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伊연구팀, 암흑물질 후보 ‘윔프’ 관측 주장 사실 가능성 있어”

2019.07.22 12:00
찬드라 X선 탐사선이 촬영한 대표적인 이미지인 총알 은하단. 분홍색이 X선 영상으로, 물질(분홍색)과 중력원(파란색)이 일치하지 않는다. 강한 중력을 지닌 암흑물질의 증거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 제공 NASA
찬드라 X선 탐사선이 촬영한 대표적인 이미지인 '총알 은하단'. 분홍색이 X선 영상으로, 물질(분홍색)과 중력원(파란색)이 일치하지 않는다. 강한 중력을 지닌 암흑물질의 증거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 제공 NASA

우주의 약 27%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직 존재 여부가 관측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미지의 입자인 ‘암흑물질’이 다시 한번 논쟁에 빠졌다. 약 20년 전 암흑물질을 관측했다고 공식적으로 주장한 세계 단 하나뿐인 연구 결과를 국내 연구팀이 주축이 된 국제연구팀이 교차 검증한 끝에 “암흑물질 관측이 사실일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같은 연구팀이 불과 7개월 전에 정반대의 연구 결과를 냈고, 두 연구 결과 모두 본격적인 암흑물질 흔적으로 인정하기에는 아직 통계적인 신뢰도가 낮아 결론을 내리기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구팀도 최소 3년은 추가로 관측해야 대략적인 결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지하실험연구단 부연구단장과 조재현 미국 예일대 물리학과 연구원팀은 유력한 암흑물질 후보인 ‘윔프(WIMP)’ 입자를 검출할 수 있는 실험장치를 독자적으로 구축한 뒤 이를 이용해 암흑물질이 발생시켰을 것으로 추정되는 신호의 연중 변화를 측정해, 1998년 이탈리아 연구팀이 주장한 암흑물질 관측 신호와 유사한 연중 변화 패턴을 확인했다고 22일 밝혔다. 연구팀은 국내외 15개 기관 소속 48명의 연구자가 참여하는 국제연구팀인 ‘코사인-100’을 주도해 이번 연구 결과를 얻었다.


암흑물질의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윔프는 고(故) 이휘소 박사가 처음 개념을 제안한 가설 상의 입자로, ‘약한 상호작용을 하는 무거운 입자’를 의미한다. 우주의 4대 힘 중 약한 상호작용과 중력만 작용한다. 빛과 상호작용하지 않기에 전자기력이 통하지 않아 전파나 광학 망원경으로 관측할 수 없고, 다른 물질과도 상호작용이 거의 없어 존재를 파악하기 까다로운 입자로 꼽힌다.


연구팀은 현재까지 윔프 검출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유일한 실험인 1998년 이탈리아 그랑사소연구소의 ‘다마(DAMA)’ 팀이 수행한 연구 결과를 교차 검증하기 위해 이 연구를 시작했다. 다마 팀은 250kg의 요오드화나트륨 결정을 이용해 1995년부터 윔프를 관측하고 있다. 이론에 따르면, 윔프는 초속 수백 km로 우주에서 지구로 날아와 지구를 통과한다. 윔프는 비록 물질과의 반응성이 매우 낮지만, 요오드화나트륨 결정을 통과하면서 아주 드물게 원자핵과 부딪히며 빛을 낸다. 윔프가 원자핵과 부딪혀 빛이 나오는 확률을 이론으로 정확히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연구팀은 이 빛을 실제로 관측한 뒤 이론에서 예측된 빛의 발생 빈도와 비교해 정말 윔프가 존재하는지 밝힐 수 있다. 

 

다마 팀은 실험 3년째인 1998년, 윔프 검출 신호로 추정되는 신호가 계절별로 변하는 현상을 관측하고, 이것을 지구가 공전하면서 암흑물질이 밀집해 있는 지역을 통과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태양은 은하 중심으로 돌기 때문에 계절에 따라 지구가 윔프를 만나는 속도가 달라지고, 그 결과가 관측값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었다. 만약 다마 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윔프와 암흑물질의 존재를 처음 증명하는 중요한 발견이지만, 검증 과정이 까다로워 20년째 다른 연구팀에 의해 교차 검증이 이뤄지지 못해 그 동안 논란이 많았다. 다마 팀은 지금까지 21년째 암흑물질 신호의 연간 변화를 관측하고 있다.

 

코사인-100 검출기의 모습. 사진제공 IBS
코사인-100 검출기의 모습. 사진제공 IBS

이 부연구단장팀은 다마 팀의 연구 결과를 교차 검증하기 위해 강원도 양양 지하 700m 지점에 다마 팀과 같은 고순도 요오드화나트륨 결정 106kg 설치해 2016년부터 암흑물질을 관측하고 있다. 이번에 연구팀은 다마 팀이 신호의 연간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2016년 10월부터 2018년 8월까지 약 1년 10개월 동안의 신호 연간 변화 데이터를 얻어 분석했다. 온도와 주변 방사능 등 다른 계절적, 환경적 요인은 통제했다.


그 결과 연구팀이 코사인-100 실험을 통해 얻은 연간 신호 변화 패턴이 다마 팀이 측정한 신호와 오차 범위 이내에서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아직은 실험 신뢰도가 68.3% 수준(1시그마)으로 낮아 아직 다마 팀의 결론을 확실히 뒷받침할 수도, 부정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유는 요오드화나트륨 원자핵과 윔프의 낮은 충돌 확률이다. 다마 팀이 사용한 이론(모델)에 따르면 요오드화나트륨과 가설 상의 윔프가 1년에 만나는 횟수는7200회 정도다. 코사인-100에서는 연간 100개 내외의 더 적은 신호를 현재 검출하고 있다.

 

마치 적은 수의 사람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면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과 비슷하게, 충돌 확률 역시 낮으면 신뢰성이 낮아진다. 결국 오랜 시간 관측을 해 데이터를 늘려야 신뢰도가 높아진다. 이 부연구단장은 “약 3년 정도 더 관측을 하면 데이터가 쌓이면서 신뢰도가 ‘증거’를 발견했다고 불러도 좋은 수준인 99.7%(3시그마)로 높아져 다마 팀의 결론을 검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연구단장은 “원래 1시그마의 신뢰도를 데이터량 확보만으로 3시그마로 올리려면 9배의 데이터가 필요하며 이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하지만 3년간 두 배 정도 데이터를 더 확보할 수 있고, 여기에 분석 기술을 최적화해 3시그마에 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물리학에서 확고한 발견을 의미하는 '관측'으로 부르는 데 필요한 신뢰성은 5시그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물리학 분야 국제학술지 ‘피지컬리뷰레터스’ 17일자에 발표됐다.


이번 연구 결과가 아직 다마 팀의 결과를 뒷받침하기에 이른 이유는 또 있다. 같은 연구팀이 같은 장비를 이용해 지난해 정 반대 결과를 냈기 때문이다. 이현수 부연구단장은 하창현 연구위원과 함께 지난해 12월 정반대의 결과를 ‘네이처’에 발표했다. 당시 코사인-100 연구팀은 관측시설을 처음 가동한 2016년 말의 약 60일 동안 모은 데이터를 분석했으나, 윔프와 요오드화나트륨 원자핵이 만난 신호가 전혀 검출되지 않아 다마 팀의 연구 결과가 잘못됐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추정했다. 다마 팀의 이론이 맞다면, 60일 동안에 1200개의 윔프 신호가 나왔어야 했다. 


이현수 부연구단장은 “당시 연구는 연간 변화를 보지 않았고 다마 팀이 사용한 모델을 검증한 것이다. 이번 연구가 연간 변화를 보고 보다 일반적인 이론에 따라 검증한 최초의 연구이며 1시그마의 신뢰성까지 올라간 것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연구단장은 “다마 팀과 동일한 고순도 결정 검출기에서 데이터를 얻고 분석 방법까지 같지만, 3년의 추가 검증 과정에서 앞으로도 분석 방법과 신호에 따라 해석은 달라질 수 있다”며 최종적인 결론을 내기 위한 자연스러운 검증 과정이라고 말했다.

 

코사인-100 공동연구단의 모습이다. 사진제공 IBS
코사인-100 공동연구단의 모습이다. 사진제공 I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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