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말했다 "눈 감고, 명상 시작합니다"

2019.06.17 03:00

이용자 뇌 활동-기억력 개선 검증 연구 활발

효과는 여전히 과학적 논란 

 

명상 효과를 과학으로 증명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사진은 노르웨이과학기술대와 오슬로대가 공동으로 병원과 연구하는 명상 관련 연구 중 rMRI 이미지. Frontiers in Human Neuroscience 제공
명상 효과를 과학으로 증명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사진은 노르웨이과학기술대와 오슬로대가 공동으로 병원과 연구하는 명상 관련 연구 중 rMRI 이미지. Frontiers in Human Neuroscience 제공

저명한 예방의학자인 수전 블룸 뉴욕 블룸 건강 센터 창립자는 자신의 책  ‘면역의 배신’에서 자가면역질환 환자들에게  면역계를 다시 내 편으로 만들려면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하며 그 방법으로 명상을 제안했다. 1990년대 미국에서 불교의 명상을 적용한 ‘마음챙김 명상에 기반한 스트레스 감소(MBSR)’ 프로그램이 생기면서 명상은 종교 영역에서 심리 치료의 영역으로 들여왔다.

최근 들어서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디지털 명상'이 확산되면서 다시 명상이 주목을 받고 있다. 스마트폰 앱을 켜면 명상음악과 함께 명상 방법을 알려주는 전문가의 목소리가 들리고 참가자는 이를 듣고 눈을 감은 채 따라 하는 새로운 방식의 명상법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앱 장터에 등록된 디지털 명상용 앱만 2000개가 넘는다. 

 

명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명상 효과를 과학으로 증명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데이비드 지글러 미국 샌프란시스코대 신경학부 교수 연구팀은 6주간의 명상 프로그램을 통해 두뇌가 실제로 건강한 젊은이들의 주의력과 기억력을 향상시켰다고 이달 3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인간행동’에 발표했다.

 

 

앱 켜놓고 호흡조절해 기억력 올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앱 장터에 등록된 디지털 명상용 앱만 2000개가 넘는다. 왼쪽은 샌프란시스코대 신경학부 연구팀이 활용 중인 메디트레인 기반의 앱 화면. 오른쪽은 구글 검색 결과에서 나온 앱 화면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앱 장터에 등록된 디지털 명상용 앱만 2000개가 넘는다. 왼쪽은 샌프란시스코대 신경학부 연구팀이 활용 중인 메디트레인 기반의 앱 화면. 오른쪽은 구글 검색 결과에서 나온 앱 화면. 

연구팀은 18세에서 35세 사이 참가자 59명에게 자체 개발한 명상 애플리케이션(앱) ‘메디트레인’ 기반 프로그램을 통해 명상하게 했다. 명상은 매우 짧은 명상을 여러 차례 하는 방식으로 참가자들은 전통적인 명상 방식인 ‘호흡명상’으로 매일 20분에서 30분간 명상했다. 앱은 명상음악과 전문가의 명상 지시를 들려주고 참가자는 이를 듣고 눈을 감은 채 따라 하도록 했다.

 

앱은 더 나아가 참가자들이 얼마나 집중할 수 있는지를 명상이 끝날 때마다 확인하며 주의를 요구했다. 짧은 명상 코너가 끝날 때마다 참가자들은 그 시간 동안 지속적인 주의를 기울일 수 있었는지 답했다. 예를 누른 사람은 조금 더 긴 명상 프로그램에 들어가고, 아니오를 한 사람의 명상 시간은 다시 단축됐다. 이를 통해 첫날 평균 20초 동안 호흡에 집중할 수 있던 참가자들은 30일간 훈련 끝에 평균 6분간 명상에 집중하는 데 성공했다.

 

참가자의 뇌 활동과 기억력도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뇌 활동을 뇌전도(EEG)를 통해 검증했다. 자기 통제력과 집중력을 관장하는 내측 전두엽 피질과 측면 전두엽 피질이 활성화되는 것을 관찰했다. 참가자들은 단기기억력도 약 30% 이상 상승됐다. 지글러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복잡한 현대 기술로 인해 악화되는 주의력과 씨름하고 있다”며 “우리가 한 일은 전통적인 명상을 디지털로 전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이를 도운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명상이 효과가 있다는 연구진 결과는 스마트폰 중독을 지적한 다른 과학적 시도와 모순돼 보인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집중력 저하 원인으로 스마트폰 과다 사용을 지목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강렬하고 짧은 간격의 자극에 익숙해지면 긴 시간 집중하는 능력이 점차 떨어지는 것이다. 이 가운데 이를 다시 치료하는 방안으로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방안이 주목을 받는 셈이다.

 

영상 콘텐츠 속속··· 디지털 명상앱 2000개 넘어

 

미국에서는 이미 유튜브나 앱을 활용한 디지털 명상이 시장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에 어디서나 명상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주 무기다.  명상 콘텐츠 전문회사 ‘캄’은 올해 2월 88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유니콘 기업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매출만 1억 5000만 달러에 이른다. 

 

한국에서도 명상앱 ‘마보’가 가입자 10만을 돌파하는 등 명상 관련 콘텐츠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의학계 역시도 디지털 명상의 효과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29일 미국 명상앱 헤드스페이스는 미국의학협회(AMA)와 독점 계약을 맺고 미국 내 의사 및 의대생들에게 다양한 명상 콘텐츠를 제공하기로 했다. AMA 소속 의사의 절반이 겪고 있는 스트레스와 우울증은 의료의 질을 떨어트리는데다 심하면 의료 사고까지 이어지기도 하는 문제인데 이를 '디지털 명상'을 통해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명상 효과는 여전히 과학적 논란

 

카이스트 제공

최근 5년간 미국에서만 연평균 1200건의 명상 관련 과학 논문이 발표된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과학적 검증이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KAIST는 지난해 3월 명상의 과학적 근거를 밝히겠다며 명상과학연구소를 설립했는데 당시에도 과학적 기반을 놓고 학내에서 논란이 일었다.

 

실제 몇몇 연구에선 명상이 일부에게만 효과가 있으며 과학적 근거도 아직 미약한데다 심지어는 명상으로 인해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마르코 슬로세 런던칼리지대 교수 연구팀은 2개월 이상 명상 경험을 가진 123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했더니 4명 중 한 명꼴로 명상 중에 불안이나 두려움, 왜곡된 감정 등 심리적으로 불쾌한 경험을 느꼈다고 답했다고 지난달 9일 국제학술지 ‘플로스원’에 밝혔다. 슬로세 교수는 “지금까지 명상에 관한 대부분 연구는 이점에 초점을 맞췄다”며 “명상의 과학적 연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뇌 구조와 뇌파의 활성도를 관찰하고, 호르몬 분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통해 유익성을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선 한국뇌과학연구원을 중심으로 명상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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