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모습은 독사 이빨 같지만'…통증 없는 약물 전달 패치

2019.08.01 03:00
연구팀이 개발한 독사 뒷어금니를 닮은 구조체의 모습이다. 길이는 1mm가 채 안 되고 굵기는 머리카락 2~3배 불과하다. 표면의 홈이 약물을 저절로 피부 안에 주입시켜준다. 한국연구재단 제공
연구팀이 개발한 독사 뒷어금니를 닮은 구조체의 모습이다. 길이는 1mm가 채 안 되고 굵기는 머리카락 2~3배 불과하다. 표면의 홈이 약물을 저절로 피부 안에 주입시켜준다. 한국연구재단 제공

독사에 물리면 독액이 체내에 빠르게 퍼져 위험에 빠진다. 피부 안에 독액이 효율적으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이런 독사의 어금니를 흉내 내 약을 피부에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새로운 미세 구조 패치를 국내 연구팀이 개발했다.


배원규 숭실대 전기공학부 교수와 정훈의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팀은 고분자 약물을 피부 안에 15초 내에 빠르고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액상약물 패치를 개발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 1일자에 발표했다.


현재 체내에 액체 약물을 주입하는 유일한 방법은 피부에 구멍을 뚫고 압력을 이용해 약물을 밀어넣는 주사기뿐이다. 하지만 주사는 고통과 거부감이 크고 심하면 공포증을 유발한다는 단점이 있어, 최근에는 약물을 고체화해 미세한 바늘(마이크로니들) 형태로 가공한 뒤 이것을 패치(일명 파스)에 가득 붙여 피부에 붙이는 방법이 널리 연구되고 있다. 피부에 마이크로니들이 꽂혀 파고든 뒤, 이것이 녹아 약효를 내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마이크로니들을 더욱 개선해, 액체 약물을 고체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 없는 새로운 패치를 고안했다. 액체 약물을 그대로 사용하되, 주사기처럼 압력을 가하지 않아도 체내에 빠르게 약물이 주입되도록 만든 것이다. 


연구팀은 결정적인 단서를 뒷어금니에 독샘을 지닌 독사에서 얻었다. 앞어금니에 독샘을 지닌 독사와 달리, 뒷어금니 독사는 독을 밀어내는 근육이 없다. 대신 어금니 표면에 세로로 미세한 홈이 있어 상대의 피부를 물면 어금니 홈과 피부 사이에 미세한 구멍을 만든다. 이 구멍은 액체가 저절로 좁은 틈에 빨려 들어가도록 이끈다(모세관현상). 그 결과 아무런 외부 힘을 가하지 않아도 독이 저절로 상대의 피부 안에 침투하게 된다.

 

반도체 공정으로 제작된 다양한 모양의 독사어금니 모사 구조체를 확대했다(위). 위에서 봤을 때 나선형으로 회오리치는 홈이 보인다. 사진제공 한국연구재단
반도체 공정으로 제작된 다양한 모양의 독사어금니 모사 구조체를 확대했다(위). 위에서 봤을 때 나선형으로 회오리치는 홈이 보인다. 사진제공 한국연구재단

연구팀은 반도체 공정을 이용해 어금니 구조를 흉내낸 다양한 모양의 미세한 바늘 구조체 100여 개를 엄지 크기의 약물전달패치에 부착했다. 바늘 구조체는 길이가 1mm가 채 안 되고, 굵기가 머리카락의 2~3배에 불과해 거부감을 적게 일으킨다. 그 뒤 이 패치를 피부에 붙일 경우 약물이 잘 전달될지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확인했다. 그 결과 바늘 구조체 하나하나가 주사와 비슷하게 약물을 빠르게 주입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쥐와 기니피그에게 부착해 본 결과 백신 등을 5초 만에 주입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배 교수는 “현대 약물은 치매 치료제나 당뇨환자용 인슐린 등 고분자를 기반으로 할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피부를 그냥 통과할 수 없다”며 “이들 약물을 눈에 보이는 바늘 없이 안전하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히알루론산, 비타민A 등 화장품 성분도 이 기술로 안전하고 빠르게 피부에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우선적으로 화장품 기업에 기술이전을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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