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는 ‘바이러스’를 싣고

2013.11.13 18:00

 

동아일보D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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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시베리아나 몽골 등지에서 두루미, 청둥오리, 황새 등 다양한 종류의 겨울 철새들이 우리나라를 찾고 있다.

 

  우려되는 것은 철새들을 통해 조류인플루엔자(AI)가 국내에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이달 초 중국 광둥성에서 4살 남자 어린이가 H7N9형 AI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까지 전해져 국내 방역당국은 비상상황이다.

 

● 치사율 높은 신종 바이러스 나왔다

 

  ‘AI’는 AI 바이러스에 감염된 닭, 칠면조, 야생 조류 등에서 나타나는 급성 전염병으로, 전파가 빨라 주변 지역으로 급속히 퍼진다. 병원성에 따라 고병원성 AI와 저병원성 AI로 나뉘는데, 고병원성 AI는 가축 뿐만 아니라 인간이 감염될 가능성도 높다.

 

  대표적인 고병원성 AI 바이러스는 1997년 홍콩에서 인체 감염 사례가 최초로 보고 된 후 거의 매년 나타나고 있는 'H5N1형' 바이러스와 올해 초 새롭게 발견된 ‘H7N9형’ 바이러스다.

 

  올해 3월 중국에서 처음 발견된 H7N9형 바이러스는 저병원성 AI 바이러스 3종류의 유전자가 재조합된 신종 바이러스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최근 발견된 바이러스 중 가장 치명적이고, 가금류에서 사람으로 전염될 확률은 H5N1보다 높다”고 발표했을 정도다. 포유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비슷한 점이 많아 전파 과정 중 돌연변이가 발생해 인체 감염이 쉬워질 수 있다는 말이다.

 

  인체가 고병원성 AI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환자는 폐기능이 손상돼 호흡곤란증상을 겪다가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다. 타미플루와 리렌자 등 치료제가 있지만 예방 백신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동아사이언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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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M닭 개발로 AI 대응한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AI '정복'을 위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에든버러대 공동연구진은 2011년 ‘가짜’ 바이러스 게놈을 생성하는 유전자를 수탉에 이식해 AI 바이러스의 성장을 방해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수탉 체내에서 AI 바이러스를 자기 복제하는 효소가 착각을 일으켜 가짜 게놈에 붙도록 조작함으로써 AI 감염 비율을 낮췄다.

 

  올해 6월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김희발 교수팀은 캐나다, 영국 등 9개국 연구진과 함께 오리가 AI에 감염되지 않는 메커니즘을 규명해 ‘네이처 제네틱스’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오리가 다른 조류처럼 AI 바이러스를 갖고 있긴 하지만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 그 원인을 밝혀낸 것이다.

 

  공동연구진은 오리 유전체의 염기서열을 분석한 뒤 H5N1형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발현되는 유전자와 폐에서 나타나는 반응을 관찰했다. 그 결과, 오리 체내에 AI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유전자인 ‘베타-디펜신’과 ‘BTNL’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김 교수는 “오리 유전자가 AI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과정을 파악한 만큼 AI 예방백신 개발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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