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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와 종 분화의 실마리, 새 예쁜꼬마선충 게놈에서 찾았다

2019년 05월 24일 12:54
이미지 확대하기예쁜꼬마선충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이다. 작고 둥근 알과 작은 유충, 그리고 긴 성체가 보인다. 사진제공 프랑스고등사범학교
예쁜꼬마선충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이다. 작고 둥근 알과 작은 유충, 그리고 긴 성체가 보인다. 사진제공 프랑스고등사범학교

한 종의 생물이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채 오랜 시간이 흐르면, 유전적으로 점점 달라져 어느 순간 다른 종으로 분화할 수 있다. 이 과정은 자연계에서 지금도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지만, 때로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때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유전체(게놈) 수준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직접 확인하기 어렵다. 그런데 국내 연구팀이 모델 생물인 ‘예쁜꼬마선충’의 게놈을 해독하는 과정에서 이런 종 분화와 진화의 단서가 될 변화를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이준호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와 김천아·김준 연구원은 미국 하와이와 영국에서 채집한  예쁜꼬마선충의 게놈을 해석해 비교한 결과 하와이 개체의 유전체는 영국 개체와 유전자 구조가 다른 부분이 약 3000개에 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는 예쁜꼬마선충이 지닌 유전자의 15%에 달하는 수로, 실제 생존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은 채로 극단적으로 많은 유전자 변이가 게놈에 축적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셈이다.


연구팀은 게놈의 DNA를 최소 수천~수백만 개까지 한꺼번에 읽을 수 있는 해독 장비인 ‘팩바이오’를 이용해 하와이 예쁜꼬마선충의 게놈 염기서열을 해독했다. 팩바이오는 현재 게놈 해독에 가장 널리 쓰이며 수백 개 DNA를 한꺼번에 해독하는 '차세대염기서열해독' 기술과는 다른 원리로 게놈을 해독하며, 게놈 내에서 수천~수십만 개 단위로 형성되는 ‘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연구진은 게놈을 몇 개의 꾸러미로 나눠 뭉친 구조인 '염색체'의 끝 부분에서 많은 변이가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도 새롭게 발견했다. 염색체 가운데 끝 부분(텔로미어)은 손상에 취약한데, 텔로미어가 다 손상되면 세포가 생명을 다한다. 따라서 생물은 텔로미어를 유지보수하는 효소(텔로미어 연장효소)를 이용해 손상돼 짧아진 텔로미어를 복구한다. 이 때 보통은 6개의 짧은 DNA를 연달아 붙여 복구한다. 마치 손가락 끝에 얇은 비닐 골무를 씌워 보호하는 식이다.


하지만 연구팀이 해독한 하와이 예쁜꼬마선충 개체는 1600개짜리 긴 DNA가 5번 반복돼 있는 구조와, 20만 개에 달하는 거대한 DNA가 통째로 복제된 새로운 텔로미어 구조를 갖고 있었다. 20만 개 구조는 1600개 구조와 비슷한 DNA로 시작되는 염색체 내 다른 DNA가 복제된 것으로 파악됐다. 골무로 비유하자면, 두꺼운 고무 골무나, 그와 비슷하지만 더 두꺼운 플라스틱 장갑을 덧씌우는 식이다. 이는 텔로미어 연장효소 외에 다른 방법으로 텔로미어 복구가 일어났다는 뜻이다.

 

이미지 확대하기하와이 품종의 조상이 어느 순간 텔로미어(파란색)가 손상되는 사건을 겪자, 이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6개짜리 반복서열을 추가하는 보통의 유지보수 방법 대신 1600개짜리 DNA 조각(빨간색)을 5회 반복해 덧붙이는 새로운 텔로미어 연장 방법이 사용됐다. 또 염색체 안쪽에 존재하던, 1600개짜리 DNA와 비슷하게 생긴 DNA로 시작되는 커다란 DNA(초록색) 20만 개도 복제됐다. 이 과정에서 30여 개 가량의 유전자가 새롭게 생겨났다. 이들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며 자연선택과 진화에 사용될 소중한 자원이 됐다. 사진제공 서울대
하와이 품종의 조상이 어느 순간 텔로미어(파란색)가 손상되는 사건을 겪자, 이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6개짜리 반복서열을 추가하는 보통의 유지보수 방법 대신 1600개짜리 DNA 조각(빨간색)을 5회 반복해 덧붙이는 새로운 텔로미어 연장 방법이 사용됐다. 또 염색체 안쪽에 존재하던, 1600개짜리 DNA와 비슷하게 생긴 DNA로 시작되는 커다란 DNA(초록색) 20만 개도 복제됐다. 이 과정에서 30여 개 가량의 유전자가 새롭게 생겨났다. 이들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며 자연선택과 진화에 사용될 소중한 자원이 됐다. 사진제공 서울대

연구팀은 이런 거대구조 복제 과정에 서 약 30개의 유전자 변이가 집중적으로 발생해 유전적 다양성을 제공하는 원천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급격한 환경 변화나 스트레스 상황에서 적응할 수 있게 해주는 요긴한 유전자원”이라며 “진화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로 새로운 유전자가 생겨날 수 있는 독특하 염색체 진화를 확인했다”며 “특히 염색체 끝부분에 내부 유전자가 통째로 복제되며 빠르게 진화하는 현상을 야생에서 처음 발견했다”고 의의를 밝혔다.


이번 논문이 발표된 게놈리서치 23일자에는 이 교수팀의 연구 외에 미국 워싱턴대와 코넬대 등의 새로운 예쁜꼬마선충 게놈 및 유전자 발현 연구 결과가 함께 소개됐다. 이번 연구는 게놈 분야 국제학술지 ‘게놈리서치’ 23일자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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