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 기업들 "국산화 초기 지원만이라도 제대로…나머지 우리가 한다"(종합)

2019.08.07 20:17
7일 오후 서초구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일본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에 대한 과학기술계 대응방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7일 오후 서초구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일본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에 대한 과학기술계 대응방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일본의 수출규제가 오히려 일본 기업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이 이번 기회를 이용해 주요 핵심 소재, 부품, 장비의 국산화 및 해외 공급처 다변화를 추진할 경우 일본 소재 업체의 매출액이 급감할 것이란 것이다. 산업계 또한 일본 수출규제 이후로 “정부의 지원이 파격적”이라며 핵심 소재, 부품, 장비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정부가 대기업, 중견∙중소기업, 정부출연연구소 간 협력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위해 연결고리 역할를 하고, 새로이 개발될 국산화 제품에 대한 테스트베드를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박재근(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7일 서울 양재 엘타워 골드홀에서 열린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에 대한 과학기술계 대응방안’ 토론회에서 “일본 수출규제가 결국 일본 소재와 IT기업의 매출액을 떨어뜨리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일본 수출규제로 국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량이 줄면 일본 IT기업에 반도체 칩과 디스플레이 패널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일본 업계에도 결국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공학한림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 공동 주최한 이날 행사에서 박 회장은 ‘일본 정부 수출규제 및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따른 국가적 대응: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글로벌수준 육성 중장기 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박 회장은 "한국이 이번 기회를 이용해 주요 핵심 소재 부품의 국산화 및 해외 공급처 다변화를 추진할 경우 일본 소재 업체의 매출액 급감할 것"이라며 "일본 수출규제가 오히려 일본 기업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반도체 에폭시 수지 전 세계 물량의 60%를 공급하던 일본 스미토모화학이 1993년 제조공장 폭발 사고을 겪었다. 당시 국내 3개 반도체 기업은 소재 수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삼성전자와 금성일렉트론·현대전자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재고 물량을 확보하고 수입처를 다변화해 위기를 넘겼다. 스미토모화학은 이 사고 이후 공장을 재가동했지만 재기에 실패하며 대만의 에폭시 회사에 매각됐다.

 

7일 오후 서초구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일본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에 대한 과학기술계 대응방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7일 오후 서초구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일본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에 대한 과학기술계 대응방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주제발표 후에는 산업계, 학계, 법조계 관계자들 간의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산업계 관계자들은 지난 5일 정부가 내놓은 핵심 소재,부품,장비 관련 대책에 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소재인 액화불화수소를 생산하는 솔브레인의 박영수 부사장은 “정부의 지원이 파격적이다”며 “이번 9월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는 액화불화수소 제2공장도 정부의 지원이 없었으면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공정 열처리 장비를 생산하는 장비 분야 업체인 원익IPS의 이현덕 대표이사도 “이번 일본 수출 규제를 계기로 정부에서도 상황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들이 나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국내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국산화 및 글로벌화를 위해 한국형 테스트베드를 구축해야한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반도체 제조 공정의 원재료인 전구체를 생산하는 소재 생산업체 메카로의 이종수 사장은 “개발의 완성도를 높이고 수요업체와 공급업체의 부담을 줄이려면 테스트베드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산업계와 학계의 존경받는 분들로 컨트롤 타워를 구성해 테스트 베드를 운영하면 좋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박 교수는 “반도체 소재부품 장비를 국산화하려면 실제 공정과 똑같은 환경에서 평가하는 시설이 필요하다”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기업들의 기부와 인력지원을 받아 1000억 원의 예산을 투여해 클린룸과 웨이버 전후 공정장비를 보유한 한국형 테스트 베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인 12인치 웨이퍼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소재부품 장비를 평가할 성능평가 시설을 만들자는 것이다. 현재 국내 장비 업체 중 5.8%에 불과한 오직 4곳만이 12인치 웨이퍼 기반 장비를 자체 평가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소재·부품 업체는 12인치 패턴 웨이퍼 관련 기술 평가를 아예 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제조용 기계를 제조하는 장비분야 업체인 주성엔지니어링의 황철주 회장은 “성능평가 시설와 같은 테스트베드를 만들어 공정한 평가 진행된다면 정부가 지속적으로 지원 안해도 알아서 굴러간다”며 “정부의 초기 지원만 있으면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과학 법률 전문가인 최지선 로앤사이언스 법률사무소 변호사에 따르면 현재 테스트 베드와 관련해 연구개발특구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된 상태다. 그는 “개정안은 연구개발 특구를 신기술 테스트베드로 사용하는 내용”이라며 “신기술 테스트베드를 만들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연구개발특구는 연구개발을 통한 신기술의 창출 및 연구개발 성과의 확산과 사업화 촉진을 위하여 조성된 지역으로 대표적으로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있다.

 

정부는 일본이 수출 심사 간소화 우대국 명단인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고 일부 품목의 수출을 규제하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 이달 말까지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연구개발(R&D) 종합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성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이날 마지막 정리 발언에서 "5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집'으로 친다면 '지붕'이 발표된 것이고, R&D는 집을 받치는 '기둥'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이달 말께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R&D에 대한 내용을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책에는 소재 기술 R&D 분야에 대한 투자 방안과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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