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기의 과학카페] 숲을 늘려야 지구온난화 속도 늦춘다

2019.07.09 16:43
전지구적으로 지구온난화가 가속되는 상황에서 환경을 파괴하는 태양광발전 시설의 난립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픽사베이 제공
전지구적으로 지구온난화가 가속되는 상황에서 환경을 파괴하는 태양광발전 시설의 난립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픽사베이 제공

"이제 지구는 환경의 문턱에 접근하고 있고 만일 이를 넘어선다면 생태계와 경제, 사회에 심각한 타격을 초래할 것이다. 기후변화의 재앙과 생물다양성 손실을 피하기 위해 인류는 자연의 생태계를 보호하고 복원해야만 한다." - 로빈 차즈던와  페드로 브랜캘리언

지난주 중부지방에 때 이른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연일 폭염특보가 내려졌다. 올 여름은 각종 기록을 갈아치운 지난해만큼은 덥지 않을 것이라는 예보에 대한 신뢰가 뚝 떨어졌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양반이다.

인도는 50도를 오르내리고 남유럽도 40도를 훌쩍 뛰어넘었다. 심지어 알래스카도 30도를 넘었다고 한다. 며칠 전 한 프랑스 사람의 인터뷰를 보니 “2050년이면 50도에 이를지도 모른다는 예상이 훨씬 빨리 실현될지도 모르겠다”며 불안해했다. 지구온난화가 걱정을 넘어 공포로 바뀌는 양상이다.

이제 인류의 활동으로 발생한 온실가스가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는 주장에 반박하는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대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지구가 핫하우스(hot house. ‘난방을 하는 온실’에 비유한 표현)로 가는 길을 돌이키기 어렵다는 주장을 점점 힘을 얻고 있다. 대기 중의 온실가스를 적극적으로 포집해야 한다는 것이다.

2000년 전후만 해도 이산화탄소포집저장기술(CCS)이 이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지금은 다들 고개를 젓고 있다. 비용이 너무 들뿐 아니라 포집하고 저장해야 할 이산화탄소 양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결국 돌고 돌아 찾은 해결책은 지구에서 수십 억 년 전부터 해오던 일, 즉 광합성이다. 특히 5억 년 전 등장해 오늘날 지구 생물량의 80%인 4500억 톤(탄소만 계산했을 때)를 차지하고 있는 식물이야말로 이산화탄소 포집과 저장의 일등공신이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혁명 이전의 1.5도에서 2도 이내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합의문을 채택했지만 4년이 지난 지금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그동안 이산화탄소 배출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식물이 구원투수로 나설 수 있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들이 늘고 있다. 오늘날 이미 엄청난 식물이 존재하지만 지구는 그 두 배에 이르는 식물을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CCS 없이도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상당량을 없애 지구온난화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

한국 면적 90배 숲으로 만들 수 있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7월 5일자에는 이런 잠재력을 구체적으로 분석한 논문이 실렸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 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땅이 9억 헥타르에 이르고 이를 자연숲으로 복원할 수 경우 포집할 수 있는 탄소는 2050억 톤에 이른다.

참고로 IPCC(기후변화국제협의체)는 2050년까지 지구온난화 상승폭은 1.5도 이내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2100년까지 대기에서 이산화탄소 7300억 톤을 포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탄소로 치면 1990억 톤이다. 9억 헥타르의 땅을 숲으로 복원한다면 가능한 일이라는 말이다.

9억 헥타르는 얼마나 넓은 면적일까. 우리나라(남한) 면적이 1000만 헥타르이므로 90배에 해당하는 넓이다. 참고로 중국의 면적이 9억6000만 헥타르이고 지구 육지의 면적은 149억 헥타르다. 지구 면적의 6%를 추가로 숲으로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연구자들은 지구 곳곳을 찍은 사진을 기반으로 한 7만8774개 측정값을 분석해 현재 기후에서 44억 헥타르의 땅이 숲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참고로 숲의 정의는 ‘1헥타르에서 나무가 (가리는 면적이) 적어도 10%를 차지하고 농업활동이나 주거지가 없는 면적이 적어도 0.5헥타르는 넘는 곳’으로 정의된다.

44억 헥타르 가운데 실제 숲으로 존재하는 면적은 28억 헥타르다. 추가로 숲을 만들 수 있는 면적이 16억 헥타르라는 말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7억 헥타르는 이미 사람들이 차지한 상태라 숲으로 만들 수 있는 건 나머지 9억 헥타르다.

이를 나라별로 분석한 결과 러시아(1억5100만 헥타르), 미국(1억300만 헥타르), 캐나다(7840만 헥타르), 호주(5800만 헥타르), 브라질(4970만 헥타르), 중국(4020만 헥타르)으로 상위 6개국이 절반을 넘게 차지했다. 이 가운데 미국, 캐나다, 호주, 중국 등은 세계 경제를 이끄는 나라들로 이 땅을 숲으로 복원할 역량이 충분하다. 논문에서 이들 나라의 ‘책임감’을 강조한 이유다.

연구자들은 9억 헥타르의 땅을 자연 숲으로 복원해 제 역량을 발휘하게 하면 2050억 톤의 탄소를 추가로 저장할 수 있다고 계산했다. 그런데 한반도 면적의 90배에 이르는 땅을 숲으로 복원한다는 게 실현성이 있을까.

 

육지의 숲 잠재력을 보여주는 지도다. 나무가 덮을 수 있는 비율에 따라 다른 색으로 표시했다. 적도 주변 아열대, 열대 우림이 잠재력이 큼을 알 수 있다. 한반도도 잠재력이 꽤 된다. B: 숲 복원의 여력을 보여주는 지도다. 동부 시베리아와 북미, 호주 등 곳곳에 숲이 파괴된 땅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사이언스′ 제공
육지의 숲 잠재력을 보여주는 지도다. 나무가 덮을 수 있는 비율에 따라 다른 색으로 표시했다. 적도 주변 아열대, 열대 우림이 잠재력이 큼을 알 수 있다. 한반도도 잠재력이 꽤 된다. B: 숲 복원의 여력을 보여주는 지도다. 동부 시베리아와 북미, 호주 등 곳곳에 숲이 파괴된 땅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사이언스' 제공


목재용 조림은 효과 미미

현재 이런 대규모 숲 복원 프로젝트가 몇 개 진행되고 있다. 2011년 독일과 세계자연보존연맹이 주도한 ‘본 챌린지(Bonn Challenge)’가 대표적인 예로 2030년까지 3억5000만 헥타르의 땅을 숲으로 복원한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43개 나라가 참여하고 있는데, 3억 헥타르에 가까운 브라질, 인도, 중국의 황무지가 주된 대상이다.

학술지 ‘네이처’ 4월 4일자에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기 위해서는 자연숲으로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기고문이 실렸다. 이에 따르면 본 챌린지의 효과도 생각만큼 크지는 않다. 각국이 내놓은 복원안을 보면 자연숲은 34%에 머무르고 목재용 조림이 45%, 농산림(agroforestry)이 21%를 차지한다.

그 결과 3억5000만 헥타르를 복원했을 때 2100년까지 포획할 수 있는 탄소의 양은 160억 톤이다. 만일 전부 자연숲으로 복원할 경우 420억 톤에 이른다. 반면 전부 조림으로 복원하면 10억 톤에 불과하다.

자연숲 복원은 기술적으로 쉬우면서도 비용이 가장 덜 들고 이산화탄소 포집 효과가 즉시 나타나 숲이 성숙할 때까지 70년 동안 유지되지만 눈에 보이는 경제적 효과는 없다. 따라서 조림을 선택한 면적이 많은데, 이 경우 10년꼴로 나무를 베어내고 다시 심는 일이 반복되고 팔려나간 목재는 제품에 쓰이다 결국 대기 중 이산화탄소로 돌아간다. 조림이 이산화탄소 포집 효과가 미미한 이유다.

커피나무(관목)에 그늘을 주기 위해 나무를 심는 식의 농산림은 목재용 조림보다는 낫지만 자연숲에 비해서는 효과가 한참 떨어진다. 3억5000만 헥타르를 전부 농산림 복원으로 할 경우 탄소 70억 톤을 포획할 수 있다.

따라서 기고자들은 각국이 되도록 자연숲으로 복원할 것을 제안했다. 그리고 가난한 나라의 경우 놓친 기회비용(목재용 조림이나 농산림을 못해서)을 국제사회가 지불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43개국이 참여한 숲 복원 프로젝트인 ‘본 챌린지’는 2030년까지 3억500만 헥타르 면적의 땅을 숲으로 복원할 계획이다. 만일 전체 면적이 자연숲으로 복원되면 2100년까지 대기 중 탄소 420억 톤을 포집할 수 있지만(왼쪽) 현 계획대로 34%가 자연숲, 45%가 조림, 21%가 농산림이면 탄소 160억 톤을 포집하는 데 그친다(가운데). 만일 전부 조림을 하면 10억 톤에 불과하다(오른쪽). 네이처 제공
43개국이 참여한 숲 복원 프로젝트인 ‘본 챌린지’는 2030년까지 3억500만 헥타르 면적의 땅을 숲으로 복원할 계획이다. 만일 전체 면적이 자연숲으로 복원되면 2100년까지 대기 중 탄소 420억 톤을 포집할 수 있지만(왼쪽) 현 계획대로 34%가 자연숲, 45%가 조림, 21%가 농산림이면 탄소 160억 톤을 포집하는 데 그친다(가운데). 만일 전부 조림을 하면 10억 톤에 불과하다(오른쪽). 네이처 제공



태양광 발전은 수단일 뿐

지난 6월 18일 방송된 KBS ‘시사기획 창’의 ‘태양광 사업 복마전’ 편의 내용을 두고 청와대가 반발했다는 뉴스를 듣고 궁금해서 봤다. 우리나라 태양광 발전이 문제가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로 심각하지는 몰랐다. 다만 청와대 관련 건은 지엽적인 문제라 이 자리에서 언급하지 않겠다.

2000년 무렵만 해도 태양광 발전은 ‘경제성은 떨어지지만 환경을 위해’ 추진해야 하는 거라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패널 생산비가 급감하고 유가가 오르면서 경제성에서도 경쟁력이 생기며 중국이나 미국 같은 나라에는 정말 끝이 안 보이는 태양광 발전소가 여럿 만들어졌다.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이런 광활한 땅도 강렬한 햇빛도 없기 때문에 여전히 정부가 어느 정도 보조를 해야 태양광 발전을 늘릴 수 있다. 나라 살림에 여유가 있을 때 이런 일을 꾸준히 추진해 건물이나 자투리땅을 활용했다면 좋았으련만 내내 게으름을 피우다 이번 정부 들어 자세가 180도 바뀌어 돈을 쏟아붓고 있다.

그러나 요즘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차라리 일을 안 하던 예전 정부가 그리울 지경이다. 많은 경우 ‘경제성(돈벌이)을 위해 생태와 환경을 희생하는’ 태양광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가능한 건 정부가 ‘몇 년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몇 %까지 올린다’는 식의 목표를 세워놓고 이를 달성하는 데만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하늘에서 바라본 태양광 발전소 모습. 이산화탄소 배출과 포획/저장의 관점에서 볼 때 자연 숲을 파괴해 만든 태양광 발전소는 존재 이유가 없는 것 아닐까. 산을 깎아 만든 태양광 발전소는 생태계를 파괴할 뿐 아니라 보기에도 안 좋고 여름철 집중호우로 토사가 대량으로 유출되고 자칫 산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 연합뉴스 제공
하늘에서 바라본 태양광 발전소 모습. 이산화탄소 배출과 포획/저장의 관점에서 볼 때 자연 숲을 파괴해 만든 태양광 발전소는 존재 이유가 없는 것 아닐까. 산을 깎아 만든 태양광 발전소는 생태계를 파괴할 뿐 아니라 보기에도 안 좋고 여름철 집중호우로 토사가 대량으로 유출되고 자칫 산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 연합뉴스 제공

‘시사기획 창’의 끝부분에 나오는 전남 고흥의 사례는 우리나라 태양광 발전의 경악스러운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40만m²가 넘는 숲(임야)에 있는 습지는 전남 17개 습지 가운데 생태계 보존 가치가 가장 높은 곳으로 평가되는 ‘1급 보호 습지’로 14종의 멸종위기종과 희귀종이 서식하고 있다. 비록 환경영향평가를 거쳐야 한다는 조건부 허가라지만 이런 곳에 태양광 발전소 허가가 났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이다.

문득 우리나라는 태양광 발전을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일을 벌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태양광 발전 전 과정(패널 제작 및 폐기, 발전소 건설을 포함한)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의 양(탄소발자국)이 기존 화석연료 발전로 동일한 전기를 생산했을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 양보다 적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생태계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계산에 포함시켜야 하는데 이런 개념이 없는 것 같다.

나무가 울창한 숲을 벌거숭이 땅으로 만들어 여기에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 건 발전소만 비교했을 때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줄어드는 걸로 계산될 수 있겠지만 숲의 기존 생물량과 추후 20년 동안(태양광 패널 수명) 포집할 이산화탄소까지 계산에 포함하면 절대 그렇게 나오지 않을 것이다. 숲을 파괴하면서 만든 태양광 발전소는 지구온난화를 늦추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지금 우리의 목표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이고 태양광 발전은 여러 수단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이산화탄소 감소에 기여하지 못하는 태양광 발전소는 지을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게다가 덤으로 생태계와 환경까지 파괴한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정부는 앞으로 수십조 원을 들여 서울시 면적보다도 넓은 땅을 태양광 발전소로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이 가운데 숲을 파괴하지 않고 지을 수 있는 면적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라도 거기서 멈추는 지혜를 발휘했으면 한다.

 

대신 남는 돈을 갖고 숲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어떨까. ‘사이언스’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숲 잠재력은 554만 헥타르이고 실제 숲은 359만 헥타르다. 195만 헥타르를 숲으로 만들 여력이 있다는 말이다. 산림이 많이 황폐화된 북한의 경우 숲 잠재력은 733만 헥타르이지만 실제 숲은 343만 헥타르에 불과해 390만 헥타르를 숲으로 바꿀 수 있다.

 

숲을 파괴해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 ‘제로섬게임’에 아까운 세금을 쏟아붓는 대신 숲 회복 프로젝트를 펼친다면 이산화탄소 포집·저장도 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보람 있는 일자리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지구촌의 식물 생물량을 늘려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데 기여하는 게 진정 인류와 지구를 위하는 길이 아닐까.

 

※ 필자소개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직접 쓴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8권),《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가 있다. 번역서로는 《반물질》, 《가슴이야기》, 《프루프: 술의 과학》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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