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무허가 방사선발생장치보다 위생불량 마라탕이 더 위험한가

2019.07.31 05:12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6일 원자력안전법을 위반한 방사선 이용 기업 네 곳에 대해 행정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업체들은 허가기준 미달과 안전관리규정 위반, 허가 위반 등으로 허가취소와 과징금 2500만~3750만 원의 행정처분을 받았다. 한 업체는 설계승인서를 위조해 공문서위조 혐의로 검찰에 고발 조치까지 당했다.

 

원안위는 이날 업체명을 H업체, P업체, D업체, K업체라고만 밝혔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원안법을 어긴 업체명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보공개법에 따르면 공공기관이 관리 및 보유하는 정보는 공개 대상이다. 하지만 법인이나 단체, 개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에 한해서는 비공개를 허용하고 있다. 원안위는 이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른 부처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례에 대해 대처하는 부분과 비교하면 원안위의 이런 설명은 잘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달 22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중독적인 매운맛으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마라탕 전문 음식점에 대해 위생 점검을 실시하고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37곳의 업체명과 주소 번지수까지 모두 공개했다. 기업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음식점이라는 점만 봐도 요즘처럼 영세 업자들이 어려운 시기 주소의 번지수까지 공개하는게 좀 과한 건 아닌지하는 의구심이 생길 정도다.

 

반면 이번에 원안위의 행정처분이 내려진 P업체는 설계승인을 받지 않은 방사선발생장치를 팔기 위해 다른 기기의 설계승인서를 실제 판매할 기기의 설계승인서로 위조하기까지 했다. 이 업체가 팔려고 했던 장비는 공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X선 수하물 검사기로 원안위에 따르면 다행히도 다른곳에서는 허가가 내려진 안전한 장비다. 하지만 고의적으로 법을 위반하고 국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비를 허가받지 않고 팔려 한 업체의 이름은 '익명'으로 남았다. 어떤 법을 어겼느냐에 따라 업체명 공개와 비공개로 업체의 운명이 갈린 것이다. 만원짜리 마라탕을 파는 영세업체와 수억짜리 방사선발생장치를 파는 업체에게 내려진 엇갈린 처분이 국민 눈높이를 만족시킬지 의문이다.

 

정보공개법은 위법 또는 부당한 사업활동으로부터 국민의 재산 또는 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정보는 공개를 허용하는데, 이처럼 부처별로 이를 해석하는 기준이 엇갈린다. 마라탕의 경우 국민의 재산 또는 생활을 위협한 반면, 원안위가 허가를 내리지 않은 방사선발생장치는 그렇지 않다는 해석이다.

 

국민 생활 보호를 위해 원안법을 업체명을 밝혀야 한다는 지적은 과거에도 있었다. 2014년 국회에서 원안위가 원안법 위반 업체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을 때 당시 이은철 전 원안위원장은 정보공개 범위 규정 때문이라 해명했다. 그는 “위반 사안이 회사 내에서 업무 신고를 하지 않았거나 감독을 하지 않았거나 한 경우에는 공개하지 않는다”며 “대신 국민에게 영향을 준다거나 국부적으로 환경에 영향을 주는 것은 공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국민에게 영향을 주는지는 판단하는 것은 전적으로 원안위 소관이다. 원안위는 라돈 침대 사태로 지난해 홍역을 치른 뒤 부랴부랴 강화된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 개정안을 내놨고 이는 국회를 통과한 후 이달 16일 시행됐다. 개정안은 제조업자와 결함 가공제품의 종류 및 모델명을 신문과 방송,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표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원안위 관계자는 "현재 타 부처의 정보공개 범위 상황 등을 토대로 원안법에 맞는 정보공개 범위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뚜렷한 일정과 계획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국민들이 라돈 침대 사태라는 큰  사건이 일어난 후에야 생방법을 어긴 업체의 이름을 알게 된 것처럼,  또 다른 사단이 난 뒤에야 비로소 원안법을 어긴 업체명을 알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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