Y., Wu, J., Ji, T., Chen, X., & Van Lange, P. A. (2017). The rich are easily offended by unfairness: Wealth triggers spiteful rejection of unfair offers.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71, 138-144.

-Dolan, E. (2017, November 19). A significant number of mass shooters may be aggrieved narcissists. Retrieved from https://www.psypost.org/2017/11/significant-number-mass-shooters-may-aggrieved-narcissists-50227

-Leary, M. R., & MacDonald, G. (2003). Individual differences in self-esteem: A review and theoretical integration. In M. R. Leary & J. P. Tangney (Eds.), Handbook of self and identity (pp. 401-418). New York: Guilford Press.

-Reidy, D. E., Zeichner, A., Foster, J. D., & Martinez, M. A. (2008). Effects of narcissistic entitlement and exploitativeness on human physical aggression.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44, 865-875.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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