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N수학] 19세기 예술가의 뮤즈는 과학과 수학이었다

2019.07.27 06:00

 

“누군가는 내 그림에서 시를 보았다고 하지만, 나는 오직 과학만을 보았다." -조르주 쇠라

 

19세기 유럽의 미술 발전에서 과학과 수학은 큰 역할을 했습니다. 프랑스 화가 조르주 쇠라는 물론 선과 면을 이용해 그림을 그린 네덜란드 화가 피트 몬드리안, 곡선의 마법사인 스페인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와 같은 대표적인 예술가의 작품에는 수학과 과학이 등장합니다. 

 

에드가 드가

 

19세기 프랑스의 화가이자 조각가 에드가 드가는 발레 무용수를 그린 작품들로 익히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인물의 움직임을 표현하기 좋아했던 드가에게 발레 무용수만큼 좋은 모델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발레 그림에는 드가를 포함해 수많은 화가를 매혹한 ‘수학’이 있습니다. 바로 ‘원근법’입니다. 원근법이란 수학의 비례를 이용해 앞쪽에 있는 물체는 크게, 뒤쪽에 있는 물체는 작게 그려서 2차원 캔버스의 그림이라도 3차원의 공간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든 기법입니다. 원근법을 적용해 그린 덕분에 그림의 입체감이 살아났고, 무용수가 당장이라도 다음 동작을 취할 것처럼 역동적인 그림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드가의 1878년 작품인 ′스타′. 움직이는 모든 것이 아름답다고 느낀 드가는 본인의 그림 속에서 순간의 아름다움이 영원하길 바랐다. 빅피쉬C&M
드가의 1878년 작품인 '스타'. 움직이는 모든 것이 아름답다고 느낀 드가는 본인의 그림 속에서 순간의 아름다움이 영원하길 바랐다. 빅피쉬C&M

드가는 시시각각 변하는 순간의 감각을 나타내는 ‘인상주의’ 화가였습니다. 정확하게 그림을 묘사하기보다는 빛의 아름다움과 색채의 조화를 표현하는 데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러니 정적이고 사실적인 표현에 집중했던 이전 시대 회화 작품과 비교하면 드가의 작품은 혁신 그 자체였습니다.


하지만 약점도 있었습니다. 순간순간의 빛과 감흥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캔버스에 물감을 빠르게 덧칠해야 했는데, 이때 색이 섞여 오히려 밝은 빛이 칙칙하게 표현된 겁니다.


이 현상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물감은 색을 많이 섞을수록 어두워집니다. 그런데 인상주의 화가들이 그림을 그릴 때 빠르게 물감을 덧칠하니 색이 자연스레 섞이게 됐고, 그러면서 탁한 색감이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드가의 1879년 작품인 ′두 무용수′. 쉬고 있는 두 무용수의 가쁜 숨소리가 느껴질 정도로 드가는 그 순간을 잘 포착해 화폭에 담았다. 이 그림 한 장으로 발레가 얼마나 에너지를 많이 쓰는 예술인지 엿볼 수 있다. 빅피쉬 C&M
드가의 1879년 작품인 '두 무용수'. 쉬고 있는 두 무용수의 가쁜 숨소리가 느껴질 정도로 드가는 그 순간을 잘 포착해 화폭에 담았다. 이 그림 한 장으로 발레가 얼마나 에너지를 많이 쓰는 예술인지 엿볼 수 있다. 빅피쉬 C&M

 

탁한 색감 해결한 쇠라의 점묘법

 

이 문제는 프랑스 화가 조르주 쇠라가 점묘법을 개발하면서 해결됩니다. 점묘법은 즉흥적으로 붓질을 하지 않고 원하는 색을 표현하기 위해 정확하게 계산한 후 점을 찍어 그림을 그리는 방법입니다.


여러 색의 작은 점이 만들어낸 패턴은 그림을 보는 위치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가까이서 보면 그저 무수히 많은 점의 집합이지만, 조금 떨어져서 보면 그 사실을 알 수 없습니다. 우리 눈에는 두 색이 섞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두 점이 각각 빛을 반사하니 탁하지 않고, 물감으로는 절대 표현 못 할 새로운 색감을 나타냅니다.

 

쇠라의 ′라그랑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멀리서 봤을 때는 모르지만, 가까이 가면 무수히 많은 점들의 향연을 볼 수 있다. 빅피쉬 C&M
쇠라의 '라그랑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멀리서 봤을 때는 모르지만, 가까이 가면 무수히 많은 점들의 향연을 볼 수 있다. 빅피쉬 C&M

쇠라를 비롯한 ‘신인상주의’로 불리는 화가들은 인상주의를 계승하되, 당시 활발히 연구된 과학 이론을 덧붙여 그림을 그렸습니다. 


쇠라는 아이작 뉴턴을 비롯한 과학자들이 연구한 ‘색 이론’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색 이론에 따르면 빛과 물감의 삼원색이 다릅니다. 물감은 색을 섞을수록 빛을 흡수해 밝기가 낮아지고, 모든 색을 합치면 검은색이 됩니다. 반면 빛은 섞이면 섞일수록 밝아져 삼원색이 섞이면 흰색이 되지요. 쇠라는 바로 이 원리를 이용해 점묘법을 개발한 겁니다.


인간의 눈은 이웃하는 서로 다른 두 색의 점을 하나의 색으로 봅니다. 두 점 각각에 반사하는 빛을 동시에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눈으로는 두 색이 섞인 하나의 색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섞이지 않았으니 밝아 보이는 것입니다.


파리 근교 라 그랑자트 섬에서 여유롭게 휴일을 보내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을 그린 쇠라의 역작 ‘라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를 보면 별로 특별할 게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확대해 보면 무수히 많은 점으로 이뤄져 놀라움을 자아냅니다. 가로 3m, 세로 2m가 넘는 거대한 그림을 작은 점을 찍어 작업해 완성하기까지 무려 2년이 걸렸습니다.


이런 점묘법의 원리는 인쇄물이나 모니터 화면과 같은 현대 기술에도 쓰입니다. 모두 삼원색의 조합으로 이뤄져 있어 인쇄물을 자세히 보면 작은 점들의 집합으로 나타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 점을 얼마나 조밀하게 만드느냐가 해상도를 높이는 관건입니다.

 

선과 면으로 표현한 모드리안

 

 

쇠라가 점을 이용해 그림을 그렸다면, 선과 면을 이용해서 그림을 그린 화가도 있습니다. 바로 네덜란드의 대표 추상화가 피트 몬드리안입니다.


수 세기 동안 유럽 화가들은 3차원 공간의 실제 세계를 2차원 캔버스에 구현하려는 데 심취해 있었습니다. 몬드리안은 회화의 속성을 넘어 형태와 색상과 같은 본질적인 요소에 주목합니다.


몬드리안과 같은 ‘신조형주의’ 예술가들은 모든 물체를 어떤 형태로라도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요소로 단순화하는 것을 강조합니다. 이때 몬드리안이 찾은 표현 방법은 수직선과 수평선이었습니다. 그리고 선분으로 만들어진 사각형을 검정색과 흰색, 그리고 삼원색만 이용해 채웠습니다.


물론 아무렇게나 그린 건 아닙니다. 몬드리안은 선을 어디에 그어야 균형과 비율이 맞을 것인지, 각 색은 어떻게 배치해 구성할 것인지 고심하고, 또 고심했습니다.


기하학의 기본인 선과 면만 이용했기 때문에 몬드리안의 작품은 얼핏 봐도 굉장히 기하학적입니다. 아무리 동적인 현상이라도, 아무리 세세하고 복잡한 장면이라도 몬드리안에게는 그저 수평선과 수직선이고, 사각형과 마름모로 단순화되기 때문입니다.


선과 면의 세계를 몬드리안이 점령했다면, 곡선의 세계를 다룬 예술가도 있겠지요? 주인공은 바로 스페인의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입니다. 가우디는 건축물을 유려한 곡선으로 표현해 ‘곡선의 마술사’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가우디 건축물에서는 곡선이 늘어진 듯한 아치 형태가 특히 많이 보입니다. 우연히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가우디가 설계를 할 때 고정점의 위치와 구조물의 무게 등을 수학적으로 계산해 안정적이고 균형적인 건축물을 지을 수 있던 것입니다.


지금 소개한 사람 외에도 19세기 예술가들의 작품에서는 더 다양한 수학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과학과 수학의 발전이 미술사까지 영향을 줬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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