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논문수 세계16위·아시아1위라던 KAIST 논문실적 알고보니 '허위'

2019.05.24 13:22

KAIST가 23일 인공지능(AI) 분야 논문발표 실적에서 중국 칭화대를 제치고 아시아 1위 세계 16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 확인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논문발표 실적에서 중국 칭화대를 제친 적이 없으며 세계 순위에서도 16위를 차지했다는 공식 통계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KAIST는 보도자료를 통해 “세계 최고권위의 AI 학회 중 하나로 꼽히는 국제머신러닝학회(ICML)가 발표한 ‘2019 기계학습 분야 논문발표 세계 100대 기관 순위’에서 아시아 최고대학임을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취재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KAIST에 확인한 결과 학교 측은 ICML 자료를 근거로 이를 작성했다. 하지만 ICML은 ‘2019 기계학습 분야 논문발표 세계 100대 기관 순위’를 공식 발표한 적이 없다. ICML는 다음달 9일부터 15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제36회 국제머신러닝학회를 개최한다. 올해 학회에는 기계학습 분야에서 3424편의논문이 제출됐고 이 중 774편의 논문이 채택됐다. 학회 공식 홈페이지에는 채택된 논문의 저자 및 소속 기관, 제목 등이 공개돼 있다.

 

KAIST가 논문발표 실적 아시아 1위라며 인용한 자료는 독일의 안드레아스 도에르라는 개인이 만든 통계자료인 것으로 확인됐다. 도에르 씨는 ICML 홈페이지에 공개된 자료를 기반으로  ‘Top 100institutes@ICML 2019’라는 통계자료를 만들었고 지난 12일 이를 미국 인터넷커뮤니티 ‘레딧’에 게재했다.  KAIST측은 이를 근거로 2019년도 AI 분야 논문 발표실적에서 아시아 1위이자 세계 16위라고 홍보한 것이다. 도에르 씨는 최근 AI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독일 부품기업 로버트보쉬에서 일을 하고 있으며 데이터 과학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 확대하기KAIST가 인용한 자료다.논문발표실적이 아닌 '상대적 기여도'를 기준으로 순위를 매겼다. KAIST는 해당 기준에 있어서는 아시아 1위, 세계 16위를 차지했다. 레딧 캡쳐(안드레아스 도에르)
KAIST가 인용한 자료다.논문발표실적이 아닌'상대적 기여도'를 기준으로 순위를 매겼다. KAIST는 해당 기준에 있어서는 아시아 1위, 세계 16위를 차지했다. 레딧 캡쳐(안드레아스 도에르)

KAIST는 통계 자료 마저도 잘못 인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에르 씨는 기관별 논문 수, 채택된 논문의 저자순 등 다양한 기준을 두고 통계자료를 만들었다. KAIST가 인용한 자료는 논문발표 실적으로 순위를 매긴 것이 아닌 ‘상대적 기여도(Relative Contribution)’’를 기준으로 했다.  도에르씨는 레딧에 올린 글에서 상대적 기여도의 기준과 관련해 “논문을 쓴 저자 중 실제로 몇 명의 저자가 해당 기관 출신인지를 따졌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논문 하나하나마다 전체 연구자 중 KAIST 출신이 몇 명인지를 따졌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하나의 논문에 총 5명의 연구자가 참여했고 그 중 3명이 KAIST 소속인 경우, 그 비율을 모두 더해 평균을 따졌다. 그런 다음 그 비율로 순위를 매겼다는 것이다. ICML에 제출된 KAIST의 논문 숫자는 14개다. 논문 각각에 참여한 KAIST 소속 연구자 대비 전체 연구자 비율을 평균적으로 나타냈다. KAIST의 기여도는 약 10로 전체 순위에서 16위를 기록했다.

 

이미지 확대하기실제 논문발표실적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 자료. 레딧 캡쳐(안드레아스 도에르)
실제 논문발표실적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 자료. 레딧 캡쳐(안드레아스 도에르)

KAIST가 주장한 대로 2019년 ICML 채택된 기관별 논문 숫자를 따져 순위를 매긴 통계도 존재한다. KAIST는 중국 칭화대 2단계 아래인 공동 20위에 올라와 있다. KAIST측은 논문 수에서 아시아 1위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2위에 머무른 것이다. 세계 순위의 경우에도 16위라고 주장했지만 실상은 다른 4개 대학과 함께 공동 20위에 올라와 있다.

 

KAIST에 보도자료에 대한 출처와 진위여부를 문의한 결과 “유리한 기준을 인용하려다보니 착오가 있었다. 송구하다”고 밝혔다. 해당 자료는 KAIST AI대학원을 총괄하고 있는 정모 교수가 제공했으며, 해당 교수의 검수를 마치고 배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교수에 수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과학계 일각에서는 KAIST가 최근 정부가 AI대학원을 설립하는 등 AI분야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이를 의식해 무리수를 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지원금이 AI에 쏠리면서 대학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주도권을 내세우려다 통계를 부풀리고 허위 자료를 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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