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기의 과학카페] 모두가 동의하는 허블상수 구할 수 있을까

2019.07.30 14:00
미국 윌슨 산 천문대의 100인치 후커망원경을 통해 천체를 바라보는 포즈를 취한 에드윈 허블. 허블은 당시 세계에서 가장 구경이 큰 이 망원경으로 우리은하가 우주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1924년)과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1929년)을 발견해 가장 위대한 천문학자가 됐다.
미국 윌슨 산 천문대의 100인치 후커망원경을 통해 천체를 바라보는 포즈를 취한 에드윈 허블. 허블은 당시 세계에서 가장 구경이 큰 이 망원경으로 우리은하가 우주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1924년)과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1929년)을 발견해 가장 위대한 천문학자가 됐다.

만약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1917년 중력장방정식에 수반되는 팽창우주를 받아들였다면 허블이 1929년에 발견하기 전에 과학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예측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 존 그리빈-

 

1929년 미국 윌슨 산 천문대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은 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 3월호에 ‘외부은하들에서 거리와 시선속도 사이의 관계에 대하여’라는 다소 평범한 제목의 6쪽짜리 논문을 발표했다. 허블은 이 논문에서 ‘우주가 팽창한다’는, 천문학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발견을 보고하면서 팽창 속도를 나타내는 계수K를 제안했다. 

 

1메가파섹(메가는 100만, 1파섹은 약 3.26광년) 떨어져 있는 천체는 초당 500킬로미터 속도로 멀어진다며 이를 ‘K=500’으로 표시한 것이다. 훗날 K는 H0로 바뀌었고 허블상수(Hubble constant)로 불리고 있다.

 

그런데 허블이 허블상수를 발표한 지 9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허블상수에 대한 논문이 발표되고 있다. 올해에도 6편의 논문이 학술지에 실렸거나 미리 공개됐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보통 사람들이 3.14로 알고 있는 무리수 파이(π)의 소수점 뒷자리를 경신했다는 뉴스도 잊을만하면 나오지 않는가. 

 

그런데 허블상수는 얘기가 좀 다르다. 새로 발표되는 값이 더 정밀해지는 건 맞는데 특정한 측정 방법에 대해서만 그렇다는 게 문제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방법 A로 측정한 결과와 방법 B로 측정한 결과가 차이가 적었고 불확실성이 커 서로 오차범위 안에 있었다. 나중에 좀 더 정확히 측정하면 하나의 값으로 수렴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 뒤 두 값의 차이가 더 벌어지고 대신 정밀도는 높아지면서 오차범위가 줄어 서로 명백히 다른 값을 가리키고 있다. 게다가 최근 발표된, 새로운 방법(C라고 하자)으로 측정해 얻은 허블상수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방법 A와 방법 B의 중간값으로 나온 것이다. 

 

어떻게 허블상수처럼 천문학의 기본이 되는 값이 측정 방법에 따라 최대 10%에 이르는 차이를 보일 수 있을까. 관련 연구자들도 당황하고 있는 허블상수의 딜레마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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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 발표한 논문에서 허블은 천체의 거리(밝기로 추정)와 스펙트럼의 적색편이를 분석한 결과 멀리 있는 천체일수록(가로축) 더 빠른 속도로 멀어진다는(세로축), 즉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그 정도(기울기)를 계수 K로 나타냈다. 미국립과학원회보 제공
1929년 발표한 논문에서 허블은 천체의 거리(밝기로 추정)와 스펙트럼의 적색편이를 분석한 결과 멀리 있는 천체일수록(가로축) 더 빠른 속도로 멀어진다는(세로축), 즉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그 정도(기울기)를 계수 K로 나타냈다. 미국립과학원회보 제공

 

세페이드 변광성을 표준촛불로

 

이야기는 1900년대 초 미국 하버드대 천문대의 인간 컴퓨터 헨리에타 레빗의 발견에서 시작한다. 컴퓨터가 없던 시절 천문대에는 약간의 수학 지식을 지닌 성실한 여성들이 관측 자료를 정리하고 표로 만드는 단순반복 작업을 맡았다. 여성이었기 때문에 관측 천문학자가 될 수 없었던 레빗은 사진들을 분석하며 의미를 찾으려고 했고 마침내 뭔가를 발견했다. 

 

소마젤란성운의 세페이드 변광성 관측 자료를 유심히 살펴보니 밝기가 변하는 주기가 길수록 더 밝았다. 이는 세페이드 변광성이 천체까지 거리를 알 수 있는 표준촛불(standard candle)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두 세페이드 변광성이 주기는 같은데 밝기가 100배 차이가 난다면 어두운 별은 밝은 별에 비해 열 배 먼 거리에 있다는 뜻이다(밝기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므로).

 

1919년 윌슨 산 천문대에 부임한 허블은 당시 세계 최대 크기인 구경 100인치(2.5미터) 후커망원경으로 관측하는 행운을 누렸다. 허블은 1923년부터 본격적으로 안드로메다대성운(안드로메다은하)을 관측해 세페이드 변광성을 찾았고 밝기 주기를 관측해 안드로메다대성운이 태양계에서 100만 광년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 이듬해 보고했다(훗날 250만 광년으로 밝혀짐). 우리은하 밖에 있는 천체란 말이다. 

 

당시 우리은하가 우주의 전부로 알고 있던 대부분의 천문학자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이 발견으로 허블은 단숨에 스타 천문학자가 됐다. 당시 노벨물리학상 대상에 천문학을 포함했다면 수상했을 업적이다(1960년대 말이 돼서야 포함됐다).

 

그 뒤 허블은 동료 밀턴 휴메이슨과 함께 여러 천체를 관측했고 동시에 분광기로 별빛의 스펙트럼을 분석해 적색편이를 조사했다. 적색편이는 거리가 멀어지는 천체에서 오는 빛의 파장이 길어지는 현상으로, 멀어지는 속도가 빠를수록 적색편이도 커진다. 

 

허블과 휴메이슨이 얻은 46개 데이터 가운데 세페이드 변광성은 7개뿐이었다. 허블은 나머지 은하의 가장 밝은 별이나 성운의 데이터는 절대광도가 같다고 가정하고 겉보기등급으로 거리를 추정했다. 이런 불확실성에도 거리가 먼 천체일수록 후퇴하는 속도도 빨라지는 뚜렷한 패턴을 얻을 수 있었고 그래프에서 K=500이라는 값을 얻었다. 이에 따르면 우주의 나이는 약 20억 년이다(허블상수의 역수). 당시 천문학이 포함됐다면 허블은 이 발견으로 두 번째 노벨물리학상을 받았을 것이다.

 

아인슈타인 윌슨 산 천문대 찾아

 

1931년 윌슨 산 천문대를 방문한 아인슈타인(왼쪽)이 천문대장 월터 애덤스(오른쪽)의 안내로 100인치 후커망원경을 들여다보는 모습을 입에 파이프를 문 채 허블이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이때 아인슈타인은 52세, 허블은 42세였다.
1931년 윌슨 산 천문대를 방문한 아인슈타인(왼쪽)이 천문대장 월터 애덤스(오른쪽)의 안내로 100인치 후커망원경을 들여다보는 모습을 입에 파이프를 문 채 허블이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이때 아인슈타인은 52세, 허블은 42세였다.

1917년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른 중력장방정식을 우주론에 적용하며 정적인 우주를 만들기 위해 우주상수 람다(Λ)를 도입했다. 그런데 허블의 관측으로 정적 우주론이 폐기된 것이다. 1929년 발표된 허블의 논문에 깊은 감명을 받은 아인슈타인은 2년 뒤 미국을 방문했을 때 윌슨 산 천문대에 들러 허블을 만났다. 훗날 아인슈타인은 우주상수 도입을 “내 인생 최대의 실수”라고 한탄했다. 

 

연달아 엄청난 발견을 했음에도 허블은 만족할 수 없었다. 우주를 좀 더 멀리 보고 싶었던 그는 성능이 좋은(구경이 큰) 망원경에 대한 갈증이 컸다. 우주 팽창 연구도 관측 데이터가 부족해 허블상수를 정확히 구할 수 없었다. 1949년 팔로마 산 천문대에 설치한 200인치(5.1m) 헤일망원경이 본격적으로 가동하면서 의욕이 되살아났지만 이 해 첫 심근경색 발작이 찾아왔고 1953년 64세로 세상을 떠났다.

 

허블의 후임자인 앨런 샌디지는 헤일망원경으로 세페이드 변광성 관측해 1970년대 허블상수가 50내외라고 결론내렸다(결국 허블이 추정한 500은 터무니없이 큰 값이었다). 이에 따르면 우주의 나이가 약 200억 년이다. 물론 이는 우주가 일정하게 팽창했을 때의 얘기다.

 

빅뱅이론이 다듬어지면서 우주의 팽창 속도가 일정하지 않았다는 게 오늘날 정설이다. 허블상수가 변해왔다는 말이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허블상수가 아니라 허블계수로 불러야 한다. 허블상수는 오늘날 허블계수의 값이다.  

 

1990년 허블우주망원경을 쏘아 올려 지상 망원경보다 10배 넓은 우주를 관측을 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세페이드 변광성으로 구한 허블상수의 정확도도 크게 높아졌다. 2001년 미국 카네기 천문대의 웬디 프리드먼 박사팀은 허블상수가 72(표준편차 +8, -8)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수년 동안은 2011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미국 존스홉킨스대 아담 리스 교수팀이 관측을 해왔고 지난 5월 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74.03(+1.42, -1.42)라는 값을 내놓았다.

 

우주론자의 우주는 느리게 팽창한다

 

플랭크 위성이 4년 반에 걸쳐 관측한 우주배경복사 데이터를 영상화해 만든 지도다. 미세한 온도차(비등방성)를 분석하면 우주의 역사를 재구성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2013년 발표한 허블상수가 67.8로 꽤 작게 나와 화제가 됐다.  ESA 제공
플랭크 위성이 4년 반에 걸쳐 관측한 우주배경복사 데이터를 영상화해 만든 지도다. 미세한 온도차(비등방성)를 분석하면 우주의 역사를 재구성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2013년 발표한 허블상수가 67.8로 꽤 작게 나와 화제가 됐다. ESA 제공

그런데 우주론 진영에서 허블상수 계산에 뛰어들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1948년 소련 출신의 물리학자 조지 가모프는 대학원생 랠프 앨퍼와 함께 훗날 빅뱅이론으로 불리게 될 주장을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팽창하는 우주의 초기 단계에서 나온 복사에너지가 우주의 배경에 아직까지 남아있어야 하고 서서히 식어 현재 우주의 온도가 5K(켈빈. 절대온도로 –273.15℃가 0K다)로 계산됐다.

 

1964년 초 미국 벨연구소의 전파천문학자 아노 펜지어스와 로버트 윌슨은 우연히 우주배경복사(마이크로파)를 발견했고 온도가 3K임을 확인했다. 가모프와 앨퍼의 가설을 입증한 것이다. 1989년 발사된 우주배경복사 관측위성인 코비는 우주배경복사 지도를 만들었고 우주의 온도가 2.7K임을 밝혔다. 

 

2001년 발사된 우주배경복사탐사위성(WMAP)은 코비 위성보다 훨씬 높은 해상도의 우주배경복사 지도를 2003년 발표했다. 연구자들은 지도에서 드러난 미세한 온도 차이를 분석해 초기 우주의 팽창률을 추측할 수 있었다. 여기에 보통 물질(4.5%)과 암흑물질(22.7%), 암흑에너지(72.9%)의 비율까지 알아냈다. 

 

이를 토대로 우주 팽창 패턴이 나왔고 허블상수(현재의 허블계수)를 계산할 수 있었다. 2007년 발표한 값은 70.4(+1.5, -1.6)였다. 2001년 프리드먼 박사팀의 허블상수 72(+8, -8)와 양립할 수 있는 결과로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2009년 발사된 플랑크 위성은 4년 반에 걸친 관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WMAP보다 더 정밀한 우주배경복사 지도를 만들어 2013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우주 구성비가 약간 바뀌어 보통 물질이 4.9%, 암흑물질이 26.8%, 암흑에너지가 63.8%로 업데이트됐다. 가장 놀라운 결과는 허블상수가 67.80(+0.77, -0.77)로 꽤 작아졌다는 점이었다. 그 결과 우주 팽창 속도가 다소 느려졌고 우주의 나이도 기존 137억 년에서 138억 년으로 늘었다. 

 

지난해 발표한 플랑크 위성의 최종 결과에서는 허블상수가 67.66(+0.42, -0.42)였다. 이는 세페이드 변광성 관측 결과를 토대로 리스 교수팀의 올해 발표한 74.03(+1.42, -1.42)과 양립할 수 없는 결과다. 양쪽 진영 모두 이전보다 한층 나아진 관측 데이터와 이론을 바탕으로 얻은 결과였기 때문에 학계가 당황하고 있다.

 

적색거성의 배신

 

지난 16일 시카고대 웬디 프리드먼 교수팀은 적색거성(주황색 별들)을 표준촛불로 써서 얻은 허블상수가 69.8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세페이드 변광성 관측에서 얻은 허블상수(74.03)보다 우주배경복사를 분석해 얻은 허블상수(67.66)에 더 가까운 값이다. NASA 제공
지난 16일 시카고대 웬디 프리드먼 교수팀은 적색거성(주황색 별들)을 표준촛불로 써서 얻은 허블상수가 69.8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세페이드 변광성 관측에서 얻은 허블상수(74.03)보다 우주배경복사를 분석해 얻은 허블상수(67.66)에 더 가까운 값이다. NASA 제공

한편 2001년 허블우주망원경으로 세페이드 변광성을 관측해 허블상수를 구한(72(+8, -8)) 프리드먼은 그 뒤 적색거성으로 대상을 바꿔 허블상수를 구하는 연구에 뛰어들었다. 표준촛불로 적색거성이 세페이드 변광성보다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적색거성은 세페이드 변광성보다 훨씬 흔할 뿐 아니라(태양도 수십 억 년 뒤 적색거성이 될 것이다) 쉽게 구분된다. 다만 밝기의 변동 폭이 큰 게 문제인데, 수백만 년에 걸쳐 점점 밝아지다가 최대치에 도달한 뒤 뚝 떨어진다. 프리드먼 교수팀은 많은 적색거성을 관측해 밝기가 최대치에 이른 적색거성을 표준촛불로 써서 허블상수를 얻었다. 

 

지난 16일 공개된 논문에 따르면(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에 실릴 예정이다) 적색거성 측정에서 얻은 허블상수는 69.8(+1.9, -1.9)로 세페이드 변광성 관측 결과(74.03(+1.42, -1.42))보다 꽤 낮았다. 오히려 우주배경복사 분석에서 얻은 67.66(+0.42, -0.42)에 좀 더 가깝다. 

 

이에 대해 리스 교수(세페이드 변광성 진영)는 “적색거성의 밝기도 먼지의 영향을 받는다”며 “이런 문제를 비롯해 토론할 거리가 많다”며 생각보다 작게 나온 허블상수를 못 믿겠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2029년은 허블이 우주 팽창을 발표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과연 10년 뒤에는 관련 연구자들이 동의하는 허블상수가 정해져 다들 가벼운 마음으로 100주년을 축하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 필자소개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직접 쓴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8권),《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가 있다. 번역서로는 《반물질》, 《가슴이야기》, 《프루프: 술의 과학》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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