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1호기, 운영자 반복된 오판·안전절차 무시가 가져온 사고

2019.06.24 16:24
이미지 확대하기전남 영광군 홍농읍 계마리에 위치한 한빛 원자력발전소. 연합뉴스
전남 영광군 홍농읍 계마리에 위치한 한빛 원자력발전소. 연합뉴스

지난달 10일 발생한 한빛1호기 열출력 급증은 원자로 기동경험이 처음인 한국수력원자력 원자로 직원이 원자로 제어봉의 위치편차를 조정하는 도중 제어봉 반응도를 잘못 계산해 제어봉을 과도하게 인출했기 때문에 벌어진 것으로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중간조사 발표에서 드러났다. 한수원의 원자력안전법 위반행위와 안전절차 미준수 등 부실 운영 정황이 다수 발견됐다.

 

제어봉 제어능 측정시험은 제어봉이 반응도를 조절하는 정도가 요구되는 성능에 부합하는지를 확인하는 시험이다. 시험방법에는 동적 제어봉 제어능 시험(DCRM)과 붕소희석 및 제어봉 교환법 두 가지가 있다. DCRM은 제어봉을 연속적으로 넣었다 빼며 측정되는 노외계측기 신호를 반응도 계산기에 연결해 자동으로 반응도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붕소희석 및 제어봉 교환법은 붕소농도를 조절해 기준제어봉의 반응도를 측정하고 이후 기준제어봉 위치를 조절해 측정하고자 하는 다른 제어봉 반응도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DCRM은 자동으로 쉽고 간단하게 할 수 있지만 노외계측기가 민감해 가끔 기계적 오류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붕소희석 및 제어봉 교환법의 경우 계산에 의존하기 때문에 인적오류가 발생할 확률이 있다. 두 가지 모두 원안위의 승인을 받은 시험 방법이다.

 

한빛1호기는 2005년 DCRM을 개발한 이후 14년간 이 방법으로만 시험해왔다. 이번에는 DCRM을 3회 실시했는데 제어봉을 삽입할수록 반응도가 줄어들지 않고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한수원은 이 현상의 원인을 찾기 어려워 붕소희석 및 제어봉 교환법으로 시험방법을 바꿨다. 당시 현상의 원인은 이번 중간결과에서 밝혀지지 않았다.

 

시험 당시 한수원 측은 M6 제어봉의 12단 위치편차를 조정하기 위해 제어봉 인출을 결정했다. 제어봉 위치 편차 조정은 0단, 100단, 231단에서 이뤄진다. 인출 정도는 원자로 차장의 반응도 계산을 토대로 판단한다. 이번 경우 차장은 제어군 B를 100단까지 인출해도 반응도가 -697pcm(1000분의 1 %)로 잘못 계산해 열출력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 판단했다. 이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계산한 결과는 390.3pcm였다. 반응도에서 음의 값은 미임계상태로 출력이 감소하지만 양의 값은 초임계상태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중성자 수가 늘어 출력이 증가한다.

 

원안위는 “당시 원자로를 운영하는 직원(차장)이 두 번의 판단 오류를 범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계산에 참조해야 하는 설계 문서를 잘못 인용해 잘못된 반응도 값을 도출했다. 또 제어봉을 임계기준 위치인 66단보다 높은 위치인 100단으로 인출하는 상황이었음에도 큰 음의 값이 나온 것에 대해 이 직원은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한수원은 원안법도 두 개나 위반했다. 원안법 84조에 따르면 원자로는 원자로조종면허자가 운전하는 게 원칙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 원자로조종감독면허자의 지시나 감독을 받아야 한다. 제어봉 편차를 조정하는 과정도 원자로를 운전하는 것이라 면허자가 이를 조작해야 한다. 하지만 제어봉 편차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무자격자인 정비부서 정비원이 제어봉을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비원은 제어군 B 인출과 삽입을 4회 반복해 2단 위치편차가 조정된 것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3회 조작했고, 100단까지 인출하는 과정도 수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감독 자격이 있는 면허자의 지시나 감독은 없었다.

 

원안법 26조에 규정된 운영기술지침서를 미준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수원은 원자로 운용시에 운영기술지침서를 준수해야 한다. 지침서상 시험 중 열출력 5% 초과시 즉시 원자로를 정지해야 하지만 열출력이 5%를 넘은 상황에서 원자로를 즉시 정지하지 않은 것이다. 한수원은 운영기술지침서상 열출력은 노외핵계측기 열출력이 아니라 2차측 열출력이고, 2차측 열출력은 5%가 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조사결과 2차측 열출력도 5%를 초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안전 관련 절차를 어긴 정황도 여럿 드러났다. 제어봉 제어능 시험은 13시간으로 긴 시간이 걸렸다. 여기에 3개 근무조가 교대로 투입됐는데, 첫 번째 작업조만 ‘중요작업전 회의’를 실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험 중요작업을 수행하는 중에 근무조가 바뀌면 매번 중요작업전 회의를 열어 위험요소를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작업회의가 아니라 공정 지연이 주요사항으로 전달되는 등 공정준수만을 중요시한 한수원의 관행도 확인됐다. 첫 번째 회의에서도 주관자 지정절차를 지키지 않고, 반론자를 지정하지 않는 등 부실 회의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한수원의 인력 운용에도 문제가 있었다. 운전원은 작업조를 바꿀 수 있었으나 제어봉 시험 담당 노심파트 직원은 25시간 근무하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게다가 계산 오류를 범한 담당 직원은 원전 기동시험이 처음이었지만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수원은 지난해 자체점검을 통해 원자로 반응도 계산 과정에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빛 1호기 원전 안전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원자로냉각재 내 핵연료가 손상되면 발생하는 제논(Xe), 크립톤(Kr), 요오드(I) 등의 방사능을 확인한 결과 핵연료 손상의 문제는 없었다. 연료봉에서 가장 뜨거운 부분인 핵연료중심선의 온도와 피복재변형률도 안전값 이내임을 확인했다. 제어봉의 위치 편차는 걸쇠 오작동 혹은 불순물로 인한 것으로 추정됐다. 원안위는 “건전성 추가 조사를 위해 원자로헤드를 열고 육안점검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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