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리포트] 특수문자·그림에서 시작해 AR로 진화하는 이모지

2019.07.13 12:01
일러스트 이창우, 디자인 최연지/어린이과학동아 제공
일러스트 이창우, 디자인 최연지/어린이과학동아 제공

가족이나 친구와 나눈 메신저 창이나 인터넷 댓글에서 이모지를 통해 다양한 표정으로 울거나 웃을 수 있다. 이모지는 표정은 물론, 동물, 음식, 운동, 물건, 깃발까지 다양한 것을 나타내는 그림문자다. 

 

흔히 이모지와 이모티콘을 동일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구성요소가 전혀 다르다. 1982년 미국 카네기멜론대 컴퓨터과학자인 스콧 팔먼이 처음 제안한 이모티콘은 문자와 숫자 등 여러 기호를 조합해 만든 그림에서 시작됐다. 예를 들면 콜론 : ,과 마이너스 - , 오른쪽 괄호 )  를 합치면 ‘스마일리’ 이모티콘 :-) 을 만들 수 있다.

 

요즘에는 메신저에서 쓰이는 캐릭터나 그림도 이모티콘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이모지라고 불러야 한다. 이모지는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고유한 그림 문자다. 컴퓨터에서 쓰이는 표준 언어 코드인 ‘유니코드’에 입력돼 여러 기기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모지를 처음 만든 사람은 일본의 통신사 NTT 도코모에서 일하던 디자이너 구리타 시게타카 다. 그는 1999년 이메일로 보낼 수 있는 그림 문자를 만들고, 그림문자라는 뜻의 일본어(絵文字, 에모지)를 따서 이모지라고 불렀다. 2000년대 미국 IT 기업 구글과 애플의 기기에 이모지 입력 기능이 추가되면서 이모지가 전 세계로 퍼지게 됐다.  

 

 

매년 이모지 종류가 선정되면 각 회사에서 디자인

 

디자인 최연지.어린이과학동아 제공
디자인 최연지.어린이과학동아 제공

지금은 비영리기관인 유니코드협회에서 이모지를 만들고 있다. 유니코드협회 내 ‘이모지 소위원회’가 회의를 통해 매년 새로운 이모지의 종류를 정하고 이를 관리한다.

 

유니코드는 전 세계의 문자를 모든 컴퓨터에서 동일하게 입력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만든 국제 표준 문자 코드다. 컴퓨터는 정보를 0과 1의 숫자로 처리하기 때문에 사람이 쓰는 문자를 인식할 수 없다. 그래서 컴퓨터에 문자를 입력할 때는 문자마다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도록 코드를 사용한다. 아스키(ASCII) 등이 대표적인 문자 코드다.  

 

가장 최신 버전의 유니코드는 지난 3월에 나온 ‘유니코드 12.0’이다. 영어와 한글은 물론, 이란과 남인도의 전통 문자까지 총 13만 7929자의 문자를 입력할 수 있다. 문자뿐 아니라 이모지도 포함돼 있다.

 

이모지 소위원회가 매년 새로운 이모지를 선정하면 삼성과 구글 등 IT 회사에서 각자 디자인한다. 그래서 동일한 표정이나 사물을 나타내는 이모지라도 스마트폰 기종마다 생김새가 조금씩 다르다.

 

언어는 노(NO), 스마트 기기에서 '비언어적 의사 소통' 역할 

 

트위터 사용자들은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의 작품 ′레 미제라블′을 이모지로 ′번역′했다. 아무렇게나 그림을 배열한 듯 보이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줄거리가 이해된다. 어린이과학동아 제공
트위터 사용자들은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의 작품 '레 미제라블'을 이모지로 '번역'했다. 아무렇게나 그림을 배열한 듯 보이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줄거리가 이해된다. 트위터 제공

전 세계 사람들이 이모지를 쓰기 시작하면서 이모지에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담기고 있다.

 

놀랍게도 최근에는 이모지가 감정을 표현하는 용도로만 쓰이지 않는다. 트위터 사용자들은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의 작품 '레미제라블'을 이모지로 번역했다. 아무렇게나 그림을 배열한 듯 보이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줄거리가 이해된다. 

 

심지어 한 권 전체가 이모지로 쓰여진 책도 있다. 미국의 이모지 개발자인 프레드 베넨슨은 2009년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을 이모지로 번역한 '이모지 딕'을 펴냈다.

 

프레드 베넨슨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출간한 《이모지 딕》의 표지. Call me Ishmael(나를 이스마엘이라 부르라)는 《모비 딕》의 유명한 첫 문장을 이모지로 번역해 담았다. Fred Benenson 제공
프레드 베넨슨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출간한 《이모지 딕》의 표지. "Call me Ishmael(나를 이스마엘이라 부르라)"는 《모비 딕》의 유명한 첫 문장을 이모지로 번역해 담았다. Fred Benenson 제공

책 한 권을 통째로 쓸 정도면 이모지도 언어로 인정할 수 있을까? 영국의 언어학자 비비안 에반스는 언어의 조건으로 '여러 사물을 표현하는 단어와, 단어들을 잇는 규칙'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령 영어는 5살 짜리 어린이도 단어를 약 5000개쯤 익힌다. 그런데 이모지는 종류가 총 3019개로 다양성이 낮다. 또 한국어나 영어 등 기존 언어와 달리 단어와 단어 사이를 이어주는 규칙도 없다. 이모지를 새로운 언어라고 볼 수는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스마트기기로 대화를 할 때 이모지만큼 감정과 표현을 최대한 나타낼 수 있는 도구도 없다. 학계에서는 ‘비언어적 의사 소통’이라고 부른다. 대화의 대부분이 글로만 전달돼 상대방의 의도를 정확히 알기가 힘든 스마트 기기에서는 이모지가 얼굴 표정처럼 비언어적 의사 소통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  "누구든 자신을 이모지로 표현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개발자와 디자이너

 

왼쪽부터 임진호, 최민석(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개발실), 이민경(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모바일UX센터)
왼쪽부터 임진호, 최민석(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개발실), 이민경(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모바일UX센터)

미래의 이모지는 어떻게 생겼을까? 삼성전자에서는 한단계 발전한 이모지 중 하나인 'AR(증강현실) 이모지'를 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이모지 개발자인 임진호 씨, 최민석 씨와 모바일 UX(사용자경험) 디자이너인 이민경 씨에게 AR 이모지 기술에 대해 들어 봤다. 


Q. 'AR 이모지'가 무엇인가 

임진호 :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는 이모지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다, 내 모습을 이모지로 만들어보기로 했다. AR 이모지는 내 모습이나 원하는 캐릭터를 이모지로 만들어 대화에 쓰거나 증강현실로 움직이게 만들 수도 있다.  


 Q. 어떻게 내 모습을 이모지로 만들 수 있나
최민석 : 우선 카메라로 얼굴 사진을 찍는다. 이 사진에서 프로세서가 눈, 코, 입처럼 수십 군데가 넘는 얼굴 부위를 인식한다. 그러면 얼굴을 분석하는 프로그램이 눈은 얼마나 큰지, 입 끝이 올라갔는지 등의 특징을 파악해 3D 모델에 적용하는 원리다. 최종적으로 나와 닮은 AR 이모지가 탄생한다. 

 

Q. 실제 모습과 이모지는 조금 다르게 생긴 것 같다
이민경: 현재 AR 이모지는 실제 모습을 바탕으로 좀 더 매력적인 스타일로 만들었다. 사람과 최대한 닮게 만들었더니 어색해 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만족하도록 나를 표현하는 이모지를 만들고자 한다. 

 

Q. 앞으로 어떤 AR 이모지를 개발할 계획인가 
임진호: AR 이모지의 활용 폭을 훨씬 넓히는 게 목표다. 영상 통화에 사용하거나, 게임 캐릭터로 만들어 직접 플레이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시험하고 있다. 

 

이모지가 만들어 지는 과정. 일러스트 이창우. 어린이과학동아 제공
이모지가 만들어 지는 과정. 일러스트 이창우. 어린이과학동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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