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첫 사망자 공식 확인한 ‘대변이식술’은 어떤 치료인가

2019.06.19 16:59
이미지 확대하기미국 대변은행 ′오픈바이옴′에서 저장 중인 대변이식술 용 대변 샘플들. 오픈바이옴 제공
미국 대변은행 '오픈바이옴'에서 저장 중인 대변이식술 용 대변 샘플들. 오픈바이옴 제공

대변이식술은 장이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정제해 장 질환 등을 앓고 있는 환자의 장에 이식하는 치료법이다. 

 

장에는 유산균처럼 이로운 균과 살모넬라균처럼 해로운 균이 생태계를 이루며 살고 있는데, 학계에서는 이로운 균이 85% 정도를 차지하고 있을 때 장내 미생물 생태계가 건강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본다. 만약 이 생태계 균형이 무너져버리면 해로운 균이 과다증식하고 그만큼 독소를 분비해 장내질환을 유발시킨다. 

 

그중에서도 가장 악랄한 것은 평소 잠복하고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 과다증식해 독소를 내뿜는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Clostridium difficile)’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는 65세 이상 고령층이 이 균에 감염될 경우 약 10%가 한 달 안에 사망한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이 세균이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갖고 있어 치료제가 없다는 점이다. 

 

2012년 2월 호주와 미국 과학자들이 위막성대장염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최초로 발견했다. 토마스 보로디 호주 소화기질환센터 센터장과 알렉산더 코럿 미국 미네소타대 의대 교수 공동연구팀은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정제해 위막성대장염 환자의 장에 넣었더니 증상이 사라지고 결국 90%가 완치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리뷰 소화기내과학및간장학’에 냈다. 그동안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에 눌려 증식하지 못했던 이로운 균이 다시 우세하도록 도와 장내 면역력을 키우는 원리다.

 

이후 미국, 캐나다, 영국, 네덜란드 등 여러 국가에서 위막성대장염을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대변이식술을 연구, 관련 기술을 개발해왔다. 

 

국내에서는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내과 연구팀이 2013년 3월 국내 최초로 위막성대장염 환자 두 명에게 대변이식술을 시행해 약 이틀 만에 대장 내 염증과 설사가 사라지고 별다른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연구결과를 ‘대한내과학회지’에 발표했다. 이후 서울성모병원과 연세대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대변이식술을 시행하고 있다. 비급여 의료시술로 진행되고 있어 아직 건강보험이 되지 않는다. 정확한 국내 전체 통계자료는 아직 없고, 서울성모병원의 경우 대변이식술을 시행한 건수가 지난해 기준 30건, 2013년 이후 총 70여 건이다.

 

대변 이식 가능한 '건강한 똥' 찾기 쉽지 않아

이미지 확대하기건강한 장은 선홍색이지만(왼쪽), 위막성대장염에 걸린 장은 누런 고름이 잔뜩 생긴다. 네이처 마이크로바이올로지 제공
건강한 장은 선홍색이지만(왼쪽),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에 감염되 위막성대장염이 발생한 장은 누런 고름이 잔뜩 생긴다. 네이처 마이크로바이올로지 제공

대변이식술을 하기 앞서 가장 중요한 과정은 ‘건강한 똥’을 찾는 일이다. 건강하지 않은 똥을 이식했다가는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대변이식술용으로 대변을 제공하고자 원하는 사람 100명 가운데 실제로 대변을 기증할 수 있는 사람은 고작 4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미국과 캐나다, 영국, 네덜란드 등에서는 대변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장염이나 설사병, 변비 등이 없는 건강한 사람으로부터 대변을 기증받아 보관하고, 장에 이식할 수 있는 형태로 제작한다. 국내에서도 2017년 6월 프로바이오틱스 전문기업 바이오일레븐의 기업부설연구소인 김석진좋은균연구소가 ‘골드바이옴’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의 경우 김석진좋은균연구소와 함께 위막성 대장염과 염증성 장질환, 과민성장증후군 등을 치료할 목적으로 대변이식술을 시행하고 있다. 골드바이옴에 저장된 샘플을 이용하거나, 환자가 이를 원치 않는 경우에는 새로운 기증자를 찾아 대변 샘플을 제공 받는다. 조영석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헌혈이 가능한 확률보다 대변을 제공할 수 있는 확률이 3분의 1 이하로 낮다”며 “좋은 대변 샘플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게다가 최근 미국에서 대변이식술로 인한 사망자가 나와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기존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앞으로 좋은 대변을 구하기가 더욱 까다로워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좋은 대변 샘플을 찾기 위해 전문가들은 흡연이나 음주 등 생활 습관과 현재 건강 상태, 과거 병력, 가족력, 혈액검사로 알 수 있는 백혈구 수치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여부, 대변 속 해로운 균이나 기생충 감염 여부 등을 꼼꼼히 확인한다. 비만이거나 고혈압 환자, 변비가 있거나 자주 설사하는 사람도 대변을 기증할 수 없다.  

 

이미지 확대하기동아사이언스 제공
동아사이언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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