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진정한 친구만이 함께 기뻐한다

2019.07.20 06:00
가장 가까운 사람이 잘 되면 좋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자존감의 위협′ 또한 크게 받기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가장 가까운 사람이 잘 되면 좋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자존감의 위협' 또한 크게 받기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한 연구에서 사람들에게 '진정한 친구에게 있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 결과 힘들 때 위로를 보내거나 어려울 때 서로 돕는 것보다도 '내가 잘 되는 것을 자기 일처럼 기뻐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혔다고 한다(Argyle & Henderson, 1984). 잘 안 됐을 때는 함께 슬퍼하다가도 막상 일이 잘 풀리고 나니 친구와 사이가 멀어졌다는 고백들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연인 관계에서도 한 명이(특히 여성이) 다른 한 명보다 잘 나가거나 수입이 높아지면 다른 한 명이 열등감을 내비치는 등의 일이 적지 않다.

 

우리는 늘 남과 비교하는 존재들이어서 가장 가까운 사람이 잘 되면 좋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자존감의 위협' 또한 크게 받기 때문이다. '같이 다녀도 쟤는 저렇게 잘 됐는데 나는 왜…' 같은 것들 말이다. 때로는 성공 자체가 관계에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갑자기 너무 바빠져서 함께 할 시간이 줄어든다든가 멀리 이주해야 하는 경우 이전보다 관계의 난이도가 올라간다. 이런 이유로 누군가가 내 일을 자기 일처럼 기뻐해준다는 것은 일종의 희생정신을 의미하기도 한다. 자신의 자존감과 편리함보다 나의 행복을 중시해주는 거니까.

이렇게 내 일을 자기 일처럼 기뻐해주는 것이 (나도 잘 못하는) 어려운 일임을 알기 때문인지, 상대방이 이런 모습을 보이면 행복해지고 관계가 두터워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로체스터대의 심리학자 해리 레이스(Harry Reis)와 동료들은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사람들에게 여러가지 좋은 일에 대한 리스트를 주고 이 중에서 지난 2년 동안 자신을 가장 행복하게 해준 일들을 세 개 골라보라고 했다. 그리고 나서 인터뷰어 역할을 맡은 사람에게 그 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보도록 했다.

여기서 인터뷰어의 반응을 달리했는데 한 조건에서는 인터뷰어로 하여금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일을 함께 기뻐하도록 했다. 예컨대 눈을 맞추고 끄덕끄덕 미소지으며 굉장하다든가 친구들이 너를 참 자랑스러워했겠다는 등의 긍정적인 코멘트를 하도록 했다. 또 다른 조건에서는 반대로 '어 그래. 좋았겠네' 정도로 퉁명스럽게 반응하도록 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나서 다시 사람들에게 아까 고른 세 가지 사건들이 얼마나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었냐고 물어보았다. 그 결과 자신과 함께 기뻐해준 인터뷰어와 얘기한 사람들은 그 사건들을 이전보다 더 긍정적이고 행복한 일들로 지각하는 경향을 보였다. 웃긴 동영상을 봤을 때보다 더 큰 즐거움을 느끼기도 했다. 연구자들은 이번에는 사람들에게 14일동안 매일매일 오늘 가장 좋았던 일에 대해 기록하도록 했다. 또 그 일에 대해 누군가에게 얘기했는지, 그 사람이 얼마나 함께 기뻐했는지에 대해 물었다. 14일이 지난 후 연구자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좋았던 것으로 기록한 열 네가지 일을 다시 평가하도록 했다. 그 결과 함께 기뻐한 사람이 있었을 때, 원래 평가했던 것보다 더 그 일이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함께 기뻐한 사람이 있을 때 좋은 일이 더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함께 기뻐해주는 사람이 있을 때 그 일이 더 긍정적으로 지각될 뿐 아니라 기뻐해준 사람과의 관계가 돈독해지기도 한다. 이번에는 대학생과 중년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평소 자신의 연인이 얼마나 자신의 일을 함께 기뻐하는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 결과 연인이 자신의 일을 함께 기뻐해주는 편일수록 본인과 연인의 관계만족도가 높고 친밀감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매일매일 파트너와 함께 기분 좋은 시간을 더 많이 보내는 편이기도 했다. 반대로 연인이 자신의 기쁜 일에 시큰둥한 편인 사람들은 관계만족도가 낮고 연인과 함께 있어도 별로 즐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작은 차이가 장기적인 만족도에도 영향을 줘서 서로의 성공과 행복을 함께 기뻐하는 연인들은 그렇지 않은 연인들에 비해 두 달 후에도 관계 만족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함께 있으면 즐겁고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행동 역시 상대방에 대한 호감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내가 상대방의 성공과 행복에 관심을 갖는 것이나, 쉽게 드러내지 않는 속마음을 내보일 의향, 상대방과 관계를 위해 희생할 의향을 갖는 것, 또 상대방에 대한 신뢰도를 높인 것은 무엇보다 상대방이 나의 기쁨을 함께 기뻐하는지의 여부였다. 즉 상대가 나의 성공과 행복을 진심으로 기뻐해준다면 단순한 호감 이상으로 나 역시 상대방의 성공과 행복을 응원하고 지지할 마음이 생긴다는 것이다.

기쁜 일을 함께 기뻐하는 것이 어찌보면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나의 희생적이고 이타적인 마음을 내비치는 동시에 상대방에게도 희생적이고 이타적인, ‘상호적’인 관계를 만들어갈 동기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함께 기뻐함이 위로 못지 않게 진정한 관계를 만드는 토대가 되어준다는 것이다.

상대의 기쁨을 함께 기뻐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어쩌면 내가 하는 관계들이란 서로를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위로받고 내가 높여지기 위한 일방적인 관계일지도 모르겠다. 나도 상대방도 각자가 잘 되는 것만 중요한 관계라면 오래 되어도 공허하고 외로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내가 누군가의 기쁨을 함께 기뻐해주는 친구가 된다면, 또 내게 그런 친구가 생긴다면 우리는 분명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참고자료
-Argyle, M., & Henderson, M. (1984). The rules of friendship. Journal of Social and Personal Relationships, 1, 211-237.
-Reis, H. T. (2018). Perceived partner: Responsiveness as an organizing theme for the study of relationships and well-being. In Relationships, Well-Being and Behaviour (pp. 183-206). Routledge.
-Reis, H. T., Smith, S. M., Carmichael, C. L., Caprariello, P. A., Tsai, F. F., Rodrigues, A., & Maniaci, M. R. (2010). Are you happy for me? How sharing positive events with others provides personal and interpersonal benefit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99, 311-329.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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