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밑 미지를 스캔하다

2019.06.07 16:00
엑스프라이즈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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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7월 미국 우주인을 실은 아폴로 11호가 지구에서 38만㎞ 떨어진 달에 착륙한 이후 이제는 화성 유인 탐사까지 넘보고 있지만 정작 해수면 아래 세계는 아직도 미지 영역으로 남아 있다. 사람이 직접 눈으로 바다 밑을 볼 수 있는 최대 깊이가 수심 332m에 불과한 데다 심해 잠수정을 타고 깊은 바다 밑으로 내려가도 10㎞ 이하로는 가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도 방대한 바다의 아주 일부분일 뿐이다. 바다 밑 해저 지형의 80%는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다. 현재 전 세계 해저 지형 가운데 20%만이 인간이 사용할 만한 정확도로 제작된 상태다. 인류가 이처럼 깊은 미지의 바닷속의 세계로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   

 

비영리 기구 엑스프라이즈재단은 해저지형도를 가장 값싸고 빠르게 완성할 기술을 겨루는 ‘셸 오션 디스커버리 엑스프라이즈’에서 로봇과 잠수정을 앞세운 대양수심도위원회(GEBCO)와 일본재단(NF) 앨럼니팀이 우승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엑스프라이즈재단은 구글, 퀄컴 등 주요 기업과 인간의 꿈과 상상을 자극하는 경연대회를 열어왔다. 구글과는 2007년부터 민간 달 탐사 경연대회인 구글 루나 엑스프라이즈를 공동 개최했고 2016년엔 미국 반도체회사 퀄컴과 SF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첨단 진단장치 개발 실력을 겨루는 트라이코더 엑스프라이즈라는 대회를 공동 개최했다. 다국적 석유화학회사 로열더치셸(셸)과 엑스프라이즈재단이 공동 주최한 이 대회는 프랑스 소설가 작가 쥘 베른이 1869년 발표한 《해저2만리》에서처럼 우주보다도 더 가까우면서 아직 미지 세계로 남아 있는 바다 밑 해저지형도를 가장 값싸고 빠르게 완성할 기술을 선보일 팀에 700만 달러의 상금을 걸었다.


엑스프라이즈재단 측은 “GEBCO-NF 앨럼니팀이 주어진 시간 안에 지중해 해수면과 수중 해저 4km를 조사하면서 충분한 능력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GEBCO-NF 앨럼니팀’은 2030년까지 정밀도를 100배 끌어올린 해저 지도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별도로 추진하고 있다.


엑스프라이즈재단의 조티카 버마디 이사는 BBC와 가진 인터뷰에서 "세계 과학계가 이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왔지만, 이를 달성하려면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일부 기술은 준비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엑스프라이즈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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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BCO-NF 앨럼니팀은 대회 초반부터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GEBCO-NF 앨럼니팀’은 GEBCO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전 세계 14개 팀으로 구성됐다. 팀 대부분은 관련 분야에서 폭넓은 경험이 있다.

 

GEBCO-NF 앨럼니팀은 현존하는 기술과 최첨단 기술을 결합해 승리를 거머쥐었다는 평가다.  팀이 사용한 후긴 자율항해잠수정(AUV)은 깊이를 측정하는 음파 탐지용 장비로 사용되고 있다.무인수상함(USV)은 이번 대회를 위해 특별히 개발됐다. 시키트맥스리머로 이름 붙은 이 선박은 영국 에섹스에서 개발됐다. 이 선박은 지난 5월 초 영국과 벨기에 사이를 오가며 맥주를 성공적으로 배달한 세계 최초 상업용 자율항해선박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첫 예선에는 전 세계 19개 팀이 참가했지만 지난해 11월 시작된 최종 결선에는 9개 팀이 올라왔다.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진이 참여한 아르고노트와 미국 듀크대가 주도하는 블루데빌오션 엔지니어링, 일본의 대학과 연구소 연구진이 참여한 쿠로시오, 미국 텍사스 A&M대 해양공학과 등 쟁쟁한 팀이 결선에 올랐다.

 
주최 측이 요구한 해저지형도의 정밀도 기준은 매우 높다. 가로·세로 각각 5m인 면적이 지도상 한 점으로 나타나야 한다. 결승 경기는 경선에 오른 팀들에 그리스 항구 칼라마타에서 약 28km 떨어진 지중해 해역으로 자율항해선박을 급파하라는 요청을 받는 데서 시작했다. 해역에 도착하자마자 24시간 내 각각의 기술을 활용해 해저 사진을 찍어 해상도 5m 이상 해저 심층 지도를 만드는 임무가 제시됐다.  


GEBCO-NF 앨럼니팀은 24시간 동안 278㎢에 걸쳐 식별 가능한 지질학적 특징을 담은 10개 이상의 이미지를 작성했다. 재단측에 따르면 미국 그랜드캐니언의 2배에 이르는 넓이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엑스프라이즈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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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모나코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이 팀은 우승 트로피와 400만 달러를 받았다. 상금 100만 달러가 걸린 준우승은  일본 쿠로시오 팀에 돌아갔다. GEBCO-NF 앨럼니팀 소속 로셸 위글리 박사는 "우리는 다른 환경과 다른 심해에서 우리의 시스템을 테스트하기를 원한다“며 "앞으로 6개월 안에 영국 전역에서 해상 지도 프로젝트를 할 예정이며 1년 안에 대서양을 지도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엑스프라이즈재단은 이날 시상식에서 팀타오(Team Tao)를 '감투상'격인 문샷 어워드 수상자로 선정하고 상금 20만 달러를 시상했다. 심사위원들은 팀 타오가 지중해 결승에서 성공의 최소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지만, 매우 혁신적인 접근법은 특별한 찬사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팀 타오는 영국 뉴캐슬대와 해저 장비 전문회사 SMD(소일머신다이내믹스), 중국의 중처(中車)그룹 연구진으로 구성된 국제 공동팀이다. 이들은 바닷속을 누비며 해저 지형 정보를 수집하기 때문에 ‘바다의 큐브샛(초소형위성)’으로 불리는 심해중층탐사선(BEM)을 개발했다. 큐브샛은 가로세로 10cm인 모듈 여러 개를 이어 만든 초소형위성으로 최근 지구관측과 우주 인터넷 분야에서 주목하는 기술이다. 선체 길이 12m에 이르는 무인함정이 BEM으로 불리는 소형 수중 로봇 24기를 싣고 다니다가 해저 지도를 그려야 할 위치에 도착하면 로봇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흡사 어뢰처럼 보이는 BEM에는 수중 음파 탐지기, 카메라를 비롯해 바닷물 온도와 염분을 측정하는 각종 센서가 장착됐다. 한 시간가량 바닷속을 빙빙 돌면서 지형 정보를 수집한다.

 

BEM에는 바다 밑 가로·세로 50㎝ 면적을 한 점으로 인식하는 센서가 달려있다. 이렇게 수집한 해저 지형 정보는 곧바로 통신장비를 통해 지도를 제작하는 서버로 전송된다. 연구진은 시스템 하나를 구축하는 데 드는 비용이 100만 파운드(약 14억7000만 원)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지도 제작비도 대형 조사선을 투입해 같은 면적을 조사했을 때보다 100분의 1밖에 들지 않는다.

엑스프라이즈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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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작성된 가장 정확한 지도는 인공위성이 중력 관측을 통해 지형을 추정해 그린 것이다. 중력이 측정한 지점의 고도나 주변 지형에 따라 값이 달라지는 원리를 이용한 방식이다. 하지만 정밀도가 떨어져 가로·세로 1㎞ 이하 해저지형은 식별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바닷속 항해는 물론 해저 케이블과 수중 송유관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한층 정교하고 선명한 해저 지형 정보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바닷속 해령(계곡)이나 해저화산, 해산에는 바다 생물이 많이 모여 살기 때문에 이들 보존을 위해 정확한 지형 정보가 필요하다. 험준한 해저는 해류의 행동과 물의 수직 혼합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또 미래의 기후 변화를 예측하는 모델을 개선하는 데 정확한 해저지형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지구 주위로 열을 이동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바다라는 점에서 중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밀한 해저지형도를 그리는 가장 값싼 방식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기술도 드론(무인항공기)을 비롯해 수중로봇, 수상 무인 함정 등 다양해 어떤 방식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시장 판도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대회 최종 우승자로 ‘GEBCO-NF 앨럼니팀’이 선정되면서 이 팀이 활용하는 방식이 우위에 서게 됐다.

 

물론 전문가들은 다른 기술이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팀 타오 역시 대다수 부품을 상용 제품을 가져와 쓰는 방식으로 개발비를 낮췄다. SMD와 뉴캐슬대는 이번에 우승하지 못했지만 독자적인 사업에 착수하겠다는 구상을 지난해 이미 내놨다. 현재 하루에 200㎢ 넓이의 바다 지도를 그릴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엑스프라이즈재단은 이와 별도로 미국립해양대기청(NOAA)와 별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참여팀들로 하여금 푸에르토리코 근해에서 모의 오염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근원을 추적해 찾아내는 것이 목표로 제시됐다. 최종 결선을 치른 결과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의 청소년팀인 오션 퀘스트가 우승을 차지하며 상금 80만 달러를 받았다. 2위는 플로리다주 출신의 탬파 딥 시 엑스플로러스에게 돌아갔다. 

 

엑스프라이즈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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