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해석한 공포 영화 속 몬스터들

2019.06.01 06:00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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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무더워지는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이런 날씨에는 좀비나 늑대인간, 프랑켄슈타인 등이 등장하는 공포 영화가 인기다. 그러나 이런 몬스터들은 영화 속에만 존재하는 것일 뿐 과학적으로 정체를 알아보면 그다지 무서운 존재가 아니다. 

 

좀비의 정체는 약에 조종당한 노예 


‘좀비’하면 피를 흘린 채 기괴한 몸짓으로 달려오는 시체들이 떠오른다. 하지만 1968년 미국 조지 로메로 감독이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영화를 만들기 전까지 좀비는 노예의 이미지가 강했다. 아이티를 비롯한 서아프리카의 종교인 부두교를 믿는 사람들은 잘못을 저지르면 형벌을 받아 죽은 뒤 좀비가 되어 노예가 된다고 믿었다.


1982년 웨이드 데이비스 미국 하버드대 민속 식물학 박사는 아이티의 부두교 주술사들이 일명 ‘좀비 가루’를 사용해 좀비를 만든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주술사에게 좀비 가루를 구해 성분을 분석했다. 두 개의 좀비 가루 중 하나는 복어의 독이, 다른 하나는 독말풀이 주성분이었다.

 

좀비 개미의 머리에서 길게 자라난 오피오코르디셉스 곰팡이. 좀비 개미는 몸에 곰팡이가 가득 차 있고, 터을 움직일 수 없어 죽어서도 나무 줄기나 알을 품고 매달려 있게 된다. (오른쪽 상단) 좀비 머리에서 길게 자라난 곰팡이 확대모습.
좀비 개미의 머리에서 길게 자라난 오피오코르디셉스 곰팡이. 좀비 개미는 몸에 곰팡이가 가득 차 있고, 터을 움직일 수 없어 죽어서도 나무 줄기나 알을 품고 매달려 있게 된다. (오른쪽 상단) 좀비 머리에서 길게 자라난 곰팡이 확대모습.

좀비를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좀비로 만들 사람의 상처에 복어 독을 바른다. 복어 독이 몸에 퍼지면 호흡이 얕아지고 심박수가 느려져 2~3일 정도는 죽은 사람처럼 보이게 된다. 2~3일 후 주술사는 깨어난 사람에게 독말풀 독을 코나 입에 불어넣어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 독말풀 독에 감염되면 환각이나 정신착란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살아난 사람을 좀비라고 믿게 된 셈이다.  


사람뿐 아니라 동물 좀비도 있다. 데이비드 휴즈 미국 펜스테이트대 박사 연구팀은 태국에서 좀비처럼 이상행동을 하는 개미를 연구했다. 이 좀비 개미들은 비틀거리다가 정오 즈음 높은 식물의 잎사귀나 줄기에 올라갔고, 밤이 돼서야 생을 마감했다. 

 

좀비가루 주요성분(?). 복어의 독이 사람몸에 들어오면 호흡이 얕아지고 심박수가 낮아져 마치 죽은 것처럼 보인다. (오른쪽) 환각을 일으키는 독말풀. 깨어난 사람에게 독말풀 독을 주입해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
좀비가루 주요성분(?). 복어의 독이 사람몸에 들어오면 호흡이 얕아지고 심박수가 낮아져 마치 죽은 것처럼 보인다. (오른쪽) 환각을 일으키는 독말풀. 깨어난 사람에게 독말풀 독을 주입해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

2011년 휴즈 박사팀이 좀비 개미 42마리를 분석한 결과, 이들이 ‘오피오코르디셉스’라는 곰팡이에게 조종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2017년에는 좀비가 된 개미 조직을 수천 개의 조각으로 나눠 현미경으로 촬영하고 3차원 이미지로 만들어 분석한 결과, 곰팡이가 몸 전체에 퍼져 근육을 수축시키면서 개미를 조종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 오피오코르디셉스 곰팡이는 포자를 퍼뜨려 더 많은 좀비 개미들을 만들기 위해 개미들을 높은 곳으로 옮기고 개미가 죽어서도 나무 줄기나 잎에 매달려 있도록 턱을 수축시켰다.

 

 

죽은 지 4시간 지난 '프랑켄슈타인' 세포 되살려

 

죽은 지 10시간이 된 돼지의 뇌를 분리해 해마 부위를 형광물질을 이용해 관츨했다. 왼쪽은 보통의 뇌고, 오른쪽은 미국 예일대 연구팀이 '브레인엑스' 기술로 액체를 주입해 일부 뇌세포의 기능을 회복시킨 사진이다. 신경세포(녹색) 및 성상교세포(붉은색), 세포핵(파란색. 세포 파괴의 증거)의 분포 차이가 확연하다. 사진제공 예일대 의대
죽은 지 10시간이 된 돼지의 뇌를 분리해 해마 부위를 형광물질을 이용해 관츨했다. 왼쪽은 보통의 뇌고, 오른쪽은 미국 예일대 연구팀이 '브레인엑스' 기술로 액체를 주입해 일부 뇌세포의 기능을 회복시킨 사진이다. 신경세포(녹색) 및 성상교세포(붉은색), 세포핵(파란색. 세포 파괴의 증거)의 분포 차이가 확연하다. 사진제공 예일대 의대

지난 4월 18일, 네나드 세스탄 미국 예일대 의대 교수팀은 죽은 지 4시간이 지난 돼지의 뇌세포를 6시간 동안 살렸다고 발표했다. 교수팀은 죽은 돼지의 뇌 동맥에 살아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혈액을 공급할 수 있는 ‘브레인엑스’라는 장치를 연결했다. 이를 통해 보존제와 안정제, 산소 등이 들어있는 인공 혈액을 주입했다. 

 


그 결과 뇌세포 중 일부는 살아있을 때처럼 포도당을 사용하고 이산화탄소를 내보내는 세포호흡을 했다. 혈관 구조도 회복됐다. 하지만 신경세포들끼리 신호를 주고받는 것은 발견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나흥식 고려대 의대 생리학교실 교수는 “이번 실험에서는 신경세포의 소통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연구를 발전시키면 뇌 질환을 앓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신경외과 의사 세르지오 카나베로와 중국 하얼빈대 의대 렌 샤오핑 교수는 지난 3월 29일, 잘린 비글의 척수를 연고형 접착제 ‘PEG’로 다시 붙여 신경을 회복시켰다고 발표했다. 잘린 신경을 다시 붙일 때 척수에 PEG를 바른 비글과 PEG를 바르지 않은 비글을 대상으로 6개월 동안 신경이 얼마나 회복되는지 관찰했다. 이 연구는 전신을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의 머리에 신체를 이식하려는 ‘헤븐 프로젝트’의 하나다. 

 

비글을 대상으로 신경회복을 관찰한 프로젝트. 어린이과학동아
비글을 대상으로 신경회복을 관찰한 프로젝트. 어린이과학동아

머리에 신체를 이식하는 수술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많다. 먼저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나 교수는 “목 주변의 피부, 인대, 신경, 혈관, 근육, 관절, 뼈 등을 연결하는 방법이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머리를 절단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과 윤리적인 문제도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뱀파이어는 유전병 환자

 

7억 4000만년 전 만들어진 지층에서 발견된 껍질을 만드는 아메바. 영양분을 빼앗아먹고 사는 아메바의 흔적이 곳곳에 구멍으로 남아있다. 어린이과학동아 제공
7억 4000만년 전 만들어진 지층에서 발견된 껍질을 만드는 아메바. 영양분을 빼앗아먹고 사는 아메바의 흔적이 곳곳에 구멍으로 남아있다. 어린이과학동아 제공

1985년 데이비드 돌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생화학과 교수는 뱀파이어 전설이 포르피린 유전병 환자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뱀파이어의 창백한 얼굴, 큰 치아, 햇빛을 두려워하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적혈구 속에는 철분을 이용해 산소 운반을 담당하는 헤모글로빈이 있다. 그런데 포르피린증은 선천적 혹은 후천적인 유전적 결함으로 헤모글로빈이 철분과 결합하도록 돕는 포르피린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생기는 유전병이다. 이 병에 걸리면 혈액이 몸 전체에 산소 공급을 제대로 하지 못해 혈색이 창백하고, 잇몸이 작아지는 구조 변화가 나타나 치아가 커 보인다. 또 피하지방층에 축적된 포르피린이 햇볕을 만나면 자극을 받아 피부가 붉어지거나 화끈거리면서 심한 물집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포르피린증에 걸린 사람을 뱀파이어라고 생각했다.


한편 아주 오래된 뱀파이어 아메바 화석도 있다. 지난 2016년, 미국 캘리포니아대 고생물학자들은 약 7억4000만 전 만들어진 지층에서 대형 아메바가 다른 아메바에게 영양분을 빼앗겨 껍질에 구멍이 생긴 화석을 발견했다. 당시는 선캄브리아 시대로 단세포생물이 주로 활동했다.

 

뱀파이어 아메바는 다른 단세포 생물의 몸에 구멍을 뚫고 세포 내부 영양분을 빨아먹고 산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히 말하면 피를 빨아먹는 것은 아니지만, 흡혈동물과 같은 방식이라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 구멍이 남은 아메바 화석은 과학자들이 고생물의 포식활동을 이해하는 자료가 됐다.

 

 

늑대인간, 유전자가 만든다

 

1850년대 선천적 전신성 다모증으로 널리 알려진 줄리아 파스트라나. 어린이과학동아
1850년대 선천적 전신성 다모증으로 널리 알려진 줄리아 파스트라나. 어린이과학동아

보름달이 뜨면 늑대로 변해 사람들을 해치는 늑대인간의 전설은 외모를 늑대와 비슷하게 만드는 희귀병 ‘선천적 전신성 다모증’ 에서 유래했을 지도 모른다. 

 

옛날 서양 사람들에게 선천적 전신성 다모증인 사람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선천적 전신성 다모증에 걸리면 온몸에 털이 매우 많이 자라거나 길게 자라난다. 잇몸이 커지면서 입 부분이 앞으로 튀어나오는 증상이 같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 두 증상을 동시에 겪은 사람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인물은 1850년대 화제가 된 멕시코 여성 줄리아 파스트라나다. 

 


지난 2009년 중국의학과학원과 베이징연합의과학대 공동 연구진은 선천적 전신성 다모증에 걸린 사람들은 17번 염색체에 결함이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 선천적 전신성 다모증이 있는 가족과 이 증상이 없는 친척들의 게놈을 비교 분석한 결과다. 


늑대인간 이야기를 만들어 낸 데에는 ‘광견병’도 한몫 했다. 1881년 프랑스의 미생물학자 루이스 파스퇴르가 광견병 백신을 개발하기 전까지 광견병에 걸린 개나 늑대에게 물린 사람은 거의 100%로 광견병에 걸렸다. 그러면 물을 마시지 못하고 눈이 충혈되고 경련을 일으키다 대부분 죽었다. 이를 보고 중세 사람들은 늑대에게 물리면 죽어서 늑대인간이 된다고 믿었다.

 

악몽과 공포 기억에서 벗어나는 방법 

 

어린이과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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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가위에 눌렸다’고 표현하는 가위눌림 현상은 수면 중 발생하는 몸의 마비 현상이다. 잠에서 깨기 전 의식은 깨어났는데 몸은 계속 마비가 된 상태일 때 발생한다. 


몸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대뇌’에서 만든 운동 신호가 척수에서 근육을 움직이게 하는 ‘전각 세포’에 도달해야 한다. 그런데 가위눌림이 발생할 때는 뇌의 ‘연수’ 부분에서 뻗어 나온 신경세포가 전각 세포를 억제해 몸이 움직이지 못한다.


수면 마비는 주로 잠이 부족하거나 무서운 영화를 본 후 나타난다. 채규영 분당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수면 마비는 건강한 수면 습관을 유지하면 발생 빈도를 줄일 수 있다”며 “규칙적인 수면 시간을 유지하고 잠을 충분히 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되도록 무서운 영화나 만화를 보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우리가 잠을 잘 때는 눈동자를 빠르게 움직이며 잠을 자는 렘수면 상태와 그렇지 않은 비렘수면 상태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렘수면 때 꿈을 꾼다고 알려져 있다. 채 교수는 악몽을 꾸는 이유에 대해 “낮에 경험했던 무서운 경험들이 강렬하게 남았다가 꿈에 나타나 반복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린이과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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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와 가장 연관돼 있다고 알려진 부위는 편도체다. 무서운 것을 보면 편도체가 시상하부를 자극한다. ‘자율신경의 중추, 관제탑’이라 불리는 시상하부는 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을 조절하고, 뇌하수체의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거나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먼저 편도체로부터 자극을 받은 시상하부는 교감신경계를 활동시키고 부교감신경계를 억제한다. 에너지를 보존하는 기능을 하는 부교감신경과 달리, 교감신경은 신체가 위급한 상황에 대처하도록 하는 기능을 한다. 우리 뇌는 무서운 것을 보면 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교감신경을 활성화시키는 셈이다. 이와 동시에 시상하부는 뇌하수체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나오는 호르몬 ‘코르티솔’을 분비하도록 명령을 내린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 연구팀은 인공지능에게 사람의 심박 수가 빨라지고 손에 땀이 나는 현상이 공포 반응이라는 걸 학습시켰다. 이후 인공지능은 가상 주행을 하며 실험 참가자의 심박 수를 재고 손에 땀이 나는지를 측정했다. 실험자의 신체 변화를 감지하며 위험한 주행의 유형을 배운 인공지능은 가상 주행 시험에서 충돌 사고가 25% 감소했다.


공포 기억을 없애는 방법에 대한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 2월 12일 신희섭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장과 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팀이 그 원리를 밝혔다.

 

연구팀은 쥐에게 ‘삐~’ 소리와 함께 전기 자극을 줬다. 그럼 쥐는 ‘삐’ 소리만 들어도 전기 자극에 대한 공포를 느낀다. 그 다음 쥐에게 빛을 이용해 좌우 안구 운동을 시켰더니, 이후 ‘삐’ 소리로 쥐에게 공포를 줘도 공포 반응이 줄었다.  

 

연구팀은 쥐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뇌의 신경세포 활동을 측정해 안구 운동이 공포 반응을 줄이는 이유를 찾았다. 쥐의 눈에 빛이 들어와 시각적인 자극을 받으면 안구 운동 및 주의집중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인 ‘상구’가 활성화되며 공포 반응을 담당하는 편도체를 억제하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어린이과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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