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규제기관 위원도,시도,이용기관도 정말 모두 몰랐나

2019.06.18 10:57
 

원자력안전위원회 김호철 위원이 지난 4월 대전시와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주최한 토론회에 기조발표자로 참석하면서 수당으로 50만원을 받은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독립성을 보장해야할 원자력 규제기관 위원이 원자력 이용단체로부터 돈을 받은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원안위 설치법에 따르면 김 위원은 원자력이용단체인 원자력연구원 사업에 관여해선 안된다.  원자력연구원 측이 개최한 토론회도 사업에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3월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위촉한 이경우 원안위원 후보자도 같은 사유로 정부와 원안위로부터 위촉이 거부됐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회의비 25만원을 받은 것이 거부 이유였다. 

 

행사를 주최한 원자력연구원과 대전시는 토론 한 달 전 발표자를 확정했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다. 원자력연구원은 이미 지난해 강정민 전 원안위원장의 사퇴 사태를 겪은 바 있다. 강 전 위원장은 위원장에 선임되기 전 원자력연구원으로부터 연구과제 비용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물러났다. 대전시도 원자력연구원이 토론자 참석비를 내도 문제가 없는지 검토를 했지만 정작 현직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이 원자력이용단체가 지급한 참가비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놓치고 말았다. 

 

김 위원 자신의 책임이 가장 커 보인다. 원안위 위원 위촉과 관련해 여야간 법 해석에 논란이 있지만 변호사 출신으로서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넜어야 했다. 당장 대전시와 원자력연구원이 공동 토론회를 연다는 포스터나 사전 자료만 확인했어도 불필요한 논란에 사로잡히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통장에 돈이 들어올 때까지도 원자력연구원이 참석비를 지급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단지 대전시로부터만 연락을 받았다는 것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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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토론회는 대전 지역의 원자력 안전 문제를 공유하고 원자력 시설 안전성 시민검증단 활동 종료 1주년을 맞아 토론과 지역사회 의견수렴을 위해 열린 자리였다. 이런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개 시간을 낸 시민 토론자와 외부 전문가에게 소정의 참가비가 지급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시민의 힘을 키우고 외부 전문가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어렵게 만든 예산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화재사건 등으로 대전 시민의 불안감을 키운 원자력연구원으로서는 토론회를 준비하고 예산을 쓰는 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는 원안위 위원에게 그런 예산이 쓰여야 하는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작은 문제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원자력 안전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시민을 제외한 모두의 안일함이 일으킨 문제라 이번 사건은 아쉬움이 남는다. 김 위원은 원안위 위원이 아니었던 월성 1호기 수명연장 처분취소 대표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처럼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친원전 진영에서는 김 위원의 사퇴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낸다. 만에 하나 김 위원이 물러나면 9명으로 운영돼야 하는 원안위는 위원 4명만 남는다. 안전규제의 공백이 더욱 심각해질 것은 분명하다. 

 

이번 논란으로 원안위 설치법 개정의 필요성도 힘을 얻었다. 정부에서도 자유한국당 추천 원안위원 위촉을 거부하면서 원안위법이 너무 까다롭다고 했다. 김의겸 청와대 전 대변인은 당시 “현행법상 원안위원 자격 요건이 너무 까다로워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 싶다”며 “현재 국회와 원안위법 개정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도 야당도 원하는 관련 법 개정은 현안에 밀려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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