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소재 연구에 역량 집중하고 못 따라오게 사다리 걷어차야"

2019.08.02 09:02
김용석 한국화학연구원 고기능고분자연구센터장이 이달 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발제자로 나섰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김용석 한국화학연구원 고기능고분자연구센터장이 이달 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발제자로 나섰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한국은 연구비와 연구인력, 정책과 인프라도 충분하나 연구개발이 패러다임형 연구에 집중됐고 소재도 소재기술이 아닌 인공지능형 소재, 연산소재 등 소재연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를 넘어서는 차세대 폴리이미드 등 미래소재에 연구역량을 집중한 후 일본 등이 따라올 수 없도록 사다리를 걷어차는 정교한 계획을 만들어야 합니다"

 

김용석 한국화학연구원 고기능고분자연구센터장은 이달 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국가과학기술연구회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주최로 열린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혁신경제 생태계: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 세미나에 발제자로 나서 이같이 밝혔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포토레지스트는 올해 5월 기준 일본에서 91.9%를 고순도 불화수소는 43.9%를,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93.7%를 수입했다. 올해 1월에서 5월까지 수입액만 총 1억 4400만 달러에 달한다. 반면 일본의 3개 품목 수출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월 말 기준 포토레지스트 11.65%, 에칭가스 85.9%, 플루오르폴리이미드 22.5% 선이다. 김 센터장은 “완제품을 만들지 못하게 하면서 일본 산업에 피해가 덜 갈 소재를 지정함으로써 급소를 찔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이 3개 소재를 지정한 이유에 대해 김 센터장은 기술격차와 영향이 나타나는 시간을 고려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불화수소는 개발 난도가 높지 않지만 반도체 공정에 곧바로 차질이 생기고, 폴더블 디스플레이에 필요한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차세대 반도체 공정인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는 개발이 어렵지만 당장 활용되지는 않는다”며 “기술적 난이도로 상중하를 뽑고 파급효과도 시간대별로 나타나도록 해 한국 대응을 유심히 보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가적으로 규제에 나설 소재도 예측했다. 김 센터장은 “반도체 기초재료인 실리콘 웨이퍼의 경우 일본이 50% 이상을 차지하고 한국은 9% 수준”이라며 “2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분리막도 일본 기업이 전체 점유율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서 수출 규제 대상이 되면 2차전지 생산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카메라에 사용되는 이미지 센서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제조용 메탈 마스크 등도 일본의 점유율이 높아 위험한 소재로 지목했다.

 

일본의 소재 경쟁력은 산업계를 위한 ‘뭉침’에서 나온다는 평이다. 일본은 1995년 당시 주류였던 8인치 웨이퍼의 4배 면적을 가진 16인치 웨이퍼를 생산하기 위해 연구센터와 신에츠반도체, 스미토모시틱스 등이 모여 1996년 ‘슈퍼실리콘연구소’를 설립해 현재 웨이퍼 강국으로 거듭났다. 김 센터장은 “일본은 기획에서 목표와 방향이 명확하다”며 “이익이 없는 상태에서 이해 충돌이 있는 같은 부류에 기업이 모여 투자를 한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한국이 일본에 점유율을 내줬던 소재를 국산화한 사례를 소개하며 한국이 이번 사태도 극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연성인쇄회로기판의 핵심 소재인 연성동박적층판(FCCL) 경우 2006년 대일 수입비중이 55.7%에 달하던 소재였으나 2008년 엔고로 인해 일본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자 기술을 축적한 상태였던 한국 기업에게 시장이 열렸다. 2009년에는 일본 기업의 점유율이 30% 이하로 떨어졌다. 김 센터장은 “이 기술을 개발한 업체는 2018년 세계시장 25% 점유율을 차지하는 매출 2455억 원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며 “업체에게 기회를 주면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한국은 연구비와 연구인력, 정책과 인프라도 충분하나 연구개발이 패러다임형 연구에 집중됐고 소재도 소재기술이 아닌 인공지능형 소재, 연산소재 등 소재연구에 집중하고 있다”며 "다만 전문연구인력이 많이 빠져나가며 소재 기반기술이 부족해진 상태"라고 진단했다.

 

일본처럼 정확한 목표를 설정해 역량을 집중하고 이후에는 일본이 따라올 수 없도록 하는 계획을 짜야 한다고도 했다. 김 센터장은 "미국 듀퐁의 경우 프레온가스를 만들고 환경규제를 해 버리면서 차세대 기술을 따라올 수 없도록 했다"며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를 넘어서는 차세대 폴리이미드 등 미래소재에 연구역량을 집중한 후 일본 등이 따라올 수 없도록 사다리를 걷어차는 정교한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를 위해 정부출연연구소를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김 센터장은 "한국이 국가적으로 가용할 조직은 출연연이라고 생각한다"며 "공통적 수요가 발생하는 중합반응 기술이나 공정 기술 등 공통기술 분야를 출연연이 연구하면 기술 분야 간 확장도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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