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관절염 치료제 치매 예방 효과 은폐 의혹 두고 과학계 공방

2019.06.07 07:38

화이자가 자체 개발한 관절염치료 항염증 주사제 엔브렐이 알츠하이머 예방에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견하고도, 막대한 비용이 드는 임상시험을 부담스러워 해 이를 의도적으로 덮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인류 복지를 위해 제약사가 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과, 알츠하이머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확실한 증거가 없는 만큼 제약사 입장에서는 당연한 결정이었다는 반론이 공존하고 있다.

 

4일 워싱턴포스트와 6일 ‘사이언스 중개의학’에 따르면, 화이자의 내부 연구팀은 2015년 수십만 명의 보험 기록을 검토하던 중 엔브렐을 복용한 사람은 복용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이 64% 줄어든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알츠하이머 환자 12만 7000명과 같은 수의 정상인 데이터를 확인한 결과, 정상인 가운데 엔브렐 복용자가 302명, 환자 가운데 복용자가 110명 있었다. 화이자의 관련 부서 연구자들은 회사 측에 수천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이 약이 정말 알츠하이머 치료 효과가 있는지 입증하는 임상시험을 시작할 것을 요구했다. 임상시험에는 약 8000만 달러(943억 원)이 들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화이자는 3년에 걸친 논의 끝에 연구를 지속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화이자는 실험 결과 엔브렐이 뇌 조직에 도달하지 못해 알츠하이머 예방 효과를 보이지 않았으며 효과에 관한 의학적 통계도 과학적 기준을 충족하지는 못했다며 임상시험에서도 좋은 결과를 내기 힘들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해 연구를 접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 역시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추가 연구를 결정하지 않은 화이자의 결정에 과학계가 옳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난항에 빠져 있는 알츠하이머와 경도인지장애 예방을 위한 단서를 얻을 수도 있는 연구였으며, 직접 연구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데이터는 공개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엔브렐의 특허가 이미 만료돼 복제약이 나오고 있는 만큼, 화이자가 다른 복제약 제조사에게만 좋은 일이 될 게 뻔한 연구에 투자하길 원치 않았기에 연구를 덮은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내놨다. 1998년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엔브렐은 2009년부터 화이자가 판매해 왔으며, 최근 20년간의 특허가 만료돼 여러 제약사들이 복제약 제조에 나선 상태다.

 

이에 대해 화이자는 트위터에서 “과학에 근거한 우리의 의사결정 과정을 워싱턴포스트가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며 “우리도 (임상을 진행할) 견고한 과학적 근거가 있었다면 당연히 진행했겠지만, 보험 데이터는 제한된 수의 사례만 다뤘으며 과학적 근거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제약 및 생명과학계 역시 화이자의 입장 쪽을 대변하는 분위기다. 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은 “이 수치를 가지고 알츠하이머 임상시험에 돌입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더구나 알츠하이머는 진행에 오랜 시간이 드는 병으로 임상시험에 드는 비용은 기사가 언급한 943억 원보다 월등히 많이 든다”고 말했다. 회사가 연구 결과 및 데이터를 숨겼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이미 2010년, 2016년 등에 엔브렐이 알츠하이머 위험을 감소시킬 가능성이 850만 명의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논문을 통해 공개돼 있었다”며 “원하는 연구자는 누구나 엔브렐을 사서 임상시험을 할 수 있겠지만, 대규모 임상시험을 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한 만큼 어차피 연구비 지원을 받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며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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