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울음이 주는 메세지

2019.07.27 15:49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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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컷 울면 풀라는 이야기처럼 울음에 어떤 해소 기능이 있다는 건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놀라운 사실은 의외로 그렇다고 볼만한 증거는 별로 없다는 점이다.

울음의 기능에 대한 가설들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울음이 그 자체로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몸과 마음에 좋지 않은 반응들을 ‘해소’시켜주는 기능이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울음이 그 자체로 스트레스 반응과 각성을 줄여준다기보다 엔도르핀 같은 호르몬 분비를 통해 ‘진정 작용’을 촉진시킴으로써 스트레스로부터의 회복을 돕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연구들에 의하면 비슷한 슬픈 일을 겪은 후 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비교해봤을 때, 울었다고 해서 딱히 스트레스가 줄어들거나 진정되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스트레스호르몬(코르티졸) 수준에 별다른 변화가 관찰되지 않고 반대로 심박이 증가하고 울기 전에 비해 울고 난 후 기분이 더 나빠지는 현상이 관찰되기도 한다.

다만 울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믿음’만은 확고하게 존재해서, 약 70%의 사람들이 울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응답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하지만 가장 최근 울었던 일을 떠올려보라고 하면, 울고 난 후 기분이 좋아졌다고 응답하는 사람 수가 50%로 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실제로 울었던 날 울고나서 기분이 좋아졌냐고 물어봤을 때에는 30%만이 그렇다고 응답하는 경향을 보였다. 다윈은 울음은 눈을 보호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의미 없는 부산물일뿐이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실제로 그런 걸까?

최근 호주 퀸즐랜드대 레아 셔먼 교수 연구팀은 보다 정교한 방법으로 울음의 기능을 알아보기 위해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연구자들은 사람들에게 슬픈 영상 또는 일반적인 영상을 보여주고 나서 슬픈 영상을 보고 운 사람과 슬프지만 울지 않은 사람, 일반영상을 본 슬프지 않고 울지도 않은 사람을 비교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를 대상으로 영상을 보기 전 후 감정 상태와 심장박동, 코르티졸 수치, 호흡의 빠르기와 규칙적인 정도를 측정했다. 또 영상을 본 후 냉압박 검사를 실시했다. 이 검사는 찬 얼음물에 손을 담가 얼마나 오랫동안 버티는지 보는 검사로 고통에 대한 민감성이나 스트레스를 얼마나 잘 견디는지를 측정하는 검사다. 울기 전, 울고 있을 때, 울고 난 직후, 시간이 좀 더 지나서 각각 4번에 걸쳐 각종 정서적 신체적 스트레스 반응을 측정했다.

그 결과 이전 연구들과 비슷하게 슬픈 사건 후 운 사람들과 울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별다른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영상을 본 직후 부정적인 정서는 운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다소 높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혹시 시간이 지나면 좀 달라질까 살펴봤지만, 운 사람들이나 울지 않은 사람들이나 시간이 지나면서 부정적인 정서가 감소하는 정도는 비슷했다. 즉 울었다고 해서, 울지 않았을 때에 비해 이후 기분이 더 크게 나아지는 현상은 확인되지 않았다.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에서도 차이가 없었다. 심장박동 수는 운 사람들이 울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서 되려 더 높은 경향을 보였다. 냉압박테스트에서도 운 사람들이 더 고통을 잘 견디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 차이가 나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호흡’이었다. 운 사람들이 슬프지만 울지 않은 사람이나 일반 영상을 본 사람들에 비해 호흡이 더 느리고 규칙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울음이 정서 상태와 스트레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호흡 조절을 통해서 몸을 안정적인 상태로 진정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물론 꺼억꺼억 하는 심한 울음은 호흡을 흐트러트리겠지만 흑흑 수준의 마일드한 울음은 호흡을 규칙적으로 유지시켜주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울음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해소와 진정에 큰 도움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울음의 효과를 믿는 데에는 그 자체의 효과보다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위로’의 역할이 크다는 것이 학자들의 의견이다. 예를 들어 친한 사람들과 이야기하다가 울어서 큰 관심과 위로, 도움을 받고 나면 마음이 해소되지만 울어도 아무도 관심이 없고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별로 해소되지 않을 거라는 거다. 즉 울음에는 도움 요청 기능이 있다는 것이다. 도움을 요청하고 그 요청이 받아들여지는 과정에서 해소가 일어난다는 주장이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봤을 때는 감정적인 해소보다 이해가 명확해지는 효과가 더 큰 것 같기도 하다. 지쳐있지만 정작 내가 지금 얼마나 지쳐있는지 잘 모를 때가 많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어떤 사건을 통해 울고 나면 마음 속에 무엇이 얼마나 쌓여있었는지가 수면 위로 드러날 때가 있다. 그럴 때 구름 같던 머리 속이 정리가 되면서 나를 한 발짝 더 잘 이해하게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기분이 막 좋아진다기보다 몰랐던 걸 명료하게 알게 된 듯한 깨인 기분이 우리가 생각하는 해소와 가까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울어도 왜 우는 건지 모르는 상태라면 더 짜증만 날 것 같기도 하다. 울음은 그 자체로 해소라기보다 해소를 위한 실마리를 찾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Sharman, L. S., Dingle, G. A., Vingerhoets, A. J. J. M., & Vanman, E. J. (2019). Using crying to cope: Physiological responses to stress following tears of sadness. Emotion. Advance online publication.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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