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이 암이나 알츠하이머 치매 등 심각한 질환과 관련있는 지질을 분석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 질병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나아가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김태영 지구∙환경공학부 교수팀이 정상시료와 환자시료 내에 존재하는 지질의 상대비율을 빠르고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분석법을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지질은 몸을 구성하는 세포의 세포막을 구성하는 성분으로 에너지를 저장하고 신호를 전달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지질의 종류와 양이 변화하면 제2형 당뇨병이나 류머티스 관절염, 알츠하이머 병, 암 등의 대사질환이나 면역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에 과학자들은 질병의 원인을 찾고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생체 내 지질의 양을 측정하는 기술 개발에 몰두해왔다.
연구팀은 ‘대사적 중수 표지법’이라는 기술을 활용해 지질 측정 기술의 효율을 높였다. 대사적 중수 표지법은 수소와 원자번호는 같지만 질량이 더 큰 동위원소인 '중수소'를 사용해 생체 분자를 조사하는 기술이다. 생명체로 하여금 물 대신에 중수소를 사용한 물인 '중수'를 생명활동에 이용하게 하면 체내에 중수소가 들어가게 된다. 이후 체내에 존재하는 전체 수소 가운데 중수소의 비율을 계산할 수 있다.
연구팀은 건강한 세포와 질병을 지닌 세포에서 얻은 생체 분자 속 중수소 비율을 계산한 뒤 비교했다. 대표적인 모델 암세포인 '헬라' 세포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연구팀은 지방산, 글리세롤지질, 인지질, 스핑고지질을 포함한 총 100여 개의 개별 지질의 중수소 상대비율 변화를 검출해 내는 데 성공했다. 각 지질의 상대비율 차이가 클수록 질병 가능성이 높고 검출도 쉬운데, 연구팀은 비교적 차이가 작은 약 100배 수준까지 정량하는데 성공했다.
김 교수는 “이전에 개발된 동위원소 기반 상대 정량법은 특정 생분자만을 정량할 수 있었는데,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중수 표지법은 지질 외에 단백질, 당, 핵산, 대사체를 포함한 여러 생분자를 동시에 정량할 수 있다”면서 “향후 질병으로 발생하는 생체 변화를 시스템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애널리틱컬 케미스트리’ 지난달 27일자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