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ICAN] 장소는 기억의 거점, 길을 기억하는 세포가 있다

2019.05.22 09:00
서배스천 로열 KIST 뇌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기억을 연구한다 스스로 고안한 독특한 실험장치와 신경공학 기술로 해마의 장소세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과정을 밝혔다. 윤신영 기자
서배스천 로열 KIST 뇌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기억을 연구한다. 스스로 고안한 독특한 실험장치와 신경공학 기술로 해마의 장소세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과정을 밝혔다. 윤신영 기자

처음 집에서 학교나 회사를 가는 길은 낯설고 멀게 느껴진다. 하루, 이틀 반복해 지나가다 보면 길이 익숙해지고, 결국 나중에는 가는 길의 모든 길목길목을 알게 된다. 그런데 이런 기억은 어디에 있는 걸까.

 

정통 신경과학자인 서배스천 로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뇌 속 기억 저장 중추인 해마에 해당 길의 장소 기억 세포가 있다”고 말한다. 그가 쥐를 대상으로 고안한 독특한 트레드밀(러닝머신 형태의 실험도구)을 이용해 직접 관측한 결과다. 

 

이달 20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개최된 제4회 국제신경공학컨퍼런스(ICAN)에 참석한 로열 책임연구원은 캐나다에서 물리학과 뇌과학을 공부한 뒤 2011년부터 KIST에서 신경과학을 연구하고 있다. 공학자들이 특히 강세인 ICAN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실험방법과 흥미로운 연구 결과로 세계 공학자와 과학자의 주목을 받고 있다. 

 

로열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동물의 뇌는 그야말로 그 자체가 기억을 담은 거대한 저장 장소다. 보는 것, 행동하는 것 등이 모두 신경망의 형태로 뇌 곳곳에 기록돼 뇌 자신을 이루기 때문이다. 하지만 흔히 사람이 “기억한다”고 말하는 대상은 다르다. 이런 기억을 ‘일화적 기억(에피소드 기억)’이라고 하는데, 주로 해마에 저장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로열 책임연구원은 “이런 일화적 기억은 동물이 움직이면서 갖게 되는 기억”이라며 “따라서 장소가 이 기억의 가장 주요한 정보라고 보고 연구를 했다”고 말했다.

 

로열 연구원은 2014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주제인 해마 속 ‘장소 기억 세포’가 이 역할을 한다고 봤다. 장소세포는 ‘여기가 어디인지, 나는 이 공간에서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등을 기억하는 역할을 한다. 로열 연구원은 만약 동물이 이동할 때에는 세포의 연결성이 변화하는지 알고자 기발한 방법을 고안해 실험했다. 먼저 쥐가 원할 때 뛸 수 있는 소형 트레드밀(러닝머신)을 만들었다. 쥐가 달리면 트레드밀의 벨트가 고리 모양으로 회전한다. 쥐의 입장에서는 끝이 없는 직선 길을 달리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쥐 머리에 장착하는 소형 스마트폰 모양의 뇌세포 측정 및 자극 기기를 만들어 실리콘 탐침을 꽂았다.

 

뇌 속 장소세포의 작동 과정을 밝히는 실험 과정을 설명하는 서배스천 로열 KIST 책임연구원
20일 KIST에서 열린 국제신경공학컨퍼런스에서 뇌 속 장소세포의 작동 과정을 밝히는 실험 과정을 설명하는 서배스천 로열 KIST 책임연구원

로열 책임연구원팀은 트레드밀 벨트 중간중간에 뾰족한 튜브로 장애물을 설치한 뒤 쥐에게 달리게 했다. 그 뒤 날이 지날수록 쥐의 해마에 길에 대한 정보가 어떻게 저장되는지 빛을 이용한 뇌세포 개별 자극 기술(광유전학)과 전기생리학 측정 실험으로 확인했다. 연구팀은 GC와 MC라는 두 종류의 해마 속 신경세포를 관찰했는데, 이 가운데 GC 세포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길게 연결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정 길이 뇌에서 장소 기억 세포의 긴 연결을 통해 기억되고 있는 것이다. 로열 박사는 “결국 (일화적) 기억이라는 것은 뇌의 연결망 매트릭스가 변화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신경세포의) 네트워크를 잘 알면 이를 바탕으로 기억에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할 수 있다”며 “뇌과학자로서 고유한 신경공학 실험 기술을 고안해 성과를 얻었다. 기억 치료에도 신경공학 기술을 이용한 뇌 모델과 신경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 지식이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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