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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회전 신호 없애면 교통정체 줄어들까

2013년 11월 06일 18:00

 

이미지 확대하기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설치·운영 중인 슈퍼-스트리트 사례. -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제공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설치·운영 중인 슈퍼-스트리트 교차로 사례. -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제공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한 연구실. 모니터 화면엔 경기도 평택시 안중읍 근교 교차로가 보인다. 이 곳은 우리나라 여느 도로처럼 교차로가 많은 곳이다. 하지만 모니터 화면엔 좌회전 신호가 적다. 교차로 네 방향 중 두 방향에만 좌회전 신호가 있고, 나머지 두 방향은 직진 신호인 녹색등과 적색등만 있을 뿐이다.

 

  좌회전 신호가 없는 차선의 차량은 교차로에 진입할 때 왼쪽 차선으로 가지 않고 우회전한다. 그 뒤 150~300m 전방에 있는 지점에서 U턴한 뒤 직진해서 교차로를 통과하고 있다. 우회전-U턴-직진 과정을 거치며 당초 가고자 했던 좌회전 방향 도로로 나아갈 수 있는 셈이다. 

 

  다소 생소해 보이는 이 교차로의 이름은 '슈퍼-스트리트'. 1987년 미국 교통 공학자 리차드 크래머가 처음 고안해낸 것으로 현재 건설연 도로교통연구실이 경기도 평택시 일부 구간 교차로의 통행량을 분석한 후 컴퓨터 시뮬레이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자동차 2000만 대 시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교통량을 교차로가 수용하지 못하면서 누구나 겪고 있는 장시간 신호대기에 따른 교통정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연구되고 있는 것.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문재필 박사가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결과, 교차로를 지나는 전체 차량 당 평균 정지지체는 기존 91초에서 14.6초로 83% 가량 개선됐고 평균속도는 17km/h에서 52km/h로 향상됐다.

 

  문 박사는 "국내에 도입 가능한 교차로 모델로 입체 교차로와 회전 교차로, 슈퍼-스트리트 등이 있지만 국내 교통사정에는 슈퍼-스트리트가 가장 적합한 모델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신호등을 없애고 직진이나 좌회전, 우회전 차선을 각각 별도의 도로로 분리해 공중으로 띄우거나 지하로 낮추는 ‘입체 교차로’는 현실적으로 모든 도로에 적용할 수 없고, 최근 각광받고 있는 ‘회전 교차로’도 교통량이 적은 도로에선 효과적이지만 광화문 사거리와 같은 대형 교차로에서는 오히려 사고 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슈퍼-스트리트’는 교통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쪽을 ‘주도로’, 적은 쪽을 ‘부도로’라 정의하고, 부도로의 직진과 좌회전 교통흐름이 주도로와 교차하는 지점을 직접 통행하지 못하도록 한 교차로 모델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부도로 차량들은 주도로에서 우회전해 합류한 뒤 150~300m 정도 거리에 설치된 U-턴 지점을 이용해 다시 돌아오면 된다.

 

  문 박사는 “차량들이 신호대기 하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교차로 교통량 해결의 핵심”이라며 “슈퍼-스트리트 모델에서는 신호 개수가 4개에서 2개로 절반 줄어들기 때문에 그만큼 교차로 교통흐름이 원활해진다”고 설명했다. 부도로의 좌회전 신호가 없어 주도로 차량들의 대기시간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녹색 신호를 켜 놓는 시간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슈퍼-스트리트 교차로 시뮬레이션. 이 모델을 적용하면 신호 개수가 절반으로 줄어 교차로 교통흐름이 빨라진다. -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제공

 

  슈퍼-스트리트는 교통흐름 개선 외에도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교차한 차로의 좌회전 흐름을 줄여 각 차선에서 달려오는 차량끼리 부딪힐 가능성이 높은 ‘상충지점’이 분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호를 받는 모든 차량을 한 곳에 밀집시켜 놓는 구조의 일반 신호등 교차로는 상충지점이 32개 정도 되는 반면 슈퍼-스트리트는 상충지점이 18개에 불과하다.

 

  건설연은 슈퍼-스트리트 모델의 효과를 세부적으로 검토한 뒤 국토교통부와 도입 관련 협의를 해 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슈퍼-스트리트도 단점이 있다. 부도로의 교통량이 많아져 주도로와 구분할 수 없어질 정도가 되면 운영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

 

  이에 대해 문 박사는 “주·부도로 모두 좌회전이 금지돼 있고 U-턴만 가능한 ‘미디언 U-턴 크로스오버’ 모델을 미국 미시건 교통부가 이미 성공적으로 도입한 사례가 있다”며 “교차로 모델마다 각각의 장점이 있는 만큼 이를 적절히 섞어 우리 실정에 맞게 고치면 된다”고 설명했다.


전준범 기자

bbe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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