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도 사용하는 도구 ‘유행’ 있다

2019.06.25 10:01
카푸친원숭이가 사용한 도구들. 위 셋은 왼쪽부터 차례로 캐슈넛을 갈아 먹는 오늘날의 석기, 257년 전의 석기 망치(가운데)와 모루(오른쪽). 아래 셋은 가장 오래 전인 약 3000년 전까지 사용하던 석기. 작은 씨앗 등을 때려 가공해 곳곳에 흔적이 남아 있다. 모든 석기는 대략 어른 주먹 반보다 작은 크기다. 사진제공 네이처 생태진화
카푸친원숭이가 사용한 도구들. 위 셋은 왼쪽부터 차례로 캐슈넛을 갈아 먹는 오늘날의 석기, 257년 전의 석기 망치(가운데)와 모루(오른쪽). 아래 셋은 가장 오래 전인 약 3000년 전까지 사용하던 석기. 작은 씨앗 등을 때려 가공해 곳곳에 흔적이 남아 있다. 모든 석기는 대략 어른 주먹 반보다 작은 크기다. 사진제공 네이처 생태진화

남미 지역에 사는 원숭이가 적어도 3000년 동안 석기를 만들어왔으며, 시간에 따라 제작 기법의 변화까지 겪었다는 사실이 고고학 연구를 통해 새롭게 밝혀졌다. 인간 외에 침팬지나 원숭이, 수달 등의 동물이 견과류나 조개 등을 먹을 때 돌 등 도구를 활용한다는 사실은 이전에도 알려져 있었지만, 동물이 남긴 석기가 보이는 고고학적 변화를 장기간에 걸쳐 확인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들은 도구를 사용하고 환경에 따라 기법을 변화시키는 능력이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닐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토모스 프로핏 영국 런던대 고고학연구소 연구원과 티아고 파로티코 브라질 상파울로대 심리학연구소 연구원팀은 브라질 세라 다 카피바라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카푸친원숭이가 대대로 사용해 온 석기를 다수 발굴한 뒤 이들의 연대와 사용 기법을 연구해, 이들이 450세대에 해당하는 3000년 이상 석기를 제작했고 시대별로 기법의 변천까지 겪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다. 연구 결과는 24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생태진화’에 발표됐다.


세라 다 카피바라 국립공원의 카푸친원숭이 무리는 돌을 이용해 견과류를 깨거나 씨앗을 가공하고, 땅을 파거나 돌끼리 부딪히는 동작을 하며 석기를 이용한다. 주로 망치처럼 내려치는 데 석기를 활용했는데, 주로 근처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석영질의 둥근 자갈을 쓴다. 내려치기 위해 바닥에 깔아 두는 ‘모루’에는 나무뿌리나 무른 자갈을 쓴다.


연구팀은 학교 교실 면적과 비슷한 67㎡ 지역에 흩어진 카푸친원숭이의 석기 122개를 발굴했다. 총 무게는 46.7kg으로 1개당 평균 383g이었다. 연구팀은 이들의 연대를 방사성 탄소동위원소를 이용해 추정한 결과 2993년 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기의 석기가 포함돼 있음을 밝혔다.


연구팀은 주요한 시기별로 석기의 형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확인했다. 그 결과 가장 초창기인 2993~2400년 전에는 석기가 비교적 작고 가벼우면서 전체 표면에 충격으로 인한 상처가 퍼져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부딪힌 자국이 6개 이상인 석기가 80%였고 10개 이상인 석기도 30%였다. 반면 후대로 올수록 석기 크기는 커졌고, 부딪힌 자국은 반대로 점점 줄어들었다. 이런 경향은 약 257년 전까지 지속됐다. 


연구팀은 초기에 작고 부드러운 씨앗 같은 먹이를 돌로 반복해서 내리쳐서 먹던 카푸친원숭이가 점차 크고 단단한 먹이를 먹도록 변화하는 과정에서 이런 경향이 나타난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257년 전 이후로는 다시 석기가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런 변화가 오늘날의 카푸친원숭이에게서 볼 수 있듯 캐슈넛을 갈아 먹는 식습관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인간만이 유일하게 오랜 시간에 걸쳐 (제작하고 사용하는) 도구의 변천을 겪은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앞으로 동물의 석기를 연구해 이들이 어떻게 장기적인 생태변화에 적응했는지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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