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과학자들, 일본과 시너지 가장 잘 내지만 협력 줄고 있다

2019.07.03 13:46
한국 과학자들이 해외 국가들과 공동 연구를 하는 경우 일본 과학자들과 가장 많이 시너지를 내고 있지만 협력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한국 과학자들이 해외 국가들과 공동 연구를 하는 경우 일본 과학자들과 가장 많이 시너지를 내고 있지만 협력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일본이 한국에 수출하는 반도체 부품에 대해 수출 규제를 하는 등 양국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국내 과학자들과 해외 국가들과 공동 연구를 하는 경우 일본 과학자들과 가장 많이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다만 한국이 일본의 과학기술 수준으로 올라오면서 양국간 협력이 줄고 신흥 과학강국인 중국과의 협력이 점차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연구재단은 2013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 글로벌 학술정보회사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의 학술논문 데이터베이스인 ‘웹 오브 사이언스’에 등록된 한국 연구자들의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을 조사해 한국과 중국, 미국, 일본의 연구논문 현황과 한·미, 한·중, 한·일간 협력논문 현황을 분석한 보고서를 지난달 27일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웹 오브 사이언스에 등록된 한국 논문 수는 2013년 5만 2079건에서 2018년 6만 2481건으로 연평균 3.7% 늘었다. 미국은 2013년 38만 6324건에서 연평균 2.0% 늘어 2018년 42만 6080건의 논문이 발표됐다. 한국보다 7배 많다. 중국은 2013년부터 논문 발행 수가 연평균 13%씩 성장하며 2018년에는 39만 4934건을 기록했다. 미국을 턱밑까지 쫓아왔다. 일본은 2014년과 2015년에는 논문 수가 감소하다 다시 증가하기 시작해 2018년에는 8만3036건이 발표됐다.

 

논문의 질을 평가하는 지표로는 논문의 분야별 영향력 지수(CNCI)가 쓰인다. 논문당 피인용 수를 주제분야, 출판연도, 논문종류를 고려해 정규화한 값이다. 단순히 임팩트팩터(IF) 같은 피인용지수로 논문을 평가할 경우 분야별로 피인용지수 값 차이가 커 비교가 어렵다. 이에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는 동일한 연구 분야에서 같은 년에 출판된 논문의 세계평균을 기준으로 피인용수를 정규화한 CNCI라는 수치를 제시했다. CNCI는 세계 평균을 1로 놓기 때문에 1보다 크면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라 할 수 있다.

 

CNCI 기준 한중일 모두 논문의 질이 매년 높아지는 반면 미국은 감소 추세였다. 2013년에서 2017년까지 한국의 평균 CNCI는 0.917에서 1.005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은 1.359에서 1.312로 감소했고, 중국은 1.037에서 1.143으로 늘었다. 일본은 0.926에서 0.983으로 높아졌지만 한 번도 1을 넘지 못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박귀순 한국연구재단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자국 연구자 규모가 크다보니 피인용수가 많은 것을 감안해야 한다”면서도 “중국이 치고 올라오고 있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한국 연구자가 외국 연구자와 협력연구를 진행한 경우 논문의 질을 평가하는 CNCI 수치가 대폭 상승함을 확인할 수 있다. 협력연구 비율을 보면 중국과의 협력연구 논문 비율이 전체 논문수의 4%에서 6%로 가까이 증가했다.
한국 연구자가 외국 연구자와 협력연구를 진행한 경우 논문의 질을 평가하는 CNCI 수치가 대폭 상승함을 확인할 수 있다. 협력연구 비율을 보면 중국과의 협력연구 논문 비율이 전체 논문수의 4%에서 6%로 가까이 증가했다.

한국 연구자들이 국경을 넘어 외국 연구자들과 협력연구를 하는 경우 CNCI 기준 논문의 질은 대폭 상승했다. CNCI 수치는 매년 가파르게 올랐는데 특히 일본과의 협력 연구 효과가 좋았다. 한일 협력연구에서 나온 논문의 경우 2013년 1.697에서 2017년 3.409로 두 배 이상 올랐다. 중국과 협력연구도 1.765에서 2.687로, 미국은 1.645에서 2.015로 올랐다. 한국 연구자가 단독으로 연구한 연구보다 외국과 협력한 연구의 경우 양질의 논문이 나온다는 것이다.

 

협력연구의 무게추는 중국으로 점점 옮겨가는 모양새다. 미국은 여전히 가장 영향력이 큰 협력 대상인 반면 일본과의 협력연구는 줄고 있다. 한국 연구논문 수 대비 협력논문 수의 비율 변화를 보면 중국과의 협력연구논문 비율은 2013년 4%에서 2018년 6%로 올랐다. 전체 논문 수도 2084건에서 3769건으로 6년간 80.8% 늘었다. 반면 일본과의 협력은 4%에서 3.5%대로 줄었다. 미국과의 협력연구논문 비율은 15% 내외를 꾸준히 유지했다.

 

일본은 소재기술 등 몇몇 분야에 있어 협력할 경우 시너지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한국이 일본의 과학기술 수준까지 올라오거나 뛰어넘은 분야가 많아 전체 협력은 줄어들고 있다.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대 연구진과 최근 협력연구를 수행한 이용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에너지공학전공 교수는 “일본 연구진이 소재 측정에 관한 독보적인 기술을 갖고 있어 연구를 함께 했다”며 “전지나 소재 분석 등에서 일본이 앞서가는 형세였다면 지금은 한국의 수준이 많이 높아져 일본을 협력 대신 경쟁의 대상으로 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일본의 과학기술 영향력이 줄어드는 상황도 이러한 현상의 원인 중 하나다. 논문 수가 줄어들기도 하고, 논문의 질도 세계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등 일본 과학기술계가 느끼는 위기감이 숫자로도 드러나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격인 일본의 문부과학성 내 과학기술학술정책연구소(NISTEP)가 지난 4월 발표한 연구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일본 연구자들 사이에 연구환경에 대한 위기감과 기초연구 상황이 악화됐다는 인식이 나타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박 선임연구원은 “일본은 자국의 과학기술 영향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우려가 언론을 비롯한 곳곳에서 나온다”며 “이러한 상황이 수치로도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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