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ED같은 다른 1등 제품도 반도체 꼴 날 수 있다" 공학계 '위기론' 확산

2019.07.09 19:04
9일 서울 중구 포시즌스호텔에서 한국공학한림원이 개최한 산업미래전략포럼에서 주요산업 CEO와 CTO들이 의견을 말하고 있다. 사진제공 한국공학한림원
9일 서울 중구 포시즌스호텔에서 한국공학한림원이 개최한 산업미래전략포럼에서 주요산업 CEO와 CTO들이 의견을 말하고 있다. 사진제공 한국공학한림원
 
 

한국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같은 1등 제품들 상당수가 소재와 부품의 국산화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로 타격을 입게 된 반도체 산업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산업계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디스플레이와 자동차 등 주요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 대표와 최고기술책임자(CTO)들은 소재와 부품을 만드는 중소기업과 세계 1등 제품을 만드는 대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현재 국가 연구개발(R&D) 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9일 서울 중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개최된 ‘한국공학한림원 산업미래전략포럼’에 참석한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자동차, 기계, 화학 등 주요 산업 분야 기업 대표들은 일본의 소재 부품 관련 규제 강화가 가시화되는 상황을 지적하며 이 같이 말했다.

 

이날 참석한 기업인들은 “한국이 만든 세계 넘버원(1등) 제품들도 거기에 들어가는 소재와 부품만큼은 약하다”며 “서둘러 이들의 개발을 담당하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상생할 수 있도록 국가R&D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강인병 LG디스플레이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부사장은 이날 포럼의 2부 패널 토의에 참석해 “디스플레이가 반도체와 함께 한국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대표적 산업으로 꼽혔지만, 현실은 중국의 ‘제조2025’에 따른 과잉 투자로 시장이 만성 공급과잉상태에 빠져 있는 등 굉장히 어렵다”며 “그나마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세계 1위이자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지만, 여전히 핵심은 국산화를 못하고 있다. 한국은 핵심소재와 부품에 강한 나라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강 부사장은 “소재와 부품 R&D에서 대기업이 배제돼 왔는데, 비록 R&D 자체는 중소기업이 하더라도 원천기술 개발에 들어가면 스타트업 등이 하기 힘든 면이 있다”며 “대기업이 ‘코치’로 참여해 함께 이 분야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부사장은 두 기업이 제품 개발 단계부터 조기에 협업을 해 협력관계를 쌓아 가면 승산이 있다고 역설했다. 


손동연 두산인프라코어 사장도 중소, 중견기업과 대기업의 역할 분담을 주문했다. 중소, 중견기업이 사물인터넷 등 부품 쪽에서는 성공을 하고 있는데, 건설 및 기계 산업의 ‘미래 기술’로 꼽히는 스마트팩토리 등 거대한 투자가 필요한 분야는 진출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게 현실인 만큼 국가에서 오픈소스 개념으로 플랫폼을 만들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을 중소 중견기업이 이용할 수 있게 해주자는 주장이다. 


양웅철 현대차 고문도 중소기업의 부품 생태계를 강조했다. 양 고문은 “자동차의 경우 국산화와 부품 다변화가 이미 상당히 이뤄져 있고 장비 생태계까지 갖춰진 만큼 일본의 추가 규제 시도에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철강과 화학 ICT 등 연관산업도 뒷받침돼 있어 미래 성장 잠재력을 잠식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수소자동차에 필수 소재이자 첨단소재로 꼽히는 카본파이버(탄소섬유) 등도 가격이 문제지 어느 정도 대비된 상황”이라며 “미래 친환경차 핵심부품은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대처 못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관심을 모은 강인엽 삼성전자 사장은 현재 일본의 규제 사태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했다. 다만 자본은 있지만 인력이 없는 현실을 언급하며 적절한 산업 인력을 국내에서 공급 받기에는 교육과 문화 양쪽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다며 장기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라고 설명했다.


산업미래전략포럼은 국내 공학계 석학 및 리더들의 단체인 한국공학한림원이 3월과 5월 회원을 대상으로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한 자체 설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 경제와 산업의 현황을 진단하고 산업구조 개편의 필요성을 제안한 자리다. 이 자리에서는 “한국 경제가 5년 내에 산업 구조개편을 하지 못하면 성장률 하락으로 장기 침체에 빠질 우려가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주력 산업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자동차, 조선 등 산업의 구조조정이 시급하고, 바이오의약, 5G 등 신산업 육성을 촉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를 위해서는 인재 유입과 혁신이 필요하지만, 이를 가로막는 노동 경직성이 심하다”며 R&D 분야에 대한 규제 완화 등 노동 유연화 정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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