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체험하는 의료로봇]“의사 니즈에 맞는 기술 개발해야”(끝)

2019.06.11 06:00
김영수 대한의료로봇학회 명예이사장(한양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김영수 대한의료로봇학회 명예이사장(한양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보건복지부는 최근 의료기기에 대한 신의료기술평가와 보험등재심사 절차를 단축해 전체적으로 걸리는 시간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새로 개발된 의료기술의 치료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평가와, 의료기기를 사용할 때 보험을 얼마나 산정할 것인지에 대한 검토를 동시에 진행하겠다는 내용이다. 

 

현재 건강 보험법에서는 새로 개발한 의료용 장비를 임상에서 사용하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인허가를 받고, 의료기기보험등재를 해야 한다. 지금까지 법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의료기기는 의료용 침대나 수술대, 의료용 줄, 주사기 같은 단순한 기구부터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양전자 단층촬영(PET) 등 장비까지 다양하다. 

 

최근에는 로봇 기술이나 인공지능(AI)이 의학에 접목되면서 첨단 의료장비들이 의료기기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의료로봇을 개발하고 있는 의사나 공학자들은 “의료로봇을 상용화하려면 인허가와 수가에 대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규정만으로는 성능이 뛰어난 의료로봇을 개발하고도 고가의 비용 문제로 활용하지 못할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9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병원에서 대한의료로봇학회를 설립하고 현재 명예이사장인 김영수 한양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 역시 의료로봇을 상용화하려면 인허가와 수가를 정하는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에서 의료로봇을 자체적으로 개발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국산 의료로봇이 실제 임상에서 활용되려면 어떤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지 등을 물었다. 


한국의 의료로봇 기술 수준은 세계적으로 봤을 때 어느 수준인가

 

국내 업체 미래컴퍼니가 자체 개발한 수술용 로봇 레보아이. 미래컴퍼니 제공
국내 업체 미래컴퍼니가 자체 개발한 수술용 로봇 '레보아이'. 미래컴퍼니 제공

국내 의료로봇 개발 기술 수준은 미국이나 독일 등 로봇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가령 2017년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고 지난해 3월 공식 출시된 수술로봇 ‘레보아이’의 경우 현재 세계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다빈치와 비교했을 때 기술적으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인정을 받고 있다. 

 

이런 수술로봇 외에도 수술을 돕는 중재로봇, 하지나 어깨 등 훈련을 돕는 재활로봇,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나 치매 등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로봇 등 국내에서 자체 개발한 의료로봇이 여럿 있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벌써 임상에서 활용되고 있거나 임상시험 마지막 단계인 제품도 많다. 

 

한 자동차회사에서 만든 차량에 들어가는 모든 부품이 다 자체제작이 아닌 것처럼 로봇도 부품마다 제조사가 다를 수 있다. 오히려 부품만 따져봤을 때는 일본과 스위스가 최고 수준인데, 로봇 개발 수준 자체는 미국이 최고 수준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현재 의료로봇의 완성도와 안전성, 유효성, 임상 적용 등을 다 따져보면 다빈치 로봇이 최고 수준이고 실제 수술 건수도 가장 많다.

 

다른 업체와 비교했을 때 독보적인 기술을 갖고 있는 경우도 있다. 독일 로봇제조업체 브레인랩의 의료 영상기술, 다빈치 로봇 제조사인 미국 인튜이티브서지컬의 내시경 기술처럼 국내에서는 최근 고영테크놀러지가 실제 영상과 3차원 가상 영상의 위치를 일치시키는 정합기술(3D 디지털 영상 정합기술)을 개발했다.


로봇업체 뿐 아니라 국책 연구기관이나 대학에서도 의료로봇들을 개발하고 있다. 이 로봇들을 상용화하는 데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로봇을 개발하는 것도 물론이지만 로봇을 활용하는 데에도 비용이 많이 든다. 로봇에는 정합기술이나 영상기술, 내시경기술 등 최첨단 기술이 다 들어가기 때문에 고가일 수밖에 없다. 또한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몇 년이 지나면 기계적 수명이 다해지고, 또 기존보다 성능이나 안전성이 훨씬 뛰어난 버전이 탄생한다. 수년마다 한 대씩 바꿔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병원 입장에서는 로봇을 구매할 때 들인 돈에 비해 수익창출이 어렵고, 환자 입장에서는 보험이 되지 않으면 비용이 많이 들어 사용하기가 힘들다. 국내에서도 다빈치로봇 외 대부분의 의료로봇들이 대학병원보다는 개인병원에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수가를 측정하지 않고 들여와서다. 로봇 비용에 대한 수가를 받지 못하니 대형병원에서는 의료로봇이 환영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개인병원에서는 홍보 차원에서 의료로봇을 구비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의료로봇을 임상에서 원활하게 활용하려면 식약처에서 인허가를 받은 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신의료기술 등록이나 수가 책정 관련된 문제를 넘어야 한다. 이전에는 식약처 허가 이후 보험등재까지 최대 520일가량 걸렸지만 최근 최대 390일로 단축됐다. 이처럼 인허가와 수가 관련 문턱이 점차 낮아져야 할 것이다.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협업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의료로봇을 개발하려면 어떤 연구 환경이 조성돼야 하나

지난 2일 사랑플러스병원에서 로보닥을 이용한 인공관절 수술이 진행됐다. 로봇이 밀링커터로 뼈를 깎는 동안, 로봇 외장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수술 상황을 감시할 수 있다.
실제 임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의료로봇을 개발하려면 의사가 필요로 하는 기능을 가진 로봇을 공학자가 만들어야 해,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협업이 중요하다.

다른 분야 로봇과 달리, 의료로봇은 병원에서 의사가 환자를 치료할 때 사용한다. 이 말은 의학적으로 치료 효과가 있어야 하고 몸이 불편한 환자에게 사용해도 될 만큼 안전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의료로봇을 개발할 때 가장 먼저 따져봐야 할 것은 의사들이 어떤 로봇을 필요로 하는지다. 사람 손으로 하기에 번거롭고 기술을 익히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라거나, 아주 미세하고도 정확한 부위만 시술해야 하는 일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렇게 의사들의 니즈가 파악되면 공학자들이 실제 로봇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는지 가능성과 유효성을 검증해야 한다. 로봇의 역할에 따라 하는 일이 달라지므로 기계공학자뿐만 아니라 제어기술자, 의료영상기술자 등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그래서 의료로봇에 대한 필요를 느끼는 의사들과, 실제 의료로봇을 만들 수 있는 공학자들, 그리고 의료로봇을 상용화하는 데 필요한 투자와 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전문가들을 한자리에 모으기 위해 2008년 9월 대한의료로봇학회를 만들었다. 정기적으로 학회를 열어 서로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지 의견을 모으면, 실제 임상에서 꼭 필요한 의료로봇을 만들 수 있겠다는 기대에서다. 총 150명 정도 되는데 분야별 상임이사만 30명쯤 된다. 

 

지난 10년간 학회는 의학계 내 다른 학회와는 달리 산학연 전문가들이 모여 의료로봇 기술을 개발, 향상하는 데 필요한 정보와 학술적 성과를 교류하면서 발전해왔다.

  
앞으로 어떤 의료로봇이 탄생하리라고 전망하고 있나

 

앞서 말한 것처럼 국내 로봇 제조 기술은 선진국들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또한 아직은 초기 단계라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인허가나 수가 문제도 해결되면서 점차 의료로봇이 많이 상용화되리라고 본다. 무엇보다도 환자들이 의사가 직접 손으로 수술하는 것보다 로봇이 수술하는 게 훨씬 안전하고 정확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에 의료로봇의 미래가 밝다. 

 

지금은 수술로봇이 방 한편을 가득 채울 만큼 크지만 앞으로는 이보다 훨씬 작은 수술로봇이 등장할 전망이다. 로봇의 전체적인 크기가 작아지고 구조가 단순해지면 그만큼 움직임이 자유로워져 수술 시 정확도나 성공률이 훨씬 좋아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 연구팀과 고영테크놀러지에서 개발한 뇌수술로봇은 기존 외국산 로봇에 비해 훨씬 작고 간단하다. 기존 로봇은 다빈치로봇처럼 거대하고 로봇팔이 달려 있다. 하지만 우리가 개발한 것은 크기가 작아 침대에 부착할 수 있다. 그래서 환자의 뇌 심부 신경핵에 정확하게 전극을 삽입하도록 세밀하게 안내할 뿐 아니라, 움직임이 작아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를 방해하지 않는다.

 

인공지능(AI) 기술과 융합한 스마트 의료로봇도 기대된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로봇이 스스로 학습한다면 기존보다 훨씬 정밀하고 안전하게 환자를 치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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