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ICAN]“지금은 기술이 뇌 연구의 과학적 발전 이끄는 시대”

2019.05.21 11:29
이미지 확대하기20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열린 ICAN학회에 참석한 이진형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뇌공학의 성과가 급격히 나타날 시기가 곧 온다”고 말했다. 윤신영 기자 ashilla@donga.com
20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열린 ICAN학회에 참석한 이진형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뇌공학의 성과가 급격히 나타날 시기가 곧 온다”고 말했다. 윤신영 기자 ashilla@donga.com

뇌 신호 측정 분야에서 세계적인 신진학자로 평가받는 이진형 미국 스탠퍼드대 신경과학연구소 교수는 20일 "그간 오랫동안 느리지만 착실하게 쌓여온 뇌 연구 성과 덕분에 드디어 성과가 폭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환경에 이르렀다"며 "뇌 공학 연구의 성과가 급격히 폭발하는 '터닝포인트'에 서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20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교수는 이달 20~21일 KIST에서 열린 신경공학 분야 국제학회인 ‘국제신경공학컨퍼런스(ICAN)’ 참석차 방한했다. 

 

전자공학을 전공한 이 교수는 2009년부터 미국 스탠퍼드 의과대학·공과대학 교수로 일하며 뇌 과학 분야에서 인정받는 젊은 연구자다. 라이나생명 50대 이상 세대의 삶의 질 개선과 건강 증진에 기여한 인물에 수여하는 '라이나50+ 어워즈'의 첫 수상자로 알려져 있다.

 

한 동안 별다른 결과를 내지 못하던 뇌 연구는 최근 5년새 어느 때보다도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급격히 발전하고 있다. 이 교수는 “최근 뇌 공학자들은 무척 흥분해 있는 상태”라며 "뇌 연구 성과에서 폭발적인 발전에 예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뇌 과학에 주목하는 사회 분위기도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이 교수는 “고령화, 가족관계 파탄에 따른 고립화, 그에 의한 정신질환의 증가로 뇌 관련 연구의 중요성이 커졌다”며 “여기에 기술적 한계를 돌파한 연구가 쌓이면서 변화의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대학원생들과 직접 연구하고 2015년 기업 창업까지 한 뇌전증(간질) 분석 기술 역시 이 시기에 돌입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가 연구 중인 뇌질환 분석기술은 뇌와 뇌 질환을 조금 독특한 관점에서 바라본 결과 탄생했다. 그는 뇌 질환을 철저히 기계의 ‘오작동’과 똑같다고 본다. 마치 이상이 생긴 휴대전화를 고칠 때처럼, 오작동이 일어난 ‘곳’을 정확히 파악한 뒤 그곳을 고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오작동의 ‘근본원인’이 충격인지 등은 중요치 않다. 뇌질환의 원인을 밝히려 애쓰는 많은 신경과학자와 다른, 철저히 공학자다운 시선이다.


“이런 연구가 결실을 맺으려면 먼저 뇌에서 오작동이 일어나는 곳을 알아내고 고쳐야 합니다. 문제는 지금까지는 이 곳을 측정하고 이해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당연히 뇌공학은 정체돼 있었지요.”


그는 오동작을 파악하기 위해 측정하고 바꿔야 할 대상으로 ‘뇌 회로’를 꼽았다. 뇌 회로는 뇌를 구성하는 물리적 연결망이면서, 동시에 기능을 하는 존재다. 하지만 아직 그 실체도 모르고 구체적인 측정 방법도 없다 보니 제대로 된 뇌질환 연구는 아직 시작되지 못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7~8년 전부터 유럽과 미국에서 신경세포의 연결 상태 지도인 ‘뇌지도’크게 유행하고 한국도 지난해에 연구에 뛰어들 계획을 밝혔지만, 이 교수는 뇌 회로는 뇌지도와 다르다고 주장한다. 이 교수는 “지금 휴대전화 뜯어서 회로 기판 하나하나 본다고 해서 기능을 이해할 수 있겠느냐”며 “신경세포도 마찬가지인데 여러 신경 도구를 이용해 뇌가 어떤 통신을 하는지, 질병 상태는 어떤지 이해하고 바꿀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지 확대하기이진형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윤신영 기자 ashilla@donga.com
이진형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윤신영 기자 ashilla@donga.com

이 교수는 다양한 종류의 뇌 측정 기술을 연구해 왔다. 뇌에 빛을 가해 신경세포의 활성을 일으키고, 다시 그 결과를 측정해 실시간으로 뇌 3차원 구조 안에서 보여주는 ‘광유전학fMRI’ 기술을 2011년 개발한 게 대표적이다. 치매와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질환과 뇌전증을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 중이며, 이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스타트업(초기창업기업) ‘엘비스(LVIS)’를 2015년 6월 창업하고 인공지능 기반의 뇌전증 분석 소프트웨어 ‘뉴로매치’를 개발해 왔다. 엘비스는 올해 케이비인베스트먼트, 디에스씨인베스트먼트, 에스케이 등으로부터 총 168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뇌전증을 분석해 뇌의 어느 부분에 이상이 있는지 알려주는 기술이 엘비스를 통해 제품화까지 마쳤습니다. 빠르면 내년부터 서비스를 만날 수 있을 겁니다.”

 

그는 “이제 적어도 뇌 분야는, 과학이 기술을 이끄는 게 아니라 기술이 과학적 발견을 이끄는 시대가 됐다”며 “뇌공학이 꽃피울 것이라는 것은 그런 이유”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뇌과학 분야에 아직 모르는 게 많다고 흔히 말하지만 그 동안 기술이 부족해 그 기술로 ‘할 수 있는’ 것만 해왔기 때문”이라며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고 과학계의 고질 문제인 단기 성과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뇌 회로에 대한 체계적 이해를 바탕으로 질병 등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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