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과학 지식을 접하는
가장 똑똑한 방법!

'게임의 긍정적 힘' 324명의 게이머가 세상에 없던 단백질 56개를 창조했다

2019년 06월 06일 09:42
이미지 확대하기단백질 개발 게임 ′폴드잇′을 통해 새롭게 설계된 인공 단백질의 모습이다. 워싱턴대 제공
단백질 개발 게임 '폴드잇'을 통해 새롭게 설계된 인공 단백질의 모습이다. 워싱턴대 제공

청소년부터 노인까지,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는 사람부터 교수까지, 다양한 시민 과학자들이 게임을 통해 56개의 인공 단백질을 설계하는 데 성공했다.

 

데이비드 베이커 미국 워싱턴대 생화학과 교수 연구팀은 새로운 단백질을 개발하는 게임 ‘폴드잇’을 통해 시민 과학자들이 새로운 인공 단백질 56개를 찾아냈다는 연구결과를 이달 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었다.

 

폴드잇은 아미노산을 회전시키고 구부리며 단백질 분자 구조를 구성해가는 게임이다. 단백질 연구를 게임화하기 위해 2008년 개발됐다. 지금까지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을 일으키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의 단백질의 구조를 규명하고 단백질 효소 구조를 찾아내 활성 효율을 높이는 등 다양한 연구에 쓰였다. 하지만 세상에 이미 존재하는 단백질만 활용할 수 있고 새로운 단백질은 설계할 수 없었다.

 

단백질은 구성성분과 구조에 따라 다양한 기능을 갖는다. 긴 아미노산 줄기가 이리저리 접히고 뭉쳐지며 형성되는데 구조에 따라 소화, 상처 치유, 자가 면역 등 다양한 기능을 갖는다. 최근에는 자연 단백질을 넘어서 아예 새로운 기능을 내는 인공 단백질을 찾는 연구가 활발하다. 단백질의 구조를 이리저리 바꿔가며 몸속에서 암과 싸우거나 병을 이겨내는 기능을 가지는 새로운 단백질을 만드는 것이다.

 

문제는 단백질을 설계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새로운 단백질을 만드는 것은 인간의 머리카락보다 백만 배나 얇은 아미노산 줄기를 이용해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매듭을 묶는 것과 같다. 이후 매듭이 풀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 단백질의 구조가 매우 복잡해 과학자들은 자동 분자 설계 알고리즘으로 단백질을 설계해 왔으나 단백질이 실제로 형성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연구팀은 폴드잇을 단백질 디자인 플랫폼으로 개조해 시민 과학자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단백질 구조에 관한 생화학적 지식이 게임 코드에 녹아들어갔다. 새롭게 개발된 폴드잇은 단백질 분자를 설계하면 단백질의 실제 생성 가능성에 따라 점수가 부여된다. 폴드잇 개발을 함께한 피라스 카티브 미국 매사추세츠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우리는 폴드잇 게이머에게 이론을 가르치지 않았다”며 “다만 게임 코드를 수정했다”고 말했다.

 

324명의 게이머들은 일주일간 설계를 겨루는 총 4회의 설계 대회에 참여해 저마다의 단백질을 설계했다. 연구팀은 단백질의 기본 뼈대만 주고 나머지 설계는 모두 게이머들에게 맡겼다. 게이머들을 분석해 보니 다양한 연령대와 학력을 보였다. 65세 이상의 노인도 9.5%나 됐다. 박사 학위를 가진 게이머는 20%도 되지 않고 고졸자 게이머가 24.6%였다. 이들 중 42.7%는 폴드잇을 통해 단백질에 대한 지식을 배웠다고 답했다. 절반 이상이 폴드잇 경력이 2년 이상인 '헤비 유저'였다.

 

연구팀은 폴드잇 게이머들이 설계한 단백질 중 점수가 높은 146개 단백질을 실험실에서 만들었다. 이 중 56개는 안정적인 구조를 유지했다. 게이머가 현실에서도 구조를 유지하는 새로운 단백질을 설계한 것이다. 연구에 참여한 브라이언 코프닉 박사후연구원은 “게이머가 보여주는 분자의 다양성은 놀랍다”며 “새로운 단백질은 박사급 연구원이 만드는 것과 비교해도 구조가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베이커 교수는 “단백질은 우주에 존재하는 원자보다 더 많은 수를 만들 수 있다”며 “누구나 이러한 가능성의 공간을 탐험하는 것을 도울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관련기사

인기기사

댓글

댓글쓰기

관련 태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