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한 PBS 개선 없고 R&R 내세워 출연연 전방위 압박

2019.05.07 16:30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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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해부터 출연연구기관 예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연구과제중심제도(PBS, Project Based System) 개선을 공언했지만 뚜렷한 개선안 없이 ‘출연연 역할과 책임(R&R)’과 연계한 예산 인센티브로 출연연을 압박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내년 국가R&D 예산 지출한도를 올해 20조5000억원 대비 7500억원 삭감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당장 내년 출연연 예산 확보에 비상이 걸릴 전망이다. 

 

7일 관계 기관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R&R을 통해 고유 미션을 재정립하고 수익구조 포트폴리오 개선안을 제출한 출연연 중 4개 기관을 대상으로 제출안이 적합한지 검토중이다. 한국화학연구원과 한국한의학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출연연의 수익구조 포트폴리오 개선은 과기정통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한 출연연 R&R과 연계해 예산 인센티브를 주기 위한 방안으로 추진됐다. 국민 안전과 삶의 질 개선 등 현 정부가 강조해 온 정부 R&D 방향과 부합하는 R&R을 제출한 출연연의 경우 원하는 예산을 감안해 책정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출연연 내부에선 과기정통부의 R&R과 수익구조 포트폴리오 개선은 PBS 개선 문제를 과기정통부가 아닌 출연연이 스스로 해결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불만이 나온다. R&R과 부합하는 수익구조 포트폴리오를 제출한 4개 기관의 경우 전체 예산에서 PBS 비중이 높지 않아 과기정통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어렵지 않게 구성할 수 있는 기관들이라는 지적이다. 

 

출연연 예산은 정부 출연금과 PBS, 기술사업화에 따른 기술이전 로열티 등으로 구성된다. 한국천문연구원의 경우 정부 출연금이 약 90%에 달한다. PBS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4개 기관 중 비교적 PBS 비중이 많은 KIST는 PBS가 2018년 기준 전체 예산 대비 41.2%에 그친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출연연 전체 출연금 비중이 약 43%인 점과 비교하면 PBS 비중이 낮은 셈이다. 

 

출연연의 한 관계자는 “현재 수익구조 포트폴리오를 제출해 심사를 받는 기관들의 경우 과기정통부의 요구에 맞춰 수정 작업이 진행중”이라며 “수정이 완료되면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과기정통부와 협의 후 이르면 다음주에 (인센티브 여부를) 확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PBS는 출연연이 기관고유사업 등으로 받는 정부 출연금 외에 국가 R&D 프로젝트를 수주해 연구비와 연구원 인건비를 충당하는 제도로 톱다운(하향식) 연구과제에 매달리는 경우가 많아 창의적인 연구를 저해하는 요소로 지적돼 왔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연구자 중심 연구환경 조성 일환으로 PBS 개선을 언급해 왔다. 

 

지난해 7월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첫 전원회의에서 확정된 국가 연구개발(R&D) 혁신방안에는 PBS 개선과 인력운영 방안, 평가제도 개선 추진 내용이 포함됐다. 우수연구자 정년제도와 평가제도 개선, 인력운영 방안은 부처별 연구관리전문기관 통폐합, 부처별 규정 일원화 등으로 추진됐다. 하지만 정작 PBS 개선은 이렇다 할 방안이 나오지 않고 R&R 정립과 수익구조 포트폴리오 개선으로 출연연 입장에선 압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내년 국가 R&D 예산이 전반적으로 삭감될 예상인 가운데 수익구조 포트폴리오를 개선하지 못한 출연연으로선 예산 삭감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출연연 한 관계자는 “기획재정부가 내년 국가R&D 전체 예산을 7500억원 줄일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인센티브를 받지 못하는 출연연의 예산이 삭감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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