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색체가 ‘스토커 단백질’ 만나면 암 걸린다

2019.06.03 21:36
참여 연구팀이 한 자리에 모였다. 강석현 IBS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 연구위원(윗줄 왼쪽 세 번째), 김하진 UNIST 생명과학과 교수(윗줄 오른쪽 두 번째)가 보인다. 사진제공 IBS
참여 연구팀이 한 자리에 모였다. 강석현 IBS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 연구위원(윗줄 왼쪽 세 번째), 김하진 UNIST 생명과학과 교수(윗줄 오른쪽 두 번째)가 보인다. 사진제공 IBS

‘염색체’는 생명체의 핵 안에 유전물질인 DNA가 보관된 구조 중 하나로, 이를 복제하는 과정은 생명의 필수 과정이다. 간혹 이 과정에서 오류가 생기면 돌연변이가 생기고 암이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심하다. 염색체 속 DNA와 결합해 복제를 조절하는 단백질이 ‘스토커 단백질’로 작동해 떨어지지 않는 게 문제였다.


강석현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항상성연구단 연구위원과 울산과학기술원(UNIST) 김하진 교수팀은 염색체 내에서 복제가 끝날 때 관여하는 단백질의 정체를 밝히고 결합과 분리를 통해 복제를 조절하는 과정을 규명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3일 소개했다. 


연구팀은 염색체 복제 과정에 관여하는 독특한 단백질인 ‘증식성세포핵항원(PCNA)’에 주목했다. 이 단백질은 고리 모양을 하고 있는데, 마치 바늘귀처럼 고리가 있어 안에 DNA를 끼울 수 있다. DNA와 결합한 PCNA는 실을 꿴 바늘처럼 핵 내부를 돌아다니며 염색체를 복제하고 손상된 염색체를 복구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때로 이 단백질의 분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DNA와 PCNA가 결합한 상태로 남는다. 헤어져야 할 때 헤어지지 못하는 스토커 단백질이 되는 셈이다. 스토커 단백질이 염색체에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암을 발생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연구팀은 스토커 단백질이 태어나는 이유를 다른 단백질의 기능에서 찾았다. 먼저 DNA와 PCNA의 분리에 관여할 것으로 추정되는 단백질 후보를 선정한 뒤, 이들이 실제로 결합과 분리 과정에 관여하는지 자체 개발한 영상 기법으로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ATAD5-RLC’라는 단백질이 마치 손목시계를 푸는 손가락의 역할을 해 PCNA의 고리를 열고, DNA를 분리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이 과정이 정상적인 염색체 복제가 종료될 때뿐만 아니라, 염색체 손상이 복구되는 과정을 종료할 때에도 관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 과정을 밝힌 만큼, 이를 이용해 염색체 복제 이상에 의한 암 등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명경재 IBS 유전체항상성연구단장은 “PCNA와 DNA의 결합 및 분리는 생명체의 필수 대사과정인 염색체 복제를 이해하기 위해 중요한 정보로, 이번 연구로 생명의 근원을 이해하는 데 한 걸음 다가가게 됐다”며 “염색체 복제가 정확하게 종료되지 않으면 암과 같은 질환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번 연구가 유전 정보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질환의 근본적인 원인을 규명하고 궁극적인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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