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하가 심장에 ‘막대 구조’ 품은 이유 “은하단 충돌 때문”

2019.06.30 13:05
막대나선은하인 NGC1300의 모습이다. 가운데 가로로 비스듬히 긴 구조가 이 은하의 막대 구조다. 이런 막대구조가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는지 지난 100년간 연구돼 왔다. 이번에 임명신 서울대 교수팀이 새로운 탄생 원리를 관측으로 증명했다. 사진제공 NASA, ESA
막대나선은하인 NGC1300의 모습이다. 가운데 가로로 비스듬히 긴 구조가 이 은하의 막대 구조다. 이런 막대구조가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는지 지난 100년간 연구돼 왔다. 이번에 임명신 서울대 교수팀이 새로운 탄생 원리를 관측으로 증명했다. 사진제공 NASA, ESA

우리 은하와 같이 위에서 봤을 때 회오리 모양(나선형)을 띠면서 동시에 가운데에 막대 모양의 구조를 갖는 은하를 '막대나선은하'라고 한다. 우주에 비교적 흔하지만 정확한 탄생 원리는 그 동안 밝혀지지 않았는데, 국내 연구팀이 관측을 통해 기존의 가설을 뒤집는 새로운 탄생 원리를 제시했다. 은하의 탄생과 진화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임명신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와 윤용민 연구원팀은 막대나선은하의 막대구조 1377개를 관측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들이 은하가 수천 개 모인 천체인 ‘은하단’의 충돌 과정에서 형성된다는 사실을 관측으로 증명하는 데 성공했다고 30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천문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천문학’ 6월 24일자에 발표됐다.


막대 구조는 우주에서 가장 많은 은하인 회오리 모양의 나선팔을 갖고 있는 은하(나선은하)의 3분의 1이 중심부에 갖고 있는 흔한 구조물이다. 은하 중심부의 초대질량블랙홀의 성장에 영향을 주고 은하 중심부의 볼록한 구조인 ‘팽대부’의 형성에 관여하는 등, 은하의 전체 모양을 형성하고 진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 동안 막대 구조의 형성 과정을 놓고 "내부 요인에 의해 형성된다"는 의견과 "주변 은하의 중력에 의해 형성된다" 등 두 가지 가설이 대립해 왔지만, 진짜 원인은 미궁에 빠져 있었다.


연구팀은 20년 전 한 논문에서 "은하단 사이의 충돌이 막대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 데 주목했다. 은하단은 매우 무거운 천체기 때문에 중력이 강하고 안정적이지만, 두 은하단이 충돌할 때에는 중력이 급변하게 된다. 이런 중력 환경의 변화가 막대의 탄생을 이끌었다는 주장이다.


임 교수팀은 이 가설이 막대 구조의 탄생을 설명하는 제3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넓은 범위에 걸쳐 밤하늘을 관측하는 미국의 천체 탐색 프로젝트인 ‘슬론 디지털 전천탐사(SDSS)’의 데이터를 이용했다.  슬론 디지털 전천탐사는 2000년부터 미국 뉴멕시코의 2.5m 광학 망원경으로 은하를 관측하고 있는 대규모 탐사 프로젝트로, 지금까지 지구에서 볼 수 있는 하늘의 35%에 걸쳐 약 10억 개의 천체를 데이터로 기록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에서 충돌하는 은하 16개를 포함한 은하단 105개를 선정한 뒤, 은하단에 포함된 은하 중 막대 구조를 품은 은하 1377개를 선정해 은하단 충돌 여부와 막대나선은하의 발생 빈도를 비교, 분석했다.

 

은하단 아벨 520은 충돌하고 있는 은하로 유명하다. 연구팀은 이런 은하단에서 막대나선은하의 발생 빈도가 그냥 은하단에 비해 50% 많다고 발표했다. 사진제공 NASA
은하단 아벨 520은 충돌하고 있는 은하로 유명하다. 연구팀은 이런 은하단에서 막대나선은하의 발생 빈도가 그냥 은하단에 비해 50% 많다고 발표했다. 사진제공 NASA

연구 결과, 충돌 중인 은하단에서 막대나선은하의 발생 빈도가 50% 더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은하단 충돌 과정에서 막대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연구팀은 은하단 충돌 자체가 아니라, 파생되는 다른 현상 때문에 발생할 가능성도 조사했지만, 파생 현상은 막대나선은하의 발생과는 관련이 없음을 확인했다. 충돌 자체가 막대 구조 형성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임 교수는 “은하의 특성이 주변 환경에 좌지우지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며 “우주의 대규모 구조물인 은하단의 충돌이라는 급격한 환경 변화도 은하의 구조를 결정 짓는 중요한 요인임이 밝혀진 만큼, 은하 구조 연구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윤 연구원은 ”관점을 넓혀 은하의 특성을 면밀하게 분석한 끝에 찾아낸 성과”라며 ”은하단 충돌이 막대나선은하의 다른 특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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