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당신 내민 작은 손길이 누군가에겐 '희망'이다

2019.06.22 11:39
이미지 확대하기소외감을 크게 느끼는 사람 중에 어떤 이는 문제해결보다 오히려 공격적인 행동을 한다. 이는 ′희망′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픽사베이
소외감을 크게 느끼는 사람 중에 어떤 이는 문제해결보다 오히려 공격적인 행동을 한다. 이는 '희망'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픽사베이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는 듯한 징후를 포착했을 때, 바람직한 행동은 문제를 찾아 갈등을 해소하고 다시 원만한 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과 소외감을 느끼면 원만해지기보다 ‘덜’ 원만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화와 분노, 공격성을 표출하는 경우가 흔하다.

극단적인 사례지만 미국의 경우 학교에서 총기난사를 일으킨 십대들의 다수가 극심한 소외감과 학우들에 대한 분노를 표현했다는 보고가 있었다. 한국에서도 사람들이 자신을 받아들여주지 않는다든가 무시당했다고 느꼈다 해서 폭력을 일으키는 사건들이 적지 않다. 왜 어떤 사람은 다시 받아들여지기 위해 애쓰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더 심한 소외를 불러올 수 밖에 없는 파괴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걸까?

미국 켄터키대 네이선 드월 교수에 따르면 ‘다시 받아들여질 수 있는가’에 대한 희망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여럿이서 함께 공을 주고받는 놀이를 하도록 한다. 이 때 참가자들이 연구자와 짜고 나머지 한 명에게 공을 거의 주지 않는다. 또는 여럿이 함께 해야 하는 과제가 있는데, 당신과 함께 과제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0명이라는 피드백을 준다. 이들은 실험실 상에서 소외감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장치들이다.

 

이렇게 소외감을 유발시킨 후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면 많은 이들이 자신을 소외시킨 사람들 외의 불특정 다수를 향해 화와 공격성을 표출하는 경향을 보인다. 예컨데 매운 음식을 싫어한다고 하는 낯선 이의 음식에 몰래 핫소스를 퍼부을 기회를 주면, 소외당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기꺼이 많은 양의 핫소스를 붓는 모습을 보인다. 또는 게임을 한 다음에 상대방이 져서 벌칙을 주어야 하는 상황일 때, 소외당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더 강도 높은 벌칙을 더 오래 부여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여기서 소외 당하고 저기서 화풀이 하는 식이다. 한 번 큰 소외감을 느끼고 나면 빠르게 비뚫어지는 고속도로를 타게 되고 그 결과 더 심하게 고립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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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제공

드월은 여기서 단 한 명이라도 자신을 받아들여 주는 사람이 존재한다면 이러한 파괴적인 행동이 덜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위와 같이 소외되는 상황에서 아무도 자신에게 공을 주지 않지만 한 명 정도가 공을 던져준었을 때, 또 아무도 자신과 같이 일을 하려고 하지 않지만 한 명이 나서서 같이 일하자고 했을 때에는 위와 같은 공격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오직 한 명에게만 받아들여져도 두 명, 세 명 더 많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낮은’ 공격성이 나타났다. 여러사람일 필요는 없다. 단 한 사람이라도 나를 받아들여 주는 사람이 존재하는지의 여부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단 한 명 나를 진심으로 이해해주고 아껴주는 사람이 있다면 살아갈 수 있는 게 인간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한다. 꼭 인간일 필요도 없고 강아지, 고양이를 의지하며 삶을 지탱해가는 독거노인들의 이야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작은 따스함의 존재가 먼 길을 가며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 시카고에 있는 전과자 재사회화 시설에서 만난 스탭들에게 이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은 적이 있다. 직업, 돈, 교육 같은 걸 상상했던 나에게 돌아온 답은 ‘친구’, ‘진실한 대화와 사랑받는 경험’이었다. 대다수가 다른 인간과 제대로 된 대화라는 걸 해 본 경험이 없다고 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랑과 관심을 받으면 하늘을 나는 듯 행복해지고 사랑과 관심을 끈임없이 갈구하는 존재다. 반면 미움을 받거나 사회적으로 매장당하면 지옥을 맛보는 존재라는 뜻이다. 제대로 된 인간을 만드는 건 밥보다도 사랑일지도 모르겠다. 우리 사회에도 따스하게 내민 손이 하나라도 있었다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었을 사람이 꽤 많은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DeWall, C. N., Twenge, J. M., Bushman, B., Im, C., & Williams, K. (2010). A little acceptance goes a long way: applying social impact theory to the rejection-aggression link. 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 1, 168-174.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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