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티는 미래 도시의 대안인가' 스마트시티MP·공학계 원로 '갑론을박'

2019.06.05 07:36
이미지 확대하기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 세종 추진단 마스터플래너인 정재승 KAIST 교수가 3일 저녁 서울에서 열린 한국공학한림원 포럼에서 스마트시티의 개념과 철학, 추진 방향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윤신영 기자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 세종 추진단 마스터플래너인 정재승 KAIST 교수가 3일 저녁 서울에서 열린 한국공학한림원 포럼에서 스마트시티의 개념과 철학, 추진 방향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윤신영 기자

“도시는 국내총생산(GDP)의 75%를 담당하고 이 수치가 곧 8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의 원천이다. 그런데 스마트시티 계획에는 산업 생산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가 없다.” 


“도시의 능률과 효율을 높이는 게 목표라면, 건축가에게는 도시 팽창을 억제하고 초고층건축을 이용해 밀도를 높이는 ‘수직형 압축도시(콤팩트시티)’라는 대안이 있다. 왜 굳이 스마트시티를 구현해야 하는지 설명해 달라.”


3일 오후 8시, 서울 강남구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별관. 한국공학한림원이 주최한 ‘제244회 한국공학한림원(NAEK) 포럼’에 참석한 180여 명의 공학 분야 석학과 원로들이 정부가 앞장서 계획 중인 ‘스마트시티’ 계획에 대해 매서운 질문을 쏟아냈다. 


공학한림원 포럼은 국내외 최신 산업 및 기술 이슈에 대해 해당 분야 전문가를 초청해 정보를 공유하는 행사다. 이 날은 정부가 추진 중인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 두 곳의 추진단 마스터플래너(MP·총괄계획가)인 정재승 KAIST 교수와 황종성 한국정보화진흥원 연구위원이 각각 발표자로 참석해 스마트시티의 철학과 기본 방향을 설명한 뒤 패널 토론 및 질의응답을 통해 원로들의 생각을 들었다. 

 

●공학 원로 일부 스마트시티 계획에 의문 표해...산업 및 구체적 목표 지적 많아


토론자 및 청중으로부터 가장 많은 지적이 나온 주제는 산업과 사업 관점에서 도시를 봐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패널로 나온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은 “스마트시티 논의가 시민의 불편함 해소와 행복 증진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며 “도시는 생산의 가장 중요한 주역인데, 스마트시티 계획에서 이런 생산 관점의 ‘산업’ 논의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산업기술 전문가인 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장 역시 “도시에서 비즈니스가 빠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데 부산 세종 모두 어떤 비즈니스를 ‘스마트하게’ 만들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2021년 하반기 첫 입주를 목표로 단기간에 건설까지 진행되는 만큼 목표를 세분화해 정하고 체계적으로 달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이 제기됐다. 이재홍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명예교수는 “싱가포르의 경우 스마트시티를 연구할 대 미리 수출을 염두에 두고 수요를 파악해 구체적인 목표 기술과 플랫폼을 준비한 뒤 개발했다”며 “반면 한국의 스마트시티에 대해서는 개념과 가치, 철학은 잘 들을 수 있지만 어떤 목표를 갖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 삶에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한 성찰이 있었는지 아쉽다”고 말했다. 


이민화 이사장 역시 “세종과 부산 시범도시가 다 현실도시와 데이터로 일대일 대응이 되는 가상도시로 구성되는 ‘디지털 트윈(디지털 쌍둥이)’ 개념을 채택하고 있다”며 “현실과 가상도시가 어떤 기술로 어떻게 함께 가는지 구체적인 사례가 제시되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태식 한양대 건설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목표지향적으로 달성할 목표와 관련 기술을 체계적으로 정해 추구하지 않으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곤란함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하기스마트시티 시범도시 중 하나인 부산에코델타의 기본계획 중 하나인 도심을 연결하는 인공물길과 수변공간. - 사진 제공 4차산업혁명위원회
스마트시티 시범도시 중 하나인 부산에코델타의 기본계획 중 하나인 도심을 연결하는 인공물길과 수변공간. - 사진 제공 4차산업혁명위원회

스마트시티가 과연 미래 도시의 유일한 대안일지 묻는 질문도 있었다. 신성우 한양대 공대학장(건축공학)은 “스마트시티의 목표는 능률과 효율인데 미래지향적 도시가 기존 도시를 그대로 두고 효율 높여 시간 단축한다고 스마트시티가 될 것인가 근본적으로 의문이 든다”며 “근본적으로 도시를 바꾸지 않고 19~20세기 도시에서 정보를 빠르게 얻는 등 몇 가지를 바꾼다고 스마트시티가 되는가”라고 지적했다. 신 학장은 “초고층 건축을 통해 땅을 퍼뜨리지 않은 채 수직으로 밀집시키는 수지형 압축도시를 구현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스마트시티 논의가 아직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논의를 필요로 한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두 MP, “혁신생태계 조성해 창업 유도” “구체적 기술 과업 제시는 오히려 실패 가능성 높여”

 

이런 의문에 대해 두 MP는 조목조목 대답했다. 정 교수는 “생활이 단조롭고 소비를 안 하면 상권이 발달하지 않고 혁신적이지 못하게 돼 스마트한 사람도 모이지 않는데, 지금 세종이 공무원과 그 가족 중심의 단조로운 인구 구성을 보이고 있다”며 “이를 바꾸려면 새로운 미래형 경제시스템인 혁신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벼우면서도 탄력성이 높은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고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규제혁신이 일어나게 해 한국에서 가장 규제가 느슨한 지역을 만들 계획”이라며 “스마트시티에서 창업한 스타트업은 전세계 10개 이상 도시의 지원을 받아 국제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하면 판교나 테헤란로에 가지 않더라도 이곳에 창업할 사람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기술적 과업을 설정해 달성해 나가는 게 좋다는 의견에 대해서 MP들은 조금 다른 입장을 드러냈다. 목표는 정할 수 있지만, 정보통신기술(ICT) 특성상 기술은 계속해서 더 좋은 기술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을 명시하면 결국 기술중심적으로 운영이 이뤄지게 되고 기존의 실패를 답습한다는 게 두 MP의 생각이다.

 

황 연구위원은 “도시의 외형적 구조물 등 ‘메뉴’만 보면 언뜻 기존 도시와 별로 다를 게 없어 보일 수 있다”며 “하지만 그런 메뉴를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 또는 작동원리를 만드는 도시는 이제껏 없었다. 이번에 개발하는 시범도시는 철저히 플랫폼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기술보다는 ‘모빌리티 3분의 1로 줄인다’ ‘미세먼지 20분의 1로 줄인다’ 같은 (장기적) 목표를 주고 이를 달성하는 개발사에 20~30년 동안 인센티브를 준다면 계속해서 기술을 개발해 가면서 달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밖에 고밀도 수직형 압축도시에 대해서는 “고려하겠다”며 “이미 자연에 순응해 지형을 보존하면서 약간의 고밀도로 개발하는 방안을 채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초고층은 에너지 효율 면에서 자립이 어렵고 경관을 해쳐 장기적으로 상황을 봐서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정 교수는 “스마트시티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요인 가운데 운영 방법도 중요하다”며 “과거 유비쿼터스도시(유시티)는 최고의 시설을 지었지만 지자체가 운영에 어려움을 느꼈고 예산 편성도 없어 결국 실패했다”며 “과오를 범하지 않게 특수목적법인(SPC)를 설립해 운영하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하기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 부산 추진단의 마스터플래너 황종성 한국정보화진흥원 연구위원이 부산 스마트시티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윤신영 기자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 부산 추진단의 마스터플래너 황종성 한국정보화진흥원 연구위원이 부산 스마트시티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윤신영 기자

●모빌리티, 헬스케어 등 서비스 기반 플랫폼 구축하는 스마트시티 만들 것


질의응답에 앞서, 두 MP는 발표에서 공통적으로 기존 도시가 덩치가 커질 때 생길 수밖에 없는 비효율성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새로운 도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 교수는 비효율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탈중앙적 성격의 공유, 개방, 다양화 도시를 제안했다. 라이프스타일이나 인권 등 보이지 않는 가치를 강조하고, 이를 가능케 하는 요소로서 센서와 데이터 기술을 포함한 ‘스마트기술’을 강조했다. 자동차 등 모빌리티를 3분의 1 줄이고 지역 중소도시의 약점으로 꼽히는 안정적 쇼핑 및 공연 환경 조성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도 밝혔다. 사용될 기술로는 가상도시와 현실도시가 공존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과 블록체인 등을 꼽았다.


황 연구위원 역시 데이터가 기반이 돼 도시가 거주하는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늘려주는 ‘증강도시’ 개념을 시범도시에 적용할 뜻을 밝혔다. 이를 위해 로봇공학과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기술을 결합하며, 이를 이용해 실제로 노약자와 장애인 등의 이동과 거주, 생활을 돕는 도시를 만들 뜻을 밝혔다. 특히 이런 기능을 일일이 개발하는 게 아니라, 이들을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최고 기술로 마련해 원하는 서비스를 플랫폼 위에서 구현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임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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