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고고학산책] 고고학자들도 속아 넘어간 희대의 사기극

2019.08.17 06:00

 

아마추어 고고학자 ′후지무라 신이치′는  구석기 유물을 발견하면서 유명해졌다. 하지만 훗날 날조 사건이 들통나 일본 전역에서 160곳 이상 이상의 유적을 조작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일러스트 박수영
아마추어 고고학자 '후지무라 신이치'는 구석기 유물을 발견하면서 유명해졌다. 하지만 훗날 날조 사건이 들통나 일본 전역에서 160곳 이상 이상의 유적을 조작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일러스트 박수영/어린이과학동아

약 20년 전 일본에는 ‘신의 손’이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고고학자가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바로 후지무라 신이치. 그는 오래된 유물을 찾아내는 능력이 뛰어났습니다. 후지무라 신이치가 땅만 파면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구석기시대 유물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끌려 나왔습니다. 유물을 찾는 그만의 특별한 비밀이라도 있었던 걸까요?

 

‘신의 손’이 유물을 찾는 비결


후지무라 신이치는 아마추어 고고학자였습니다. 그는 1981년, 일본의 미야기현에서 4만 년 전 구석기시대의 유물을 발견하면서 유명해졌습니다. 당시 일본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유물은 겨우 3만 년 전에 나온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발견은 단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1990년대 초반까지 일본에는 이렇다 할 구석기시대 유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후지무라 신이치가 더 오래된 유물을 계속 찾아내면서, 일본에 정착한 인류의 역사가 3만 년 전에서 무려 70만 년 전까지 당겨졌습니다. 

 

날조 사건이 들통난 홋카이도의 ‘소신후도자카’와 미야기현의 ‘가미타카모리’ 유적 위치. 일러스트 박수영/어린이과학동아
날조 사건이 들통난 홋카이도의 ‘소신후도자카’와 미야기현의 ‘가미타카모리’ 유적 위치. 일러스트 박수영/어린이과학동아

사실 후지무라 신이치의 뛰어난 유물 발굴 능력 이면에는 처음부터 의심스러운 점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예를 들어, 후지무라 신이치가 발견한 유물은 주변 국가의 구석기 유물과 너무 달라서 서로 영향을 받았다고 보기 힘들었습니다. 또 수십 ㎞나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석기가 서로 짝이 맞는 일도 있었습니다. 우연이라 보기엔 이상했습니다. 결정적으로 수많은 고고학자 중 오직 후지무라 신이치만 오래된 석기를 계속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2000년, 후지무라 신이치의 발견을 의심한 한 신문이 그의 발굴 현장에 카메라를 설치했습니다. 놀랍게도 카메라에는 아무도 없을 때 몰래 발굴 현장에 들어온 후지무라 신이치가 유물을 땅에 파묻는 모습이 잡혔습니다. 이것이 바로 그의 유물 발굴 비결이었습니다. 직접 만든 유물을 묻어뒀다 다시 캐내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속여온 것입니다. 조사 결과, 후지무라 신이치는 약 20년 동안 무려 162곳의 구석기 유적을 날조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일본은 발칵 뒤집혔습니다. 

 

왜 거짓말을 하나

 

어린이과학동아 제공
어린이과학동아 제공

명예와 부를 얻고 싶어서, 다른 사람의 주목을 얻고 싶어서, 혹은 자신의 믿음 때문에, 사람들은 거짓말을 합니다. 학자들 사이에서도 가끔은 이런 일이 일어납니다. 후지무라 신이치는 “주변 나라들보다 더 오래된 유적이 일본에도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서 가짜 유물을 파묻었다”라고 변명했습니다. 실제로 그 당시까지 중국에서는 베이징 원인 등 약 50만 년 전의 화석 인류가 발견됐고, 한국에서도 이전 화에서 본 것처럼 전곡리 유적에서 오래된 구석기 시대 유물이 발견됐습니다.


이에 비해 일본의 고고학자들이 발견한 가장 오래된 유물의 연대는 겨우 3만 년 전이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다 보니, 일본 고고학계에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후지무라 신이치가 나타나 오래된 유물을 계속 발굴해낸 겁니다. 그가 발견한 유물에는 가짜임을 의심해 볼 만한 증거가 많았지만, 일본 고고학계는 믿고 싶은 대로 믿어 버렸습니다. 


비슷한 일이 약 100년 전 영국에서도 있었습니다. 바로 고고학에서 가장 유명한 사기 사건인 ‘필트다운인 사건’입니다. 1912년, 변호사였던 찰스 도슨과 지질학자 아서 스미스 우드워드는 자신들이 영국 남부 서식스 지역의 필트다운에서 50만 년 전 고대 인류의 두개골을 찾았다고 발표했습니다. 당시 고고학자들은 유인원이 인간으로 진화하는 중간 과정의 화석을 찾고 있었는데, ‘필트다운인’이 바로 그 증거라 생각했습니다. 필트다운인은 고고학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유명해졌습니다. 인류의 조상을 고향 뒷마당에서 찾은 영국 학자들의 콧대도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40년 후, 과학자들의 실험으로 필트다운인 화석은 가짜임이 밝혀졌습니다. 중세 인류의 두개골에 500년 전 오랑우탄의 턱뼈를 끼워 맞춘 거였습니다.


학계에서 거짓말로 한 번 잃어버린 믿음은 다시 찾기 힘듭니다. 한 번의 거짓말 위에 쌓인 후속 연구들이 다 물거품이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특히 과학자들이 직접 거짓을 밝혀낸 필트다운인 사건과 달리, 후지무라 신이치 사건의 경우 일본의 고고학자들은 그의 사기 행각을 알면서도 눈감아준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을 받아야 했습니다. 이후 일본에서 구석기시대 유적이 발견됐다는 발표가 이어졌지만, 그들을 향한 시선은 싸늘하기만 합니다. 고고학계 위조 사건은 ‘연구자는 믿고 싶은 것을 믿지 말고, 언제나 의심해보아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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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고은별(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에서 고고학을 공부했다. 시흥 오이도 유적, 구리 아차산 4보루 유적, 연천 무등리 유적 등 중부 지역의 고고학 유적 발굴에 참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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